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키와 체를 사용하는 집이 없지만, 예전에는 집마다 키와 체가 없는 집이 없었다.키(簸)는 곡식 등을 까불러서 알곡과 쭉정이, 티끌, 검불 등을 걸러내는 도구를 말한다.키는 버드나무나 대나무로 만드는데 대나무가 흔한 남부지방에서는 대로 엮은 것을 많이 썼고, 중부지방에서는 고리버들을 엮어 만든 것을 많이 썼다.대나 버들을 납작하게 쪼개, 앞부분은 넓고 편평하게 엮으며 뒤로 갈 수로 좁아지고 끝은 살짝 움푹 들어가게 짠다. 키의 앞쪽 양쪽에 넓적한 날개를 달아 바람이 잘 일어나게 한다.곡식을 타작하고 알곡과 쭉정이를 걸러내기 위
늙수그레한 사내가 늙은 어머니랑오일장마다 싱싱한 서해바다를 펼쳐 놓는다고무다라이에 파도가 치면 지나가던 꽃무늬 원피스는 비명을 지르고우르르 모인 사람들은 바다를 흥정한다 사내는 달라붙는 낙지를 비닐 속으로 밀어 넣으며이놈의 낙지는 젠장 잘도 붙는구만남들 두 번씩이나 간 장가를 한 번도 못가고육십 넘도록 간기 절은 옷만 빨고 있으니 혼잣말이 덤으로 얹어지고지폐 몇 장으로 싱싱한 서해바다를 계산한다 한 치의 오차 없이 딱 맞는 눈금에 서운함이 찔끔 더해지면노모는 검은 봉지를 슬쩍 잡아당겨 소라 하나 얹어준다 엄니, 남는 것두 읍쓔 펼쳐
서양에서는 옛날부터 예술작품이나 건물, 생활용품을 배치할 때 황금비율을 매우 중요시했다.황금비율은‘황금분할’이라고도 하는데, 8등신의‘밀로의 비너스상’이 황금비율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황금비율은 르네상스 시대의 수학자‘루카 파치올리’라는 사람에 의해‘신의 비율’이라고 명명되었다.황금비율은 선을 긴 부분과 짧은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긴 부분과 짧은 부분의 비가 긴 부분과 전체의 비와 같게 되도록 분할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신의 비율은 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큰 영향을 준다.서양사람들이 말하는 황금비율은 1 :(1:1.61
냇물에서 오리들이 봄의 깃털을 고르고 있다 막 동면을 빠져나온 목련이엉킨 생각을 풀고 희디흰 날개를 펼치는 사이, 북쪽 하늘이 무거워졌다 길을 잘못 든 샛노란 개나리들이 냉기에 떨고출구를 잃은 바람은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봄볕은 시간마다 화선지를 갈아 끼우고지난겨울 급하게 이어놓느라 생긴 다리의 난간을 초록으로 붓질한다 늙은 고양이 꼬리까지 색을 얹고쉴 틈 없이 지친 몸 물감을 찍어 냇물에 그린 물 그림 일렁이는 봄바람에 자꾸 떠내려가자오리가 냇물에 발바닥 낙관을 찍어 봄 한 점 완성된다,
요즘 길거리에서는 개인형이동장치(pm)를 타고 신호를 무시한 채 도로와 인도를 오가며 위험하게 주행하거나, 2인 이상 동반 탑승해 운행하는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개인형 이동장치’란 전기동력을 이용해 저속으로 움직이는 1인 운송 수단으로, 도로교통법 제2조 19의 2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중 최고속도 시속 25km 미만, 차체 중량이 30kg 미만인 것으로 전동킥보드, 전동이륜평행차,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를 말한다.이 장치는 가까운 거리를 빨리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한 기동성으로 인해 주로 10대에서 3
날마다 엔딩슬픈 영화의 한 대목을 베낀 것처럼자주 극極으로 치닫는다 구간 밖의 세상은 모든 극劇으로 연출되고 내일 꽃 피리라 기대하고 능소화 꽃 피는 방향으로 갔더니온도를 높이던 꽃은 이미 눈 밖으로 내몰리고 소문의 혓바닥에 돋는 고리는 자주 끊어지고 정작 너를 만난 구간은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던 집아마 쏟아지고 만 술병의 어느 부분이었을 것이다 취한 질문들이 늘어나고계절을 놓친 화분들이 유리창을 넘어가도 손 놓지 못한 어제가 자꾸 돋아난다고 벚나무처럼 웃음을 달고 사는 사람이나떫은 낙과처럼 슬픔을 물들이는 사람도 모두 한 구간을 간
엊그제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과 점심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내내 가졌다.점심은 보리굴비를 시켰는데, 품격있는 접시에 가로로 놓여있는 모습이 참 먹음직스러웠다. 맛을 보니 짭쪼름하면서 아주 담백했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밥 두 그릇은 너끈히 비웠을 것이다. 굴비는 조기로 만든다. 조기의 아가미를 열고 조름(물고기 아가미 안에 있는 빗살 모양의 숨 쉬는 기관)을 떼어낸 후 깨끗이 씻고 건조 시킨 후 소금을 아가미에 가득 채우고, 몸 전체에 소금을 뿌린 후 항아리에 담아 이삼일쯤 절인다.절인 조기를 꺼내서 삼베 보자기에
