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학교에 가기 싫다고 그가 떼를 썼다.

학생도 아니고 선생이 학교를 안 가면 어찌하냐고

달래고 달래 등 떠 밀은 날 그는 사표를 내고 왔다.

그 후 내 목소리는 섬에 사는 여자만큼 커져 갔다.

귀가 잘 안 통하는 신랑과의 당연한 대화법이니까.

그는 투덜거리며 혼잣말을 했고, 나는 그가 듣지 못하는 독백을 했고, 그는 하루 종일 내 붉은 입술만을 읽었고, 나는 자꾸 입 안에 말을 감췄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음성언어가 사라진 우리 집.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가 되자

조금씩 읽히기 시작하는 눈빛, 손짓, 몸짓의 언어들.

기가 막히게 순한 짐승이 되어 우리는 내내 흥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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