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산등성이를 넘어가던 오후

바람 한 점 없는 들녘

달맞이꽃이 자꾸 제 몸을 흔들어댔다.

노란 꽃 이파리 네 개를 거듭 터뜨려댔다.

여기도 흔들, 저기도 흔들

나도 흔들거리며 그 모습 오래 바라보았다.

사방이 깜깜해지도록

그 모습 바라보다가 집에 오면

어머니는 밥 짓다 말고

마루에 앉아 소주를 마셨다.

달빛이 너무 이뻐서야.

아그야, 너도 요기 좀 앉아 보그라.

엄니, 동네 사람 보면 챙피하니께

얼른 안방에 들어가셔유.

어머니 몸속에도 바람 한 줄기 있어

스스로의 탄력으로 퐁퐁 꽃 피우길 바라며

어머니 몸을 마구 흔들던 기억!

내 몸을 흔들어 줄 딸은 시집가고

달맞이꽃이나 바라보며

스스로 흔들리고 있는 한여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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