공주시 인구의 약 16%가 청소년이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단 1곳 공주시청소년문화센터뿐이다.공주시 청소년 단체는 아애 청소년활동 진흥법에 따라 청소년 활동 기반 마련에 관해 주장했으며, 수년간의 노력 끝에 2018년 공주시 청소년참여위원회 정책제안 간담회에서 ‘공주시 청소년 수련관 건립’이 받아들여졌다.공주시는 2019년 부지매입 후 2022년 준공 및 개관을 약속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청소년 수련관 건립사업이 지방이양사업으로 변경되면서 국비 지원이 어려워졌고, 국·도비 확보 및 시설
절대 소개하지 말라,는스님의 부탁까지 쓴어느 작가 덕분에 더 유명해져관광차로 한 차 풀어놓은 구경꾼은동물원 구경하듯 대웅전 기웃댄다 지난 봄자잘한 햇살 소곤대는 텃밭에서괭이질하던 스님보이지 않는다 대웅전 선방 관광객에 다 내어주고장삼 소매 끝에 침묵 가두고 묵묵히 밭 갈던스님은 어디로 갔을까그 모습 가슴 가득 안고 돌아갔던 밭이랑엔풀만 가득하다 스님 떠난 텃밭 한참 바라보다돌아오는 길 내 마음은폐심사(閉心寺)다.
백제문화제를 격년제로 치르기로 결정한 것이 때맞춰 내린 비처럼 반갑습니다. ‘이제 공주가 좀 바뀌려나’ 기대감이 큽니다. 여태까지 했던 방식 그대로 하면서 단지 회차만 격년으로 하고자하는 것은 아닐터이니 말입니다.지역문화제는 지역민의 문화적 역량이 펼쳐지고 신장되는 장이어야 합니다. 이 당연한 말을 제대로 이루기는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입니다.소위 전문가라 하는 외주기획자들에게 의존하다보니 휘황스런 조명, 레이저빔, 유등, 특급가수의 공연 등으로 전국의 축제장 모습과 내용들은 비슷해졌습니다.그러는 사이에 지역의 문화적 역량은 감쇠
해초 같은 그녀의 몸에서 갯내가 난다지친 노동의 냄새였다푹푹 빠지는 갯벌을 따라커다란 고무대야를 끌고 가는 등 굽은 섬밀물에 잠시 떠올랐다 썰물에 사라진다태풍이 몰아지면 섬 전체가 삐걱거려도풍화된 구석들만 묵언수행중인모섬어린 것들은똘짱게에 실을 묶어 게 달리기 시합을 벌이다가섬의 앞자락에 지루한 잠이 들고옆구리가 패인 푸석한 바위는자꾸만 무너져 내려도해당화는 붉게 피어 모섬을 밝힌다 *충남 홍성의 팔경 중 하나. 낙조가 아름다운 작은 섬
기차가 떠나가네. 어둠속으로 빠르게꼬리를 거두어 가네. 밤 11시 3분시계는 멈추고, 도화 꽃 만발한 조치원을 뒤로그대는 깜깜한 세상 속으로 사라지네. 고복저수지 한가운데에추억이 잠겨 있다고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라며그대는 내게 입을 맞추었지. 철길 옆 연탄 공장을 지나며그대가 언뜻 보인 눈물은내 가슴속 깊은 우물이 되어작은 빗방울에도 넘쳐흐르네 빗물이 흐르는 동시 상영왕성극장을 나와 가위바위보게임을 하며 오르내리던 역전 육교오늘은 혼자서 오르내리네. 포르르 역 주변을 날던 한 무리의 새들도날갯짓을 멈춘 지금 기차는 다시
연꽃은 연잎에 기대어야연잎은 꽃을 위해 물 위에 떠있어야더 아름답다 연잎은 떨어지는 꽃술을 받아내 또 한 번 연잎 위에서 꽃피게 하는, 연꽃 같은 남자풀꽃문학관 나태주 시인의 아내에게각지에서 찾아오는 여인들을 보면 불편하지 않으시냐 걱정스레 물으면되레 고맙지요 우리 집 냥반 좋아해줘서 저 냥반은 자꾸 출렁여야 돼요 라고 한다화려하지 않고도 한없이 넓고 둥글고 어진 연잎의 여자 날마다연못에 배를 띄우고 노를 저으며주님 뜻대로 하소서 주님 책임져 주소서 한다 무엇을 책임져야 할지는 주님만 아시겠지만 끝없는 기도 속에연꽃 같은 남자가 붉
