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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님! 안녕하세요? 저는 윤 시인님보다는 후대에 태어났지만, 윤 시인님처럼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신 고마운 조상님들 덕분에 윤 시인님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독립한 대한민국에 사는 초로(初老)의 여성입니다.저는 10대 때부터 윤 시인님의 시가 좋았어요. 서시(序詩) 앞 구절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를 국어 교과서 맨 앞장에 써 놓고 윤 시인님의 맑고 순수한 영혼을 짓밟은 시대의 아픔에 저 역시 분노하고 가슴 한 편이 시렸어요.세월이 흘러 제가 자식을 낳고 보니 윤 시인님의 부모님이 떠올랐어요. 반듯하고 강직한 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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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숙
2024.03.0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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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허락하지도 못하면서왜 가슴이 뛸까 그냥 맞이하면 될 것을무엇을 준비하려는 걸까 언제쯤이라야네 말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얼마나 가식의 옷 닳아야양팔 벌려 환영할 수 있을까천년의 바람이엉킨 가면을 벗겨주고억겁의 바위가 닳도록 얼마만큼 인연의 끈이 더께져야쉬이 맞이할 수 있을까 내일 가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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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남
2024.02.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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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와 나는 서로 뜻이 맞아 알콩달콩하다가도 순간 틀어지기가 다반사였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너랑 똑같은 딸 하나 낳아봐라.” 하며 야단쳤고, 이에 질세라 나도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며 톡 쏘아붙이곤 했다. 물론 냉전은 오래가지 않았다.결혼하고 얻은 첫딸은 매사 엄마에게 기대던 나와 달리 모든 것을 제 손으로 하며 자랐다. 엄마의 유일한 나무람이었던‘너랑 똑같은 딸’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그 딸이 지난가을 아이를 낳았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이후 아기가 분유를 잘 먹지 않는다며 전화상으로 한두 번 물어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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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자
2024.02.0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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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큰 나무만 사는 것도 아니다숲이 그리워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숲을 만나러 숲속으로 들어가니숲은 보이지 않는다어떤 숲은 산등성이로 올라가 조용히마을을 내려다보기도 하고어떤 숲은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마을 어귀에서 걸음을 멈추고사람 사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있다외롭고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울면워-워- 바람소리로 감싸주고때론 등을 토닥여 주기도 한다지나고 보니 알겠다큰 나무만 숲이 되는 것이 아니듯잘 난 사람만 사람 노릇하는 것이 아니듯키 작은 나무도 멧새도 직박구리도다 함께 숲이라는 것을함께 어울려 따뜻한 숲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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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석
2024.01.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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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 달이나 되는 듯, 길고 힘든 한 달이 지나갔다. 올해로 100세가 되신 친정아버지께서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지시는 바람에 고관절 대퇴골이 골절되어 우리 형제자매들은 정신없이 바쁜 한 달을 보내야 했다.새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신 아버님은 자식들을 불편케 안 하시려고 실버타운에 들어가 지내셨다.주말이면 특별한 볼일이 없는 자식들은 모두 모여 아버님을 모시고 외식을 하기도 하고 춥거나 덥지 않은 계절에는 우리 농장에 모여 아버님과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도 했다.그러나 코로나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몇 달 못 모시고 지내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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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란
2024.01.2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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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냄새는 짠 내였다들에서는 진땀을 흘리고바다에서는 갯것을 더듬고하늘에는 눈물로 올린 기도가하얗게 소금으로 피어올랐다쓴맛 단맛을 다 보고 나서짠맛을 골라 몸 어딘가에 숨겨 두었는지늘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흘렀다 바다를 건너가신 지 이십여 년이 지나도나를 따라다니는 냄새소금 단지를 열거나 새우젓 종지를 보면숨을 깊이 들이마시게 되고 가끔은 헛물을 켠다 무덤에는 함초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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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선
