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시장에서 바람을 맞던 그가

집에서 빵 부스러기나 청소하던 그가

다른 곳으로 줄을 옮기고부터는

새벽마다 어딘가로 배달되던 그가

오늘은 동굴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온다.

비릿한 냄새가 확 코로 밀려온다.

네모진 난로에 불을 지피자

사각의 스크린에서 오색 맛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피 묻은 살코기며 빨강 산열매

바구니 가득 쏟아 붓던 그가

쇠솥의 붉은 녹을 씻어내던 그가

화덕에 한참 공들여 불을 붙이던 그가

장롱 아래서랍 앞에 쪼그려 앉는다.

오래 묵혀 두었던 사냥총을 꺼내

윤이 나게 기름칠을 시작한다.

흥, 흥, 흥 콧소리 내어가며

찰칵찰칵, 사냥총의 방아쇠를 당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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