“찐티엔 워 쭈오 똥 바(今天我做东吧. 오늘은 내가 쏠게)”. 중국 식당에 가면 자주 듣는 말이다.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오늘 제가 동쪽을 할게요" 라는 말입니다. 중국에서는 동쪽의 역할이 ‘주인’의 의미로 쓰입니다.전통적인 남향집을 봤을 때 동쪽과 서쪽에 사랑채가 있었는데 그 중 동쪽에는 주인이 머물고, 서쪽엔 손님이 머물게 되었답니다.그래서 내가 동쪽 역할을 하겠다는 말이 주인 역할, 돈을 내겠다는 의미로 옮아 왔답니다. 우리나라 옛 서원에도 동재, 서재가 있었는데 동쪽에 선배들이 머물렀다고 합니다.중국 전통문화에서 “
뽕짝으로 불리던 트로트 열풍이 대단하다. 말 그대로 트로트 전성시대다. 5년 전 미스 트로트 대회에서는 송가인이 큰 두각을 나타냈고, 이후 이루어진 미스터 트로트대회에서는 임영웅이 뭇사람들의 감정을 사로잡았다.70~80년대 이후 포크송, 발라드풍에 밀리던 트로트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TV 프로그램마다 트로트 경연대회가 한창이다. 요즘은 ‘현역 가왕’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일인자를 뽑았는데 고등학생인 전유진이 1위를 했다고 한다.한국에서 이렇게 트로트 열풍이 일자 일본에서도 엔카의 열풍이 다시 이는 것 같다. 조만간 한일(
윤동주 시인님! 안녕하세요? 저는 윤 시인님보다는 후대에 태어났지만, 윤 시인님처럼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신 고마운 조상님들 덕분에 윤 시인님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독립한 대한민국에 사는 초로(初老)의 여성입니다.저는 10대 때부터 윤 시인님의 시가 좋았어요. 서시(序詩) 앞 구절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를 국어 교과서 맨 앞장에 써 놓고 윤 시인님의 맑고 순수한 영혼을 짓밟은 시대의 아픔에 저 역시 분노하고 가슴 한 편이 시렸어요.세월이 흘러 제가 자식을 낳고 보니 윤 시인님의 부모님이 떠올랐어요. 반듯하고 강직한 외모
아들이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사겠다고 인감도장을 파고 서류를 떼고 부산을 떤다.요즘은 다 서명으로 하는데 왜 도장을 파니 하고 물으니 아파트 매매 서류에는 인감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한다.3만 원을 주고 좋은 재질로 품격있는 인감을 새겼다고 자랑한다.요즘은 서명으로 하고, 도장을 잘 쓰지 않는 시대가 되었지만, 10년 전만 해도 개인 필수품 1호였다.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주는 선물이 도장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도장포(圖章鋪)가 많았고, 중후한 인감도장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서양은 동양처럼 도장을 찍는 것보다
요즘, 국민의 뜻에 반하는 정치권이 한심하다.국민의 힘이나 민주당 모두 하는 짓거리가 가관이다. 공천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습이야말로 유구무언이다.분노와 증오를 넘어 완전 정치 혐오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전직 대통령이 여론을 듣지 않고 최측근을 옹호하다 단초가 되어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난 적이 있었다.또한, 지금은 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걸려있는 상태에서 공정한 공천을 하다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과연 그 결과에 누가 승복할 것이며,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민심이반과 공천 결과에 불복하는 도미노 현상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걱정이다
아무데나 불쑥 제 푹신한 엉덩이를 내밀어사람들의 엉덩이를 편안하게 들어앉히는 접는 의자사람들의 엉덩이가 앉았다 떠날 때마다접는 의자의 엉덩이는 반질반질 닦여진다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나면 엉덩이를 들이밀고사무실 한 구석에 우두커니 기대서 있는 접는 의자더는 아무데나 불쑥 제 푹신한 엉덩이를 내밀 수없어세상 어디에도 그에게는 제자리가 없다제자리가 없어 더욱 마음 편한 접는 의자엉덩이를 폈다 접으며 그는 하늘에 가 닿는다.
