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와 충남대학교의 통합 논의가 어느새 기정사실처럼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이 통합이 ‘미래 혁신’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주대의 정체성과 공주지역의 존립을 위협하는 일방적 흡수 통합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 폭주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 대학은 지역과 함께 발전해야 할 공공기관이지, 외부 평가를 위해 지역을 희생시키는 도구가 아니다.
지난 3월 총장 직권으로 체결된 통합 관련 업무협약은 절차적 정당성을 완전히 잃었다. 학내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 누구도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
뒤늦게 실시된 설명회와 찬반 조사는 ‘형식적 절차’일 뿐,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진행된 보여주기식 행사였다. 이것은 국립대의 책임성, 그리고 공공성을 완전히 무시한 심각한 행정 폭주다.
더 큰 문제는 이 통합 추진이 정부의 글로벌30 사업 신청을 염두에 둔 ‘끼워 넣기식’ 결정이라는 것이다.
사업 신청서에 통합 추진 내용을 담기 위해 학내 논의를 생략하고, 지역사회의 의견을 묵살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립대가 시민을 기만한 행정적 배신이다.
대학이 외부 과제 하나 치르기 위해 지역의 미래와 학생들의 학습권을 내던지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공주대학교는 78년의 역사 속에서 지역 인재를 키우고 공주의 문화·경제 생태계를 지탱해 온 충남의 대표 국립대학이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는 통합안은 공주대의 본부 기능을 사실상 폐지시키고, 충남대의 하위 기관으로 편입시키려는 구조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대학 구조조정이 아니라 공주지역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결정이다. 대학 본부가 공주에서 빠져나가면, 지역 청년 유입은 줄고 상권은 붕괴하며, 인구감소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공주는 ‘대학 없는 도시’라는 치명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충남대의 사범대 편제 중심 구조에 공주대 사범대가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공주대의 정체성은 한순간에 지워질 수 있다.
학과 구조조정이 공식화되면, 공주대가 그동안 쌓아 온 교육·문화 자산은 사라지고, 충남 교육의 균형 발전은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이는 결코 ‘상생 통합’이라 부를 수 없으며, 명백한 ‘일방적 합병’이다.
공주대-충남대 통합반대 범시민연대는 분명히 말한다. 지금의 통합 추진은 지역을 버리고 대학의 뿌리를 흔드는 위험한 시도다.
우리는 공주대의 발전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발전의 이름을 앞세운 파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지역과 시민이 배제된 통합은 어떤 명분도 가질 수 없으며, 어떤 합리성도 인정받을 수 없다.
우리는 두 가지 원칙을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대학의 명칭과 정체성은 절대 어느 한쪽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둘째, 통합 논의가 이어지더라도 대학 본부는 반드시 공주에 남아야 하며, 공주가 충남 교육의 중심지로서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지역 미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졸속 추진이 아니라, 원점 재검토다. 정부와 대학은 시민사회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통합 반대 범시민연대는 지역의 권리와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단호히 행동할 것이며, 이 폭주를 반드시 멈춰 세울 것이다. (외부 원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