2024.01.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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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너를 만나고 돌아온 오늘 저녁도내 가슴은 온통 피투성이였다깊게 깊게 구멍 뻥, 뚫렸다피투성이 내 가슴은어금니 한번 꽉 다물었다침 한번 꿀꺽 삼켰다상처받지 않고어찌 살 속의 뼈아름드리 벽오동나무로키울 수 있으랴뼛속 꿈틀거리는, 솟구쳐 오르는욕망덩어리 옳게 가꿀 수 있으랴너를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내 마음은 자꾸신음소리를 냈다한쪽 귀퉁이쭈욱, 찢겨 나갔다마른오징어처럼속삭였다 중얼거렸다 하소연했다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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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2024.01.16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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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공양이라더니제 몸 허옇게 태워 사람들 밥 짓다가 스러졌구나 부처님 마음으로미아6동 산동네 온통 끌어안고 있구나 한 토막 숯의 마음조차죄 벗어 던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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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2024.01.0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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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는 것은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라고 외치며아침 6시 13분, 어둠을 뚫고 기차가 들어온다.뿌우웅 경적을 울리며 치익칙 역으로 돌아온다.이번 역은 조치원, 조치원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왼쪽 출구에 줄을 서자 애인이 귓속말을 한다.역 주변의 출산율이 왜 높은지 아느냐고 농을 던진다.6시 13분 경적소리에 잠에서 깬 사람들이그 시간에 다시 잠들 수 있을까?우리도 역 주변에 방 하나 얻어 볼까?아침 햇빛 속으로 주먹만 한 연분홍 복숭아들주렁주렁 제 모습을 드러내며 웃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던 애인이만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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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순
2024.01.0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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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 땅 이름 모를 대숲 아래욋 옷 벗어 자리 깔고굳어버린 송편 서너 알에막걸리 한잔 따라 올리며두 무릅 꿇고 앉으니눈물이 이리도 뜨거운 줄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백년 전꼭, 백년 전새끼만은 살려 달라하는 아비의 입안에죽창 쑤셔 혓바닥 도려내고짐승처럼 울어대는 어미의 두 눈알 파내다 못해새끼들 다리 난간에 산 채로 목 매달아살가죽 벗겨 살점 찢어 내고발버둥 치는 손발은 짤라길바닥에 패댕이쳐 버린하늘과 땅 같이 통곡하였을 그 날을이제서야 알았습니다관동의 싯 푸른 앞바다는조선 백성들이 토해놓은 붉은 피가검은 바위로 굳어버려배 하나 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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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승 배
2023.12.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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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유리창에 새들이 날아와 부딪쳤다 새가 떨어지고유리창엔 눈에 보이지 않는 틈이 생겼다 바깥의 풍경은 그대로인데안에서 바라본 바깥은유리창을 닦아도 슬픔이 묻어 있었다생이 물드는 순간처럼 누구세요누구세요 영철이를 불러주세요영철이가 오늘 안 보여요 엄마가 섬 그늘에……. 오카리나 연주하는 동안툇마루에 있어야 할 아들을 찾고 있었다 집을 빠져나간 생각은 어디 가서 밥을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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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자
2023.12.1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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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겹은 둥글다번지고 번지는 동그라미들헤아리기 전에 겹치고겹치다가 흩어진다부드럽게 돌을 쓰다듬어 휘돌고물고기의 비늘도 깨진 병 조각도 핥아준다 백사장에 밀려온 물겹갈매기 발목을 맴돌다가모래밭에 둥글게 장문을 짓기도 한다 언젠가소沼에 살던 물겹그 소용돌이에 휩쓸린 적이 있다 물겹의 완강한 고집을 꺾고빠져나오기까지죽을힘으로 허우적거려야 한다 물겹은 부드럽고 단단한물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 고리를 푼다는 건한 생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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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자
