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문지기의 아들이 죽었다고 해서 울고 있는 아이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아이에게 ‘문지기의 아들이 죽은 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어’하고 소리친다. 그러나 그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 John Stein Back의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중에서 -

이것을 세계적인 지성 시몬느 드 보봐르는 “서로를 맺어주는 '관계'라는 것, 즉 상관이 있게 해준 것은 눈물이다.

보봐르는 내가 남을 위해서 울 수 있다면, 만약 그랬다면, 나는 그와 관련을 맺은 것이다. 만약에 누가 나를 위해서 눈물을 흘려주었다면 나는 그와 더불어 이미 어떤 관계를 맺은 것이 된다. 문지기의 아들이 부인하더라도 이미 그를 위한 눈물이 흘려진 이상 주인의 아들과 그와의 관계는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그렇다. 우리는 아무리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무엇인가 서로 주고받을 것은 가지고 있다. 그것은 금과 은이 될 수도 있고 그보다 더 값진 무엇일 수도 있을 것이다.

굶주린 자는 배고픈 자에게, 배고픈 자는 더 굶주린 자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그 뭔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 관계가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가? 가정, 학교, 사회 그 어느 곳도 미소와 눈물 같은 인간의 감성을 터치하고, 감사와 행복을 수용하는 미덕이 전에 비해 너무 많이 부족하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아픔과 병리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화라는 그물망의 맨 밑바닥에 있는 원청업자, 하청업자, 재하청업자로 이어지는 사슬의 맨 아래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의 삶의 고단함.

입사하는 순간부터 구분지어지는 엘리트로 나아가는 길에서 소외된 자, 사회의 최하층에서 부랑하며, 직업적 조직원에게 핍박받는 부적응자.

그리고 학교나 조직에서의 왕따 문제, 치열한 경쟁사회, 어느 곳에서나 만연된 폭력과 붕괴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예의 부재와 도덕 불감증이 난무한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희망이 안 보이는 이 슬픈 상실의 시대를 조장하는 진정한 악역은 누구란 말인가 하는 그런 의문에 놓이지 않을 수가 없다.

하루하루의 삶을 눈물 날 정도로 충실하게 살아가는 성실한 사람들에게서 최소한의 꿈마저 빼앗아버리도록 만드는 것이 악역을 맡은 사람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그 사람들이 그런 삶을 살도록 만드는 더 큰 것은 무엇일가?

그런 사회를 조직하고 운영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리고 애써 노력해서 그 먹이 사슬의 높은 곳에 속한 사람을 경멸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는 다 공범이다.

끝없는 숙제라 아니 할 수 없다. 성실히 살아가려는 우리 시대의 한 개인의 노력이 마침내 성공이라는 삶보다는 아픔을 견디지 못해 극적으로 무너져 내리는 삶, 즉 구조적 모순 덩어리의 사회에서 우리는 가슴 절절한 슬픈 운명으로 살아가야하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

이런 모순과 사회 저변에 부정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는 갈수록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감성을 터치하며 작은 존재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적 사유(人文的 思惟)가 필요하다.

남의 아픔을 뒤로하지 말고 적극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보살필 일이다. E.Q(감성지수)를 키우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학교 뿐만 아니라 사회 저변에 확산되면 하나의 숙제를 해결하는 셈이다.

그 다음으로는 인간의 본질과 함께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임기응변으로 여론에 급급하기 보다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빨리 파악하고 그에 따른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합리적 명분과 절차적 정당성에 입각하여 사회가 돌아가는 가를 관심을 갖고 분노하고 참여하여 바꿔 나가야한다.

‘먼 곳에 있지 않아요, 내 곁에 가까이 있어요, 하지만 찾을 수 없어요, 그 대 마음은 아주 먼 곳에~~’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역사인식, 그리고 우리들이 처한 상황인식을 냉정하고 분석적으로 다뤄, 우리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 날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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