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가 설계한 건물로 공주가 몸살을 앓고 있다.

공주시에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발주한 마을회관(경로당)신축공사에 홍익대가 설계한 곳은 유구, 이인, 의당, 신풍, 탄천, 반포, 계룡, 정안, 사곡, 우성, 신관동, 중학동 등 30곳이며 공사 발주금액은 총 38억 7,047만 9,000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공예품전시판매관, 장기면사무소, 정안면사무소 등도 홍익대가 설계를 맡았고, 건축예정인 계룡면 청사의 기본설계도 홍익대에서 맡는 등 공주시에서 발주한 설계를 거의 ‘싹쓸이’해 공주시와의 유착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시공한 건물에서 발생한 하자로 인해 추가 개·보수비용이 적지 않게 투입됐다는 것.

▲ 정안면 복합청사. 유리로 시공돼 냉난방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 마을회관의 방이 대부분 대형 유리벽면으로 되어 있어 난방비가 많이 든다. 저녁시간에는 불빛에 의해 밖에서 안이 다 들여다 보인다.

그리고 사용자의 편의와 실용성을 외면한 채 외관에만 치중해 유리 등으로 시공, 냉·난방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주민들이 건축한지 3년도 안된 건물을 “다시 지어줄 것”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 화월1리 마을회관 방이다. 벽면이 온통유리로 되어 있다.

▲ 유구읍 덕곡리 마을회관. 한쪽 측면 전부가 유리창이다.

▲ 유리 천장 겸 지붕을 다시 개보수해 놓았다.

▲ 유리로 돼있어 물이 새고, 습기가 많아 개ㆍ보수한 천장

홍익대가 설계해 지난 2008년 12월에 신축된 유구읍 덕곡리 마을회관의 경우 복도, 천장, 거실, 방 등, 사방이 대부분 대형 유리와 단창으로 설계, 시공되어 있어 주민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이로 인한 감당할 수 없는 난방비와 농촌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용성이 떨어지는 구조로 주민들이 속을 팍팍 썩고 있는 것 .

지난 주민 A모씨는 “건물 내 천장까지 대형 유리로 설계 돼 빗물이 새고, 습기가 심해 지난 해 10월경 2,000여만이 드는 개·보수 공사를 해야만 했다”며 “건물자체가 난방비만 턱없이 많이 들고, 실용성은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또한 “사방이 대형 유리와 이중창이 아닌 단창으로 돼 있어 마을회비를 추가로 들여 이중창을 설치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붕 물받이가 없어 사방으로 물이 튈 수밖에 없다”며 “화장실의 경우 건물 외부 한 곳에만 설치돼 마을회비로 간이 화장실을 마련했으나, 그나마 지난여름 장마철에 떠내려갔다”고 덧붙였다.

▲ 지붕 물받이. 물홈통에 배수관을 연결해 빗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도록했어야 하나, 출입문 위에 물홈통만 덩그렇게 설치, 우천시 빗물이 건물 사방으로 떨어진다.

지난 2008년 12월 17일 완공된 덕곡리 마을회관의 건평은 123㎡ 단층으로 공사비 1억 2,700만원이 투입됐다.

▲ 대부분의 건물 내외부 벽면이 유리로 이뤄져 습기가 많이 생기고, 냉난방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출입구부터 내부로 연결되는 모든 통로가 협소,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취재결과 홍익대의 설계로 지어진 또 다른 곳 사곡면 화월1리 경로당도 불만이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마을회관의 경우 가로 세로 약 60cm, 길이 약 4m 정도 되는 대형 환기구 통로 2곳이 천장에서 지붕까지 뻥 뚫린 채로 시공돼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민 C모씨에 따르면 “천장에서부터 지붕 위까지 이어진 환기구 사이에 어떠한 개폐시설도 없이 뻥 뚫려 있고, 임시방편으로 얇은 판자 한 장 만이 덜렁 올려져 있는 상태”라며 “납득할 수 없는 설계이자, 시공”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시 공사업자는 “환기구를 없애고 지붕공사를 하면 안 되겠냐?”며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준다면 마을회관에 1천만을 내 놓겠다”고 주민을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시 업자가 농촌지역의 현실을 외면한 홍익대의 설계를 놓고 고민한 것으로 보이며, 결국 설계에 따른 결과 주민들만 골탕을 먹게 된 셈이 됐다.

▲ 사곡 화월1리 지붕위로 솟아오른 환기구. 주민들은 "엉터리 설계로 만들어진 불필요한 환기구"라며 원성이다.

▲ 사곡면 화월1리 마을회관 내부 천장에 만들어진 환기구 박스. 어떠한 개폐장치도 없다. 이곳부터 지붕 환기구 윗부분까지 대략 4m에 이른다. 냉난방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판자 한 장만을 올려 놓은 상태로 무용지물이 됐다.

이 마을 주민은 “이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 했던 공사업체는 어떠한 조치나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보일러를 설치한 바닥이 따듯하지가 않아 건물바닥전체를 다 부수고, 다시 보일러를 깔아야만 했다”며 그동안 부실공사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각 방에 설치된 보조 환기구도 개폐장치가 없어 ‘무용지물’"이며 "건물 외장을 농촌지역에 맞지 않는 ‘드라이피트 공법’으로 마무리해 손쉽게 파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월1리 마을회관은 건평 200㎡ 단층, 공사비 1억 6,398만 5,000원이 소요됐다.

기자가 취재한 2곳 이외에도 홍익대가 설계한 장기면사무소, 정안면사무소, 공예품전시판매장도 비가 새는 등 하자가 발생,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또한 외관을 목재로 마감, 매년 칠을 해 줘야 하는 등 관리비용이 투입돼야 해 ‘돈 먹는 하마’식 설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 이창선 의원이 지난 해 9월 7일 홍익대가 설계한 공예공방촌을 현장 방문한 자리에서 "공주시 역점사업 대부분이 데크목재를 사용했다"며 "이는 시와 업체가 결탁한 것 아니냐?"고 따지고 있다.

급기야 공주시의회 모 의원은 “앞으로 홍익대에 설계를 맡기지 말라”는 지시까지 했으나, 계룡면 청사신축공사를 낙찰 받은 업체가 기본설계를 홍익대에 의뢰, 공주시가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홍익대’식 마을회관 건축은 이준원 공주시장이 지난 2008년부터 “농촌지역에 ‘명품’ 마을회관을 짓겠다”며 야심차게 기획, 기존 마을회관에 비해 ‘더블’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서울 홍익대학교 건축대학에 용역을 의뢰해 건립해 왔다. (관련기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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