인력시장에서 바람을 맞던 그가집에서 빵 부스러기나 청소하던 그가다른 곳으로 줄을 옮기고부터는새벽마다 어딘가로 배달되던 그가오늘은 동굴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온다.비릿한 냄새가 확 코로 밀려온다.네모진 난로에 불을 지피자사각의 스크린에서 오색 맛이우르르 쏟아져 나온다.피 묻은 살코기며 빨강 산열매바구니 가득 쏟아 붓던 그가쇠솥의 붉은 녹을 씻어내던 그가화덕에 한참 공들여 불을 붙이던 그가장롱 아래서랍 앞에 쪼그려 앉는다.오래 묵혀 두었던 사냥총을 꺼내윤이 나게 기름칠을 시작한다.흥, 흥, 흥 콧소리 내어가며찰칵찰칵, 사냥총의 방아쇠를
우리가 태어났고우리가 살아왔고또 살아 가야하고죽어서도 묻혀야 할 곳이라 하면이 얼마나 가슴 벅찬눈물 같은 땅이냐 이 땅 즈려 밟고살아가는 사람들이여들판에 자라나는이름 없는 풀 한 포기라도함부로 베지 말자그 풀잎 대궁 속엔우리 아비들의 가련하고 애처로운새벽 날 기침 소리가 들어 있느니 산비탈밭두렁에 뒹굴어 다니는작은 돌멩이 하나라도함부로 건들지 말자지천에 널린 그 돌 자갈 속엔우리 엄니들의 검게 타버린서러운 눈물이 들어 있느니 실개천가 반짝이는작은 모래알 하나라도함부로 밟지 말자그 것은내 할아버지내 할머니들의고단한 삶에 지쳐부서져 뿌
어느 날 문득 학교에 가기 싫다고 그가 떼를 썼다.학생도 아니고 선생이 학교를 안 가면 어찌하냐고달래고 달래 등 떠 밀은 날 그는 사표를 내고 왔다.그 후 내 목소리는 섬에 사는 여자만큼 커져 갔다.귀가 잘 안 통하는 신랑과의 당연한 대화법이니까.그는 투덜거리며 혼잣말을 했고, 나는 그가 듣지 못하는 독백을 했고, 그는 하루 종일 내 붉은 입술만을 읽었고, 나는 자꾸 입 안에 말을 감췄다.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음성언어가 사라진 우리 집.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가 되자조금씩 읽히기 시작하는 눈빛, 손짓, 몸짓의 언어들
오직 위로 향하는 그에게서대쪽 같다는 말이 비롯되었다 그는 통이 컸지만자신의 텅 빈 속은 채우지 않았다 비바람 불면 밤새 몸을 뒤척이다밀물 썰물 겨끔내기로 들고나도 마디는 비어 있었다 오뉴월 불덩이 들이차고칼날 같은 북풍이 무릎을 찍어도꽃이든 나무든 하나만 선택해야 했던 휘청거릴 때마다서있는 자리에서 텅 빈 마디마디를 조율하던그 적막함으로 뽑아 올린 마디의 힘저 곧은 품성 불이 꺼져도대빗자루를 엮는 아버지의 아버지들 열꽃 나는 새끼들 이마를 짚어보는 아버지들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이면늦은 밤 그녀의 울음이 홈통을 타고 내려온다 현관에서 알코올 냄새가 진동하고그녀의 울음은 불이 붙어 활활거린다 오늘도 오장육부가 다 타들어가도록희망이 재가 될 때까지 풀썩 주저앉는 소리가 아래층까지 내려앉는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맨몸으로 그 장대비 같은 아픔을 다 맞나이웃들은 그녀의 무른 성품을 말하기도 하였다 암흑의 방에서 계절이 바뀌어도 절망이 자라도어린것들 때문에 이혼도장을 찍지 못하고 장대비에 온몸이 젖어도사람이 변하는 건 사람의 일이 아니라고그녀는 날마다 무릎을 꿇고 손을 모은다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가던 오후바람 한 점 없는 들녘달맞이꽃이 자꾸 제 몸을 흔들어댔다.노란 꽃 이파리 네 개를 거듭 터뜨려댔다.여기도 흔들, 저기도 흔들나도 흔들거리며 그 모습 오래 바라보았다.사방이 깜깜해지도록그 모습 바라보다가 집에 오면어머니는 밥 짓다 말고마루에 앉아 소주를 마셨다.달빛이 너무 이뻐서야.아그야, 너도 요기 좀 앉아 보그라.엄니, 동네 사람 보면 챙피하니께얼른 안방에 들어가셔유.어머니 몸속에도 바람 한 줄기 있어스스로의 탄력으로 퐁퐁 꽃 피우길 바라며어머니 몸을 마구 흔들던 기억!내 몸을 흔들어 줄 딸은 시집가고
새해의 꽃꽂이한 토막의 나무로꽃시장에 나온 대나무푸르고 곧게몸소 가르침으로나오셨으니내 한해의 끝은 늘 허전해꽂아 보는 새해댓잎이 지기도 전에그 복된 말씀또 어느 귀퉁이로 분해될까내 마음의 숲길엔댓바람만 무성하지만한 마디 한 마디 올리면어느 날 푸른 숲 될지도.
