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쿤가는 최근에 많이 알려진 관광지이다. 쿠스코에서도 많이 떨어져 있고, 교통편이 어려워 많이 오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관광객이 많다.

이곳은 5,000m가 넘는 곳이라 오르기가 쉽지 않다. 걸어야 하는 길도 길지만, 고산증이 심해 재촉하여 걷기가 무척 힘든 곳이었다. 평소에도 오르는 것이 힘든 내겐 더욱 힘든 곳이었다. 결국은 중간에서 말을 탔다.

힘들어서 산꼭대기만 쳐다보며 간신히 걷고 있는데 잉카인이 말을 몰고 와서 타라고 한다.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볼 겨를도 없이 탔다. 잉카인의 발걸음은 가벼운데 말도 지치는지 중간중간 쉬었다 간다.

몇 차례 더 여행객을 태우고 싶은 잉카 아줌마는 말고삐를 잡아끌어도 말은 꿈쩍 않고 10여 초간 쉬었다 간다. 나를 내려놓고는 내리뛴다.

뜀박질로 뛰던 잉카 아주머니는 맨발이다. 양말도 없이 샌들 같은 신을 신고도 자유자재로 뛰어다닌다.

쌀쌀한 날씨에 맨살의 새까만 발이 도움을 받고 있는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렇게 뛰어가더니 다른 일행을 태우고 왔다.

말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올랐지만, 정상에서 본 무지개 산은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낸다. 자연이 만든 예술을 누가 따라 하랴! 산 전체가 무지개를 만들고 있다.

흙이 어떻게 이런 빛을 만드는지 신비할 따름이다. 굉장한 자연의 모습을 볼 때면 어떻게 형성되었다느니 하는 과학적인 것은 알고 싶지 않다.

그냥 그대로 신비롭다는 생각만 하고 싶다. 숨도 잘 쉬어지지 않고 어지럽기도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을 머물고 싶었다.

내려올 때 김 작가는 레드 밸리를 더 보여주고 싶어 했다. 좀 더 돌아서 오면 볼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포기하고 바로 내려가겠다고 했다.

그 말에 남편은 일행들과 같이하지 않는다고 소리를 낸다. 아무것도 귀에 닿지 않았다. 그 말에 귀를 막고 돌아서서 오던 길로 방향을 잡았다.

일행 한 명이 동행했다. 내려오는 길은 고산증이 없기에 쉽게 내려올 수 있었다. 내려가면서 다른 방향의 일행들을 보니 걷는 것보다 쉬는 게 더 많아 보였다.

내려와서 차에서 기다렸다. 레드 밸리가 멋졌다고 했다. 못 본 아쉬움도 있었지만, 다음날을 위해 더 이상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페루 여행은 신비하고 신기하고 더 머물고 싶고 그만큼 여행의 만족도 있었지만 힘든 여정이었다.

이 깊숙한 곳에서도 잉카인들은 손수 만든 물건을 팔고 있었다. 일행들이 올 동안 남은 시간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알 수 없는 애잔함이 올라온다.

말간 눈동자와 까무잡잡한 피부와 땋은 머리를 한 얼굴이 참 순박하게 보이고 친숙하게 느껴진다.

잉카인들은 물건들을 알록달록한 두꺼운 보자기에 싸서 등짐으로 매고 다닌다. 물건도 등짐으로 아기도 등짐처럼 업고 다닌다. 그 모습이 참 친숙하다 하였는데 생각이 났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학급 친구들의 반은 가방이 없이 보자기에 책을 말아서 등에 메고 다녔다. 특히 남자아이들이 등에 메고 다녔었는데 크기가 차이 날 뿐 같은 모습이다.

이곳은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준비해 온 컵라면과 오던 길에 산 과일 등으로 차에서 끼니를 해결하였다.

오다가 삶은 옥수수를 파는 곳이 있어서 사 먹었다. 알갱이가 우리네의 것보다 훨씬 컸다. 진득한 식감은 덜하지만, 단맛이 더 많았다. 가는 길에 현지인들의 과일도 사고 옥수수도 사고 느긋하게 여행하는 것이 참 좋았다.

우유니는 하얀 사막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물이 있는 곳은 반영이 일어나 표현할 말을 잊을 만큼의 장관을 이룬다.

자연 예술의 위대함에 사진을 찍을 생각도 없이 하염없이 바라만 본다.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만난 황홀함인지 그냥 눈물이 흐른다. 자연의 경이로움이 주는 감동은 그냥 나를 홀려버렸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현실인지 상상 속의 어느 곳에 서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황홀경에 빠졌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사람의 감성은 비슷한지 마침 안자 언니가 홀로 아리랑 오카리나 연주를 한다. 애잔한 음률이 죽어있던 내 감성을 일깨웠는지 눈물이 주르륵 자꾸만 흐른다. 내가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인다. 오카리나 연주는 자연의 위대함에 한 줄기 찬양인 듯했다.

끝없이 넓은 소금사막엔 하늘과 땅이 맞닿아 어디까지가 천상이고 땅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마치 신의 세계에 잠시 머무르는 듯했다.

이런 세상 풍경도 있었나 싶다. 반영이 일어나 끝도 없이 펼쳐지는 흰 세상은 어디가 구름이고 어디가 소금사막인지 구분이 없는 환상의 둥근 세상이 펼쳐진다. 신비롭고 믿기지 않는 경이로운 풍경을 볼 수 있음에 내 존재에 처음으로 감사했다.

오랫동안 구경을 하고서야 조금씩 황홀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너 우유로 만들어진 동화나라니? 그래서 우유니? 하고 싶어진다.

우윳빛 사막이 끝없이 펼쳐지다 구름과 맞닿은 그곳으로 천천히 따라가면 하늘을 만난다. 구름 사이로 웅덩이만 한 하늘이 열리자 소금사막 위에 파란 하늘이 내려앉았다.

하늘 속으로 자꾸만 들어간다. 자꾸만 멀어지는 하늘을 자꾸만 잡으러 간다. 저쪽에서 운전사 겸 가이드가 소리친다. 우유니에서만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진을 찍어준다고 야단이다.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라고 계속하니 나중에는 짜증이 났다. 적당히 하고 그냥 혼자서 우유니에 젖어 있고 싶었다. 나는 내 존재에 대한 감사를 좀 더 오래 좀 더 많이 갖고 싶었다.

우유니는 이처럼 사람으로 하여금 잃어버렸던 감성까지도 일깨우는 곳이다. 길지 않은 시간에 여러 가지 감정이 일어남을 경험하게 해주는 주는 매력의 우유니다.

마추픽추가 신비한 문명에 대한 궁금한 것들을 해소해 주는 차원이었다면 우유니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차원이었다.

그래서인지 소금사막 우유니를 찾는 관광객이 엄청나다. 나무 한 그루 없어 휑한 사막 같은 이곳에 우유니를 오는 사람들을 위한 가건물처럼 생긴 공항이 덩그러니 있었으니 말이다.

우유니에서 별구경을 하려 했었는데, 실패했다. 날이 흐려서 우유니의 더 환상적인 풍경은 되었지만, 밤하늘의 별은 볼 수 없었다.

좀 더 기다려 깊은 밤이 되었다면 가능했을지 모르나 자칫 넓은 사막에 길을 잃어버릴 수 있어 제한된 시간에는 나가야 하는 규정 때문에 실천할 수가 없었다. 아쉬움이다.

다음 날 새벽에 해돋이를 구경하려 일찍 나갔지만, 날이 흐려서 이루지 못했다. 새벽부터 하루종일 우유니를 걸었더니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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