성큼 허락하지도 못하면서왜 가슴이 뛸까 그냥 맞이하면 될 것을무엇을 준비하려는 걸까 언제쯤이라야네 말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얼마나 가식의 옷 닳아야양팔 벌려 환영할 수 있을까천년의 바람이엉킨 가면을 벗겨주고억겁의 바위가 닳도록 얼마만큼 인연의 끈이 더께져야쉬이 맞이할 수 있을까 내일 가도 돼?
요즘 모 TV에서 ‘고려 거란 전쟁’드라마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11세기 거란족은 동북아시아의 최강국이었다.그런 거란이 세 차례에 걸쳐 고려를 쳐들어 왔고 이로 인한 고려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2차 침입 때 현종은 남쪽으로 몽진을 한다. 몽진(蒙塵)은 ‘머리에 먼지를 뒤집어쓴다.’라는 뜻으로 임금이 난리를 피하여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또 다른 말로 파천(播遷)이라고도 한다.현종은 1010년 음력 12월 28일 나주로 피난지를 정하고 원정왕후 김씨, 원화왕후 최씨와 함께 피난길에
어릴 적 엄마와 나는 서로 뜻이 맞아 알콩달콩하다가도 순간 틀어지기가 다반사였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너랑 똑같은 딸 하나 낳아봐라.” 하며 야단쳤고, 이에 질세라 나도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며 톡 쏘아붙이곤 했다. 물론 냉전은 오래가지 않았다.결혼하고 얻은 첫딸은 매사 엄마에게 기대던 나와 달리 모든 것을 제 손으로 하며 자랐다. 엄마의 유일한 나무람이었던‘너랑 똑같은 딸’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그 딸이 지난가을 아이를 낳았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이후 아기가 분유를 잘 먹지 않는다며 전화상으로 한두 번 물어오긴 했지만
숲에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큰 나무만 사는 것도 아니다숲이 그리워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숲을 만나러 숲속으로 들어가니숲은 보이지 않는다어떤 숲은 산등성이로 올라가 조용히마을을 내려다보기도 하고어떤 숲은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마을 어귀에서 걸음을 멈추고사람 사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있다외롭고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울면워-워- 바람소리로 감싸주고때론 등을 토닥여 주기도 한다지나고 보니 알겠다큰 나무만 숲이 되는 것이 아니듯잘 난 사람만 사람 노릇하는 것이 아니듯키 작은 나무도 멧새도 직박구리도다 함께 숲이라는 것을함께 어울려 따뜻한 숲이
얼마 전 뉴스에 경기 남부지역에 까마귀가 떼로 출몰하여, 차는 물론 지나가는 사람 옷에도 분비물이 떨어져 매우 불쾌하고, 울음소리 때문에 기분이 나쁘다는 지역주민의 호소가 있었다.까마귀는 까마귀과에 속하는 새다. 새 중에서 아주 지능이 높을 새로 분류된다.사람의 눈을 피해 음식물 탈취는 물론 도구를 사용하여 먹이를 취하기도 한다.우리나라에서는 건망증이 심한 사람에게 ‘저 사람 까마귀 고기 먹었나?’라고 하지만 실제로 까마귀는 똑똑한 새다. 한국에서는 흉조(凶鳥)로, 중국에서는 길조(吉鳥)로 알려져 있다.우리나라에서 까마귀를 흉조로
서너 달이나 되는 듯, 길고 힘든 한 달이 지나갔다. 올해로 100세가 되신 친정아버지께서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지시는 바람에 고관절 대퇴골이 골절되어 우리 형제자매들은 정신없이 바쁜 한 달을 보내야 했다.새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신 아버님은 자식들을 불편케 안 하시려고 실버타운에 들어가 지내셨다.주말이면 특별한 볼일이 없는 자식들은 모두 모여 아버님을 모시고 외식을 하기도 하고 춥거나 덥지 않은 계절에는 우리 농장에 모여 아버님과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도 했다.그러나 코로나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몇 달 못 모시고 지내던 차
어머니의 냄새는 짠 내였다들에서는 진땀을 흘리고바다에서는 갯것을 더듬고하늘에는 눈물로 올린 기도가하얗게 소금으로 피어올랐다쓴맛 단맛을 다 보고 나서짠맛을 골라 몸 어딘가에 숨겨 두었는지늘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흘렀다 바다를 건너가신 지 이십여 년이 지나도나를 따라다니는 냄새소금 단지를 열거나 새우젓 종지를 보면숨을 깊이 들이마시게 되고 가끔은 헛물을 켠다 무덤에는 함초가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