2023.12.0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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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나 바라보며 산들 어떠랴나무들이나 키우며 산들 뭐라 하랴세상의 일들은 늘 상처투성이고샅고샅 꼬챙이가 들어 있다꼬챙이는 본래 찌르기 위해 태어난 물건꼬챙이는 무엇인가를 찌를 수밖에 없다바지 주머니 속에 깊이 감춰 두어도어느새 밖으로 삐져나오는 꼬챙이세상일들의 고샅고샅에는꼬챙이에 찔려 피 흘리는 사람 많다사람들은 다 꼬챙이에 찔리기 마련사람들은 다 꼬챙이로 찌르기 마련저도 모르게 꼬챙이에 찔리고,저도 모르게 꼬챙이로 찌르다니!상처투성이의 나날에 지친 사람들피 흘리며 여기저기 웅크린 채 모여 있다꼬챙이에 찔려도 살아야 한다버텨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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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2023.11.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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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안개 속에 얼굴을 묻고해 뜰 때까지 기다렸어하루의 시간을 뽑아놓고딱히 갈 곳도 없는데누가 부르지도 않는데, 안개가 걷히는 그 짧은 사이초록의 하얀 물꽃방울코끝이 찡하도록 팽팽한 싱그러움사정없이 나를 당기는 거야끌려가고 있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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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무
2023.11.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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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푸르고 곡식은 익어 풍요로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은 어느덧 지나가고 겨울의 길목에 들어섰다. 한 해가 저물어 가며 연말이 다가올수록 설레는 마음을 갖지만, 소방서에는 긴장감이 고조된다.다가오는 겨울철은 계절 특성상 난방용품과 온열기 등 화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실내 활동 시간이 늘어나며,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여러 축제와 모임으로 화재의 위험이 만연해진다.국가화재정보시스템 공주시의 화재 발생 5년(`18~`22년) 통계를 보면, 매년 평균 47건(28.6%)의 화재가 겨울철에 발생하여 그로 인한 사상자 수는 여름과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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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영 기자
2023.11.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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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를 볶는다는 것은힘을 빼는 일 본래 뜨거운 활동이라부풀어 오르는 몸을 싣고 방향의 힘으로 비상한다 한나절이 지나기 전에생의 부품들이 녹슬기 시작할 때재빠르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온전히 부서지고 나서야 드디어 단단해지는 깻묵쏟아져 나오는 빛깔에배운 적 없는 표정이 물들어 있다 시커멓게 심장이 흘러 나온다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향기 삽을 들고땀에 젖은 몸, 절룩절룩 대문을 들어서는 노인 사는 것은 뜨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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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계자
2023.11.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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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의자가 있어야겠다흔들리는 세상더욱 흔들리기 위하여 걸음 옮길 때마다끊임없이 흔들리는저 마음들 보아라 흔들의자가 있어야겠다흔들리는 세상더는 흔들리지 않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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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2023.11.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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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준비된아스팔트 위넓은 공연장 매미도 숨죽이고얄미운 고양이도먹이 찾던 비둘기도물러나 흔적이 없다 식전 행사인 듯어디선가 몰려온수천 마리 맑은 발레리나들 퇴장할 땐어미 닭 엉덩이 쫓는노랑 병아리 발걸음이다 줄줄이 사라지지만하나하나 빠짐없는1초짜리 공연들 메인 행사를 기대하며아스팔트 공연장을말끔하게 청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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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윤
2023.11.0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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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달도 숨어 조용한데둥지는 어디 두고물속에 길고 가는 다리 잠그고 서 있는가? 병실에서 가시는 날 기다리던 어머님 모습처럼긴 목과 긴 부리는 먹이를 외면했는지앙상한 몸짓마저 까맣다 흘러가는 물소리 아직 더 들을 게 남았나멀리도 가지 않고가까이 오지도 않고 귀 기울이는가 냇바람 어둡고 으슥하여감기를 밀어내는지가늘고 긴 목만 늘였다 놓고 늘였다 놓고 세상사 다 거기서 거기라는데너만 홀로 낮도 밤도 없이울음 한번 울지 않고 날을 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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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윤
2023.10.2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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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금엉금 거북이걸음으로호박넝쿨은 자란다 언덕배기나무 등걸 위로 울바자 위로너풀너풀 속적삼으로 가린튼실한 젖통 꺼내놓는다.무수한 사랑 내어놓는다.가랑이 사이로 온갖 풀벌레들더러는 독사새끼를 키우기도 하며호박은 검붉은 얼굴로구릿빛 어깨로 익는다새마을 기와지붕 위에서도텅 빈 외양간 위에서도자식들 다 떠나고 없는이 집 늙은 부부의 금실로 익는다엉금엉금 거북이걸음으로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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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봉
2023.09.30 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