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석(영문학박사. 충남희망교육연구소장.한국교원대초빙교수)

‘비정규직’이란 단어 그대로 정규직이 아닌 고용 형태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상 비정규직은 근로 방식 및 기간, 고용의 지속성 등에서 정규직과 달리 보장을 받지 못하며, 계약직, 임시직, 일용직 따위가 이에 속한다.

비정규직은 정식으로 고용되어 있지 않아 근로 기간의 제한과 기한이 있으며,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 또한 4대 보험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비정규직 인생, 학교서 보고 배우는 아이들>이라는 기사로 한겨레신문에서 교직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지금 교육현장에는 비정규직이 너무나 많다. 기간제 교사를 비롯한 영어강사, 체육코치 , 방과 후 강사 그리고 학교현장의 업무만큼이나 많은 보조사, 실무사 등 약 5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초·중·고등학교의 기간제 교사는 2007년에는 전체 교원의 4.1%이었으나, 2013년에는 9.0%로 6년 새 두 배나 늘어났다.

이 외에 돌봄 강사와 특수보조원, 영어전문회화강사, 행정 및 교무 보조원 등 비정규직도 같은 기간에 1527명에서 1만4120명으로 열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교육신문의 자료에 의하면 기간제 교사 3만 9974명 가운데 45.9%(1만 8344명)가 학급 담임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년 전에 비해 배나 늘어났다. 어찌 보면 이와 같은 비정규직 교직원의 증가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고용구조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그 교육적 함의가 너무 크기에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교육은 아이들이 배움과 성장을 통하여 꿈을 찾게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바로 그 교육현장에서 자신의 꿈을 찾지 못하고 한시적인 기간 동안만 활동하는, 고용 불안 및 저임금 등으로 풀이 죽어 있는 비정규직 교직원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결코 좋은 교육적 본보기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교육당국에서는 교직원의 정원 확보에 미온적인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지난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그나마 법전에 남아 있는 정원까지 삭제해 버렸다고 하니, 교단의 안정화에 대한 어떤 대책이라도 있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어떤 마지노선도 없이 계속해서 늘어가는 비정규직 교직원을 보면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교육적 행위에는 언제나 교사의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제기되고 있는 문제를 보면 이런 관점들이 아예 무시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반 교원들이 학교 현장에서 기피하고 있는 업무나 담임 등에 기간제 교사들을 집중 배치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이고 총체적인 지도가 아예 무시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간제 교사나 비정규직 직원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에 따라서는 매우 우수한 능력과 자세를 갖춘 분도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기간의 고용과 신분 불안 때문에 책임성 있는, 그리고 지속적인 교육활동을 펼칠 수 없는 데서 생기는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짧게는 두세 달, 길어 봤자 1년 정도의 기간만을 맡게 되어 있는 현행 제도는 애초부터 교직원의 열정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포츠 강사, 보조강사, 실습보조원, 조리사, 영어회화 전문 강사, 기숙사 사감 등 비정규직의 문제 또한 적지 않다.

누구나 일을 하면서 자신의 일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누려야만 제대로 할 수 있다. 늘 그들의 어깨를 쳐지게 하는 실직 불안, 신분 불안이 그들에게 있는 한, 그들은 자신의 일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게 된다. 교직원의 만족 없이는 학생의 만족과 감동을 기대할 수 없다. 교육은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보람과 긍지가 있어야 한다. 특히 교육을 펼치는 교사의 높은 전문성과 자신감은 학생들에게 신뢰와 감동을 주게 된다.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과 지도능력이 있다 해도 실직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한, 그들은 제대로 된 교육활동을 펼칠 수 없다. 더욱이 정규직 교원들이 회피하고 있는 담임이나, 업무를 맡게 하는 방식으로는 비정규직 교직원들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시작부터 잘못된 생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학교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확대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들의 수준과 능력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서 그들이 단계적으로 교육현장에 안착하여 교육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낼 것을 제안한다.

언제까지 그 많은 사람들을 비정규직으로 구분하여 갈라놓고, 교육현장에서 보따리 장사처럼 떠돌게 할 것인가?

지금의 학교 교육 문제도 산재하지만, 학교 비정규직 문제는 어쩌면 그보다 선결해야 할 과제가 된 지 오래다.

비정규직 문제는 학교에서부터 해결해야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노동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도 장래 노동의 순수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지금, 아이들은 학교에서부터 비정규직을 만나고 노동 차별을 배운다.

한데도 가장 인간적이고 교육적이어야 할 학교에서, 가장 비교육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대로 놔두고 우리 교육을 말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편법 부당한 비정규직 문제는 학교가 먼저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20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채용에 대한 법률마저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아무런 권리가 없는 유령 같은 존재로 대접받고 있다. 이제는 그들이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고 교육 공무직으로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장이 아니라 교육감이 직접 채용하여 해고 걱정 없이 책임 있게 일하고, 호봉제를 실시해서 저임금의 시름을 덜고,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안에서 비정규직의 피눈물이 사라져야 한다. 그게 좋은 학교 만들기의 근본이다. 비정규직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열심히 살지 않은 특정 누군가의 이야기도 아니다.

바로 나의 부모의 이야기며, 친구 이야기며, 내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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