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송명석(영문학박사, 무일교육연구소장)

세종시가 외국어 교육 열풍으로 국제고냐, 외국어고냐 하는 쟁점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송인옥 성남고 교장은 “2013년도에 세종시에 외국어고등학교 설립 시 관내 중학교 졸업생들이 외국어고등학교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져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다양성 확보, 공교육 강화, 세종 교육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제고 설립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학출 세종시교육희망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외국어고 입시를 준비한 학생과 학부모를 고려하고, 이 지역의 교육예산은 이 지역 아이들에게 투자돼야 함을 고려해 당초 계획대로 외국어고가 설립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신정균 교육감은 외국어고의 국제고 전환 움직임과 관련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지역주민과 교육가족 등을 대상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과 어떠한 형태의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세종시와 세종시 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세 분의 논리에 나름 공감하면서 현장에서 영어를 강의하는 입장에서의 필자의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세종시는 명실 공히 특별자치시, 행정중심복합도시다. 누가 뭐래도 정치, 교육의 본산인 셈이다. 따라서 모든 위상이 여타 시도와는 달라야 된다. 그리고 그런 위상에 맞는 외국어 교육 수준도 갖춰야 한다. 청심국제고, 서울국제고, 인천국제고에 이어서 세종시에도 품격을 갖춘 국제고 설립이 필요하다.

시의 위상에 걸 맞는 외국어 영재 교육, 귀국학생들을 위한 배려 교육이 요구된다. 요즈음 영어는 국가 경쟁력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국제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위상에 걸 맞는 외국어 영재 교육이 필요하다

세종시는 이미 연기군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우수한 두뇌들이 하나씩 둘씩 모이는 종합 행정 복합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그에 걸 맞는 수준의 교육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 세종특별자치시가 발전해 갈수록 학부모들의 영어에 대한 열망과 몰입교육의 필요성은 점점 커져만 갈 것이다.

이런 열망에 부응하고, 향후 완전 자족기능의 세종시가 제 자리를 찾을 때 국제적 감각을 갖춘 외국어 인재를 포괄적 범위에서 선발․교육하는 것이 외국어고가 세종시만의 자원으로 선발하는 것에 비해 훨씬 경쟁력이 있다.

귀국학생들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필요하다

외국에 살다가 귀국하게 된 귀국학생(Returnee) 지도를 위한 연수가 필수적이다. 그들은 부모와 함께 외국에 나갔다가, 그 곳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외국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들이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 경우엔 문화적 충격으로 인해 적응을 잘 못하고 있다. 

그들을 위해 현재 일부 학교에서 몇 몇 교사들이 특별학급을 운영하면서 지도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관리,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겐 학교공부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언어, 친구관계, 학교질서와 규칙, 선생님과의 관계 등도 매끄럽지 못하다.

그렇다고 일부 부유층을 위한, 국제적 유능인의 양성을 위한 길은 현실과 맞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인재를 발굴하여 영재 교육이 필요하고, 그것이 곧 헌법 제 11조의 상대적 기회 균등차원에서 합헌적이다.

외국어고에서는 현행 입시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교육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한국의 글로벌기업이 실질적인 영어공용화를 도입하는 이유는 기업의 생존이 영어경쟁력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가경쟁력도 영어경쟁력 강화에 예외일 수가 없다. 실제로 영어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세계 최고의 국가경쟁력을 가진 국가는 거의 예외 없이 영어공용국가이거나, 국민 대부분이 영어를 거의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영어선진국’인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라 밖의 현실은 이런데 국내에선 아직도 ‘영어공용화’ 주장이 금기시되고 있다. 영어교육의 확대를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영어는 해외와 직접 경쟁하는 사람들이나 필요하지 대부분의 국민들은 번역사와 통역사를 통해 영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더 나아가 세계화 시대에 국가 정체성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영어를 국민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한국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이들은 국제 현실에 걸맞지 않은 언어민족주의를 주장하는 것이다. 요즘 글로벌기업에선 영어를 외국어로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입사시험이나 업무평가에서 영어능력을 기본능력으로 평가하고, 일상 업무도 영어로 처리하는 부서도 늘고 있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 직원과 임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일부 기업에선 영어가 한국어를 대체하고 있다.

경제학 차원에서 보면 영어모범국가들이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경쟁력을 가진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우선 영어가 글로벌 지식경제시대의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에서 영어를 하는 사람은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정보, 지식, 네트워크, 그리고 교육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

국제교육은 현재의 근시안이 아닌 미래지향적으로 볼 때 절실하다

국제고는 귀국학생이나 외국인 자녀 등을 위한 학교로 마련된다. 따라서 여타 다양한 학교를 국가가 설립하여 다양한 사고와 다양한 자질을 가진 아이들을 다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제고는 외국어고와 다르게 국어와 역사 등을 제외한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이는 영어 소통 능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중요한 이유다.

국제고의 장점은 국내에 머물면서 해외 유학생과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것이다. 국어, 역사, 제 2외국어 등 몇몇 과목을 제외한 모든 수업이 ‘완전 영어 몰입교육’으로 이뤄진다.

또한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닌, 토론식 미국, 영국식 수업 체제로 운영된다. 학교에 따라서는 현지 고등학교 원어민 교사의 화상강의를 현지 학생들과 함께 듣기도 한다. 학교 안에서는 학생들끼리도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 한다. 따라서 외국어고와는 다른 환경에서 수업을 듣는다.

참고로 서울국제고는 영어듣기 평가로 Pass·Fail을 결정한 후 심층면접 , 청심국제고는 영어평가와 면접, 인천국제고는 이수능력평가, 부산국제고는 인문·사회능력평가 시험을 치른다.

각 학교마다 평가 과목과 방식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큰 비중을 두는 것은 학생의 영어 능력 평가다.

이에 반해 외국어고는 중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파행 때문에 영어면접이나 전문성 측정을 못하고 내신위주로 선발하다보니 일반계 고등학교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외국어 경쟁력을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가 자명하다.
따라서 국제고가 설립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영어가 사회전체를 개방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영어가 자유롭게 통용되면 외국인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게 되고, 외국인의 한국 거주 비용이 낮아짐에 따라 외국인의 공급도 늘어나게 된다. 외국인에 대한 우리나라의 개방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영어의 확대가 국내 그룹 간의 경쟁을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행정 복합 도시인 세종시가 장차 한국의 중핵도시가 된다고 가정할 때, 세종시는 국제적 감각,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의 모든 저변의 문화를 수용하여 활력 있는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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