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사겠다고 인감도장을 파고 서류를 떼고 부산을 떤다.

요즘은 다 서명으로 하는데 왜 도장을 파니 하고 물으니 아파트 매매 서류에는 인감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한다.

3만 원을 주고 좋은 재질로 품격있는 인감을 새겼다고 자랑한다.

요즘은 서명으로 하고, 도장을 잘 쓰지 않는 시대가 되었지만, 10년 전만 해도 개인 필수품 1호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주는 선물이 도장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도장포(圖章鋪)가 많았고, 중후한 인감도장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서양은 동양처럼 도장을 찍는 것보다는 서명을 위주로 했다. 하얀 깃털에 펜촉을 끼우고 잉크를 찍어 멋들어지게 서명하는 모습을 지금도 TV를 통해 종종 볼 수 있다.

이 서명 문화가 현재 우리 생활에 젖어 들었다. 그 여파로 그 많던 도장포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도장의 유래를 살펴보면 참 재미있다. 도장은 서로 간 불신(不信)에서 생겨났다. 춘추전국시대는 말 그대로 혼란의 시대였다. 천자(天子)가 있음에도 명을 따르지 않고, 제후들 간 영토를 확장하기 위하여 수많은 전쟁을 했다.

그러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여러 제후가 한자리에 모여 단(壇)을 높이 쌓고 하늘에 맹세한 내용을 꼭 지킨다는 뜻에서 동물의 피를 나누어 마시거나 입술에 발랐다.

이를 삽혈(歃血)이라고 한다. 이때 희생물이 소가 대부분이었다. 한자로 희생을 【犧牲】 이렇게 쓰는데 부수가 모두 소우(牛) 변을 쓰고 있다.

그러나 얼마 후 하늘에 맹세한 일은 까맣게 잊고, 이익을 좇아 또 침략행위를 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평화롭게 지내자는 의미에서 좀 더 항구적인 담보물을 교환했다.

그 대표적인 담보물이 바로 인질(人質)이다. 그 인질이 오늘날 인감도장과 같은 역할을 했다.

한나라 때 채륜이 종이를 발명하기 전, 사람들은 대나무로 만든 죽간(竹簡)에 글을 썼다. 요즘 우리가 쓰고 있는 책(冊)자 바로 이 죽간의 형상을 본떠 만든 글자다.

중요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보낼 때는 죽간에 쓴 글씨를 남이 보지 못하게 하려고 진흙으로 싸서 봉했다.

하지만 전달하는 사람이 뜯어 볼 염려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진흙이 마르기 전에 일정한 표시를 했는데, 매번 죽간을 보낼 때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번거로워지자 자신을 상징하는 부호를 새겨 찍기 시작했다. 이것이 도장의 유래다.

도장의 재질은 목도장, 옥도장, 상아 도장, 벽조목 도장 등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목도장 재질은 회양목인데 봄에 화단에 노란 꽃을 피운다.

이 나무를 도장 나무라고 했다. 회양목으로 판 도장을 막도장이라고도 불렀다. 성과 이름 세 글자를 새겼다. 처음에는 목질이 노란색이지만 세월이 흐르면 사람의 손때가 묻어 밤색이 되었다.

인감도장은 주로 옥이나 상아를 재질로 한 것이 많았다. 옥이나 상아 모두 구하기 어려운 고급재질이라 선물용으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한동안 유행한 상아 도장은 수코끼리를 죽여야만 얻을 수 있어 유통이 금지되었다.

민간에서 벽조목(霹棗木) 도장을 선호했다. 오래된 대추나무가 벼락을 맞는 순간 주변의 사악한 기운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대추나무는 신성한 나무로 다시 태어난다. 그 순간 하늘의 정기를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

그래서 벽조목은 도장뿐만 아니라 한 조각이라도 몸에 지니면 액운을 피할 수 있다고 믿어 많은 사람이 선호했다.

그러나 사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구하기도 어렵고 구해도 너무 단단하여 도장 몇 개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일반 대추나무는 물에 뜨지만,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물에 가라앉는다. 그만큼 단단하고 무게가 다르다. 오래된 대추나무가 벼락을 맞는 이유는 철 성분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어린 사람의 이름은 한글로 많이 새기지만 인감도장을 새길 때는 한자로 많이 새겼다. 무게감 있게 보이기 위해 전서체(篆書體)로 많이 새겼다.

보통 도장은 성과 이름을 새기고 인(印)자로 채웠다. 인(印)은 찍는다는 의미가 있다. 도장에 인주를 묻혀 찍는 것을 날인(捺印)이라고 한다.

벼락맞은 대추나무, 출처:다음카페 행복한 중년들대추나무
벼락맞은 대추나무, 출처:다음카페 행복한 중년들대추나무

도장에는 성과 이름 외에 인(印), 신(信), 장(章), 점(.)이 들어갈 수 있다. 인(印), 신(信), 장(章), 점(.)을 넣는 이유는 성명학에 따른 것으로, 이름의 부족한 획수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획수가 부족하면 총년 운세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홍길동(洪吉童)의 홍(洪)의 획수가 9획이고, 길(吉)은 6획, 동(童)은 12획이다. 전체를 합하면 27획이 된다.

()을 붙이면 = 洪吉童(27)+ 5=32

()을 붙이면 = 洪吉童(27)+ 9=36

()을 붙이면 = 洪吉童(27)+11=38

()을 붙이면 = 洪吉童(27)+ 0=27

그러면 홍길동은 도장을 새길 때 성명과 함께 印, 信, 章, ‘.’중 어떤 글자를 채워야 좋을까? 아래의 블로그에 들어가 확인해 보면, 인(印)을 붙이면 (32) 등룡격이고, 신(信)을 붙이면 (36) 의협격, (38) 장(章)을 붙이면 실의격이다. 점(.)을 붙이면 (27) 중단격이다.

그러므로 홍길동의 인감은 (32) 인(印)을 붙이는 것이 가장 좋다. 洪吉童印 이렇게 새기는 것이 총년운세에 좋다고 한다.

[이름&도장] 81수 해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https://blog.naver.com/elimskkim/221692093778

이름&도장 81수 해설, 출처 https://blog.naver.com/elimskkim/221692093778
이름&도장 81수 해설, 출처 https://blog.naver.com/elimskkim/221692093778

나는 도장을 새길 때 어떤 자(字)로 채우는 것이 좋을까? 위와 같이 획수를 세고, 블로그로 들어가 확인하면 어떤 자(字)로 채우는 것이 좋은지 알 수 있다.

물론 옛 선인이 만든 것이지만 내가 지닌 도장으로 인해 내 마음이 편해진다면 한번 믿어보는 것도, 인생을 사는 아름다운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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