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 그리워
수시로 남포등 켜 들고
산날망 올라
‘거기 누가 오나’
산짐승 부스럭거림에 응답하다
머리털 솟구쳐 가며
마중 나오던
타박타박 이 십리 길 걸어
큰집 가던 날
어쩌다 우리들 만나면
‘등에 업혀라,
다 헤진 고무신에 발 미끄러지며
산길 걷던
봄이면 고사리 짚으로 묶고
가을엔 송이버섯 몇 개 나뭇잎에 싸 들고
겨울이면 다 터진 감 홍시 고염을
양푼에 담아
광목치마 꺼내 입고
읍내 장날
우리 집에 오시던
‘시인’이란 말도
한글도 해독 못한 큰어머니 탈상 날
소지 종이와 함께
영영 이 세상을 벗어나는데
고개 들어 산날망 쳐다보니
남포등 든 환영 나타나
‘거기 누가 오나’
가슴이 아려 와
시를 쓰지만 시인이 아닌 나는
당신을 시인이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