어망 속에새끼붕어 몇 마리 잡아 놓고기다림이 지루했다 순간찌가 사라지고줄을 당기는 팽팽한 힘수면을 차고 오르는 대물 빠르게 낚아채다 줄이 끊어지고유유히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놓친 물고기가 더 커 보이듯잃어버린 사랑이 선명하다 놓친 것은 모두 화석이 된다
햇살 고즈넉한들길 따르면내 비로소귀 트이는데음~~사방이 흘러가는 소리구름도 바람도 햇빛도들꽃도 잡풀도돌고 도는 소리로알알이 익어가는 소리이명도 이제내 몸이구나내 몸이 들의 소리를 듣는구나내 몸이겸손해졌구나.
무엇이 그리 그리워수시로 남포등 켜 들고산날망 올라‘거기 누가 오나’산짐승 부스럭거림에 응답하다머리털 솟구쳐 가며마중 나오던타박타박 이 십리 길 걸어큰집 가던 날어쩌다 우리들 만나면‘등에 업혀라,다 헤진 고무신에 발 미끄러지며산길 걷던봄이면 고사리 짚으로 묶고가을엔 송이버섯 몇 개 나뭇잎에 싸 들고겨울이면 다 터진 감 홍시 고염을양푼에 담아광목치마 꺼내 입고읍내 장날우리 집에 오시던‘시인’이란 말도한글도 해독 못한 큰어머니 탈상 날소지 종이와 함께영영 이 세상을 벗어나는데고개 들어 산날망 쳐다보니남포등 든 환영 나타나‘거기 누가 오
화분에서 비집고 나온바랭이 풀과 괭이밥을 뽑으려다 멈춘다 하고 싶은 말을입안에서 수없이 되풀이하다끝내는 하지 못하고 돌아섰던 날처럼 내 안의 상처를 다독이는 것나의 슬픔을 수없이 핥아 내는 일 어느 날마음에 보잘 것 업는 꽃이라도 피게 되면 안다 삶이 하찮아도마음의 일이란 것 하찮아 보이는 것들도어딘가에서 꽃이 되기도 한다는 것
이렇게도 발갛고둥글게 뜨겁구나아름답구나. 내 몸은 성배 순으로 풍덩 매일 죽고풍덩풍덩 다시 태어난다. 바닥의 바닥을힘껏 차올라어제보다 높이 솟구친다. 연오랑을 찾아가는 세오녀처럼하늘의 중심을 향해 가는아폴론의 마차처럼.
베란다 구석진 자리나와 닮은 선인장가녀린 어깨 위삶의 무게 내려앉았다 힘든 하루하루 이겨내는연습 없는 생애안쓰러운 눈길로 서로를 위로한다 딸린 식구 보살핌에잠시도 허리 펴지 못하는 신세북풍한설 물아 치는 날억새 울음소리마저 구슬프다 봄은 언제 내게 오려나.
내 맘대로 안 되는 자식농사 지어보니날 밝는 게 싫고, 눈 뜨는 게 괴로운 날 있었네. 나도 내 부모에게 그런 자식이었지두 자식도 이리 힘든데여덟 낳아 둘 앞세우고남은 자식 어찌 키우셨을까 너는 언제 철들래걱정에 절은 엄마이제 철이 좀 들어하고픈 말, 묻고 싶은 말 많아혼자 중얼거려보지만 한 번을 불러도 대답 없는 엄마지금 어디에 계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