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문화제를 격년제로 치르기로 결정한 것이 때맞춰 내린 비처럼 반갑습니다. ‘이제 공주가 좀 바뀌려나’ 기대감이 큽니다. 여태까지 했던 방식 그대로 하면서 단지 회차만 격년으로 하고자하는 것은 아닐터이니 말입니다.

지역문화제는 지역민의 문화적 역량이 펼쳐지고 신장되는 장이어야 합니다. 이 당연한 말을 제대로 이루기는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입니다.

소위 전문가라 하는 외주기획자들에게 의존하다보니 휘황스런 조명, 레이저빔, 유등, 특급가수의 공연 등으로 전국의 축제장 모습과 내용들은 비슷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지역의 문화적 역량은 감쇠되고, 인원동원을 대중매체 스타에 의존하게 되고 주체여야 할 시민은 무기력한 구경꾼이 되고 맙니다.

이제는 프로그램들 중에 외주의 비율을 낮추고 그만큼 내부에서 대체할만한 콘텐츠 개발과 시민조직에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어떤 부문은 과감하게 근대 이후에 개발된 재료들의 사용을 금지해서 전통적 재료와 주제들을 다루는 분야가 신장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멈춰야 보입니다. 매년 하는 축제는 ‘하던 대로만 하려는’ 관행의 함정에 너무 쉽게 빠져버립니다. 이번에 결정된 격년제를 계기로 좀 더 냉철하고 다양하고 충분한 평가와 그에 따른 알찬 준비를 통해 보다 내실 있는 백제문화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공주와 부여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는 역사문화 축제입니다. 현대의 축제가 아닙니다. 특히나 공주와 부여는 고도로 지정된 곳입니다. 주제에 적합한 콘텐츠개발과 진행을 고민해야 합니다.

근대 이후에 발명된 플라스틱, 스티로폼, 전구, 전기, 비닐 등의 재료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전통적 재료들의 사용을 늘려 나가는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공주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산업들이 신장될 수 있습니다. 나무와 쇠, 종이, 천, 흙 등을 다루는 동아리와 소비가 늘면 관련 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굳이 유네스코의 권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고도인 공주에 사는 시민이라면 수작업으로 특화된 실직적인 경제활동이 필요합니다. 지속가능한 역사문화고장으로서 고유성과 정체성을 키워나갈 공주의 의, 식, 주, 문화 창달의 장으로 백제문화제를 활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조악한 백제문화제에 사용되는 일회성에 가까운 소품들을 근대 이전의 반영구적 재료들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 나룻배와 배다리, 가마, 마차(전통마차, 웨딩마차, 관광마차 등)

전국 어디서나 표준화된 마을 정자들을 납품하는 방식이 아닌 마을마다 구하기 쉬운 나무들을 활용해 정자 짓기 콘테스트를 할 수도 있습니다.

값싼 외국산 빗자루 등을 수입해서 유통하기보다 도로 사면에 식재한 싸리나무, 수수, 왕골, 대나무 등을 활용해 빗자루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백제문화제 기간에만 잠시 입고 보관하는 행사진행을 위한 ‘백제옷’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게 제대로 된 패션쇼를 개최할 수도 있습니다.

문패, 사무실 명패를 아크릴이나 알루미늄 등이 아닌 가죽, 철, 도자기, 나무 등 다양한 전통소재로 디자인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문화제 기간에 출품하여 시민들의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의류 공방, 음식 공방, 각종 취미 동아리, 일상용품 목공공방, 수제작 프리마켓 등 공주에서 사라진 근대 이전의 산업을 살려낼 수 있는 기회로 백제문화제가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하여 공주시민은 가짜와 복제와 메가 이벤트에 동원되는 구경꾼이 아니라 지역의 고유성을 발견해 나가는 문화 창달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고도답게 오래된 것을 아끼고 고쳐가며 오래오래 기꺼이 사용하는 문화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고도지원특별법과 세계문화유산도시 선정은 공주가 그런 곳이 되겠다는 약속입니다. 백제문화제가 이러한 역할을 할 때 공주 이외의 사람들도 공주를 특색 있고 귀하게 여겨 존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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