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가장 기다렸던 날이 설날이다. 아마도 한 달 전부터 설날을 기다렸던 것 같다. 기다리는 설날은 왜 그리 더디게 오던지….설날이 오기 직전의 장날을 ‘대목장’이라고 했는데, 이날이 기다려진 이유는 설빔 때문이었다.우리 형제들은 집안이 넉넉하지 못해 복주머니가 달린 한복을 얻어 입지는 못했고, 바지나 양말 정도만 받았다.당시에는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했다. 큰형님이 혼인하여 조카가 태어나 걸음마를 하게 될 즈음에 어머니가 때때옷을 해 입히셨다.6형제만 있던 집안에 예쁜 손주를 보셨으니 뭘 해서 입힌들 아까우셨을까, 색동저고리를
그 쬐그만 몸으로얼마나 동동거리며 달려왔기에종아리 시퍼런 힘줄산맥 같으신가 피 터지도록 입술 깨물고울고 또 울었다면서아직도 그 눈물샘마르지 않으셨는가 한 백 년도 못사는 가련한 인생하늘이 내려준 가냘픈 목숨하늘이 홀연히 거두어 갈 때까지이제 우리 모든 것 다 내려놓고구름처럼 살다가바람으로 훌쩍 떠나세그려 이 보게나 이 사람아!지나온 길 걸어온 길아쉬워 말고 서러워하지도 말고남은 생애 저승 땅 두려워하지 마세나고통은 고통대로아픔은 아픔대로 둘이서 나눈다면무엇이 두렵고무엇이 그리 힘이 들겠는가하늘 땅보다 소중하고 귀중한내가 있고 당신이
헤어진 지 오래도록가슴에 품은 지 오래도록이십 리 길 나부끼는 길오리라 믿는 가슴 오래도록쌀쌀히 눈발 흩어지는 대숲발그레 동글진필시 붉은 꽃서성이는 설렘대숲으로 난 하얀 발자국너에게 가리라너에게로 내가 가리라들에 나무 홀로언덕에 옛적 꽃 홀로오고 있으리라 너에게 오래도록 가고 있다
묵언으로 차 우립니다물 끓이면 시간 걸리겠지요함께 더 있으려천천히 하렵니다그대 푸른 이마 선선하여빈 방 물 따르는 소리푸른 빛 비친찻잔 스민 온기 건넵니다마음이 향으로 날아올라도잎이 떨어지듯 나락나락 내려앉아도흔들리는 대나무 그림자 지긋 눌러 봅니다그대 눈에 내린 안개새가 되어 숲으로 날아가고뒤 곁 바람 스치는 대나무찻상 위 글썽이는 모란꽃 되니실없이 찻잔을 감싸한가히 웃습니다그대 눈매 쌉싸름하니 끝에 남아살짝 날개 짓아파도차 오래 끓어 기쁘네요.
너는 몰랐겠지너는 모르지 파도에 쓸려 묻히는 모래처럼물들어와 잠긴 해초와 따개비처럼소금창고 기댄 햇살시간 멈추어공간이 생겼네그 동굴에 상상이 내려 앉아하루가 생겼네집을 짓네나만의 추억 나만의 이야기인데한 인생 푸르게 더 사네 나도 몰랐지그런 줄 몰랐지누군가 나 소중히 바라 있으니자신을 사랑하시라 속삼임
수심을 알 수 없는 금강 가한 무리 철새가 갈대 숲에 앉았다 머뭇거리던 발길홀리듯 따라나서는데이를 어쩌나, 순간 늪에 빠져 버렸다 그 여름뜨거웠던 시간은 속절없이 가고시든 이파리마저 낙엽으로 지고 있는데어쩌자고 이 가슴은 너만 보면주체할 수 없이 흔들리는 건지 강에 뛰어든 뭉게구름 사이로휘젓는 저 빈 손짓입술을 깨물어 부르튼 날에도화려하여라! 시나브로
허름한 선술집에 마주 앉아 찌그러진 양은 냄비 속 오천원짜리 김치찌개 돼지비계 몇 쪽 두부 몇 점사기잔에 붉은 립스틱 자국 마셔 버린 짜릿한 전율 그대의 유혹이었다면 기꺼이 작은 몸 흔들어 젖었을처음 보는 그대가 낯설지 않은 까닭이었어빗속을 달려온 밤 여윈 어깨 칭칭 감아 째깍째깍 귓전을울리는 뜨겁고 매콤했던 향 내음천연덕스런 미소 아른거려 뒤척이는 새벽
뜻밖이어서 설마 하였고, 상식 밖이어서 오히려 측은하였다.본디 우리 민족은 개결(介潔)한 성품이 있어 악은 용서하여도 몰염치는 보아주지 않는데, 이준원 (전)시장은 무슨 미련이 그리 많았을까? 아직은 아닌데.허물은 잊히기는 하여도 쉬 씻어지지는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잊힌다는 것은 구원의 길이기도 한 것인데 이준원 (전)시장은 무엇이 그리 급하였을까?이준원 (전)시장이 공주문화재단 대표가 되는 순간 그는 뻔뻔한 사람이 되었고. 그를 임명한 최원철 시장은 단순 무도한 사람이 되었으며, 교육문화도시 공주의 이미지는 땅에 닿았다.그리고
한낮햇살이 두고 간 달맞이꽃이보름달 머문 자리에 누웠습니다 작아서너무 작아서두 손으로 감싸 안아봅니다 어둠은무섭습니다 다만,그대가 있어 눈을 뜨고 있을 뿐입니다
공주문화재단 대표이사와 관련해 소문이 몹시 뒤숭숭하다. 새롭게 선출된 시장이 문화재단을 문화관광재단으로 확대 개편한다는 명분으로 현 공주문화재단 대표이사를 교체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이 소문이 사실인지, 단지 소문인지는 아직 모르겠다.만약 사실이라면, 공주시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미 다른 지역의 문화재단들도 정권이 바뀌자 문화재단의 수장을 교체했고, 그 결과 시민의 혈세를 투입해 만든 문화재단이 망해 버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이는 공주문화재단 설립 당시에도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큰 우려를 했던
게리 스콧(Gary P. Scott)이 쓴 책으로 ‘인생의 정상에 서기 위한 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벌써 오래된 책인데 일반적인 인생 성공전략에 관한 책인 줄 알고 제쳐두었다가 들춰보니 대단한 국제 산악가이드이자 암벽등반가 20년 넘는 세월 동안 히말라야를 서른 번 넘게 등반한 걸 포함해서 세계 각 지역에서 탐험과 등반을 계속한 대단한 사람이 직접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었다.“우리의 인생은 진정 커다란 산이다” - 서문 중에서저자는 필생의 꿈인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깨우친 10가지 교훈을
