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떠나가네. 어둠속으로 빠르게
꼬리를 거두어 가네. 밤 11시 3분
시계는 멈추고, 도화 꽃 만발한 조치원을 뒤로
그대는 깜깜한 세상 속으로 사라지네.
고복저수지 한가운데에
추억이 잠겨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라며
그대는 내게 입을 맞추었지.
철길 옆 연탄 공장을 지나며
그대가 언뜻 보인 눈물은
내 가슴속 깊은 우물이 되어
작은 빗방울에도 넘쳐흐르네
빗물이 흐르는 동시 상영
왕성극장을 나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며 오르내리던 역전 육교
오늘은 혼자서 오르내리네.
포르르 역 주변을 날던 한 무리의 새들도
날갯짓을 멈춘 지금 기차는 다시 또 떠나가고
네온사인 번쩍이는 조치원역 광장에서
나는 빙빙 돌며 북극성을 찾아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