일본인 의사 나가오 가즈히로 박사가 쓴 책 가 있다.이 책에는 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100년 전의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하여 하루 3만보를 걸었다고 한다. 지금은 어떨까?걷지 않게 되면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우울증, 불면증, 변비, 아토피, 치매 등의 온갖 병에 시달리고 있다.걷지 아니하고 음식이 바뀌면서 건강을 잃게 되고 행복한 나날을 잃어가고 있다. 걷지 않으면 병들게 된다. 사람들은 아파서 못 걷는 것이 아니다. 걷지 않
“하나님이 이르시되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를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의 먹을거리가 되게 하리라”(창세기1장 29절)창세기 1장 27절에서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 28절에서는 그들에게 복을 주시어 복을 누리고 살게 하셨다.그리고 29절에서는 먹거리를 주셨다. 모든 채소와 과일나무를 먹거리로 주셨다고 이르셨다.위에 인용한 1장 29절의 말씀에서 ‘모든 채소’란 말이 히브리어 원문의 의미로는 약초(藥草)에 해당한다.킹 제임스 번역판에서는 이 채소를 〈Herb허브〉로 번
비니쿤가는 최근에 많이 알려진 관광지이다. 쿠스코에서도 많이 떨어져 있고, 교통편이 어려워 많이 오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관광객이 많다.이곳은 5,000m가 넘는 곳이라 오르기가 쉽지 않다. 걸어야 하는 길도 길지만, 고산증이 심해 재촉하여 걷기가 무척 힘든 곳이었다. 평소에도 오르는 것이 힘든 내겐 더욱 힘든 곳이었다. 결국은 중간에서 말을 탔다.힘들어서 산꼭대기만 쳐다보며 간신히 걷고 있는데 잉카인이 말을 몰고 와서 타라고 한다.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볼 겨를도 없이 탔다. 잉카인의 발걸음은 가벼운데 말도 지치는지 중간중간 쉬
기필코 잡으리라작심을 하고 밤새 노려보다가새벽녘 눈만 벌개져서 휘청거린다 누구는 시詩라는 놈이 날 잡아잡쓔 잘도 찾아온다는데도통 잡을 수가 없다 내 딴에는 잘 먹는다는 미끼를 수없이 갈아 끼워 보지만먹이만 낚아채고빼꼼히 꼬리만 보이곤 쏜살같이 도망친다운수 좋은 날은 등지느러미가 보이기도 하지만코쭝배기 벌름거리다 재빨리 숨어버린다 그저 마음만 뜨겁게 달아무모하게 첨벙거리다 공책만 후지른다까만 밤을 살라 먹기도 한다 잘 짜여진 은유의 그물날카로운 직관의 작살 어디서 파나요
한순간 떨어지는 별 똥 별너의 손을 놓고울부짖던 지난 시간들마음 길 잃고 헤매던 날들흘러간 사랑 단 몇 분 동안 혼신을 다해노래 부르고 무대에서내려온 무명 가수처럼짧게 지나가는허전한 오후
순간이 스쳐가며흔적을 남기었다 여기 내 곁에잠시 머물렀다그러나잡을 수 없는 바람 그저 가만히 서서바라볼 뿐살그머니 어깨에기대어보더니온기만 남기었다
세계 10대 절경에 손꼽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 이곳 트레킹 코스는 전문적으로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곳으로, 보통 7박 8일 정도 하는 곳이다.오늘은 종일 트레킹을 하는 날로, 가장 쉬운 구간을 온종일 하기로 했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내가 가장 기대하고 온 이곳은 버스를 한참 타고 가서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한국 여행객들이 많지 않아 더 좋았다. 늘 알프스산 같은 곳을 하루종일 돌아다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은 종일 트레킹을 한다니 얼마나 좋은가.종일 트레킹을 하기 위해 미리
기다림이 있는 홑잎 나물설렘으로 충만한 미나리자신도 모르게 힘이 분출되는 구기자들판에 널려있는 에너지 버스내 안에 품는 자가 임자
작은 뜰이 있는 집에 산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매번 새삼 느낀다.한해 한해 나이를 먹을수록 손바닥 만한 집 앞에 뜰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질 때가 많다.어느 날 아침 나의 일터인 로 출근을 해보았더니 놀랍게도 작은 뱀딸기들이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수줍은 노란 꽃들이 지고난 뒤 내 손톱만한 크기의 무르익은 딸기들이 올망졸망 맺혀 있는 게 아닌가.조그마한 딸기알들이 가득 열리면 우리 집은 더욱 사랑스러워진다. 몇 해 전 장미과의 들풀인 뱀딸기를 구해 처마 밑에 한 줄 기차처럼 길게 심어놓고 조바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