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산 지나갈곡천 둑 방길 따라가다용주골 들어서면내 누이들의 통곡소리 있어나도 짐승처럼 울어버리는 땅누렁이 냄새나는 몸뚱이 아래그 어린 몸 무참히 짓눌리며살점은 떨어져 나가고뜨거운 생피 솟구쳐 오를 때얼마나 두렵고얼마나 서러웠을까죽음 같은 시간 속에작은 몸 오들오들 떨며두 눈 감고두 주먹 꼭 쥔 채어금니 깨물고굶주리고 헐벗은부모 형제들의 모습사친회비 못 내고 학교에서 쫓기어난때 꾹 절은 동생들의 얼굴 그리며피 묻는 고통과 아픔을혼자 감내하고 감내하였을가련한 내 누이들국가는누렁이들의 아랫도리를 보호 한다고어리고 연약한 몸뚱이에지독한
그랬지요 그랬었다지요기미년 100년 전 삼일운동 일어나던 날태극기 느닷없이 들고 나와대한 독립 만세!목청껏 외쳤던 날 까마득한 옛날이야긴 줄 알았는데공주 거리에서 시장에서공주사람들 구름 떼로 모여독립선언서 다시 읽고대한 독립 만세 다시 목청껏 외치며 공주 사거리로 대통다리 제민천 건너옛 충청감영 터 충남도청 자리공주사대부고 정문 새로 세워진포정사 앞까지 떼를 지어목이 터져라 만세를 부르며태극기 흔들며 행진하는 거 따라가며 보다가 그만 울컥눈물이 솟았지 뭡니까바다 울렁임으로 출렁대는 가슴흰저고리에 검정치마 갈아입고유관순 아니라도 유관
화기(花器)의 폭에높이의 두 배꽃을 꽂을 때1주지로 가장 적당한 길이다 화기에 꽂히는 가지처럼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삶의 길이잴 수 있을까신이 허용한 걸맞은 삶은자신이 가진 폭과 길이를곱까지는 늘려 보는 일 일지도그러나 우리는허용치를 넘거나 미치지 못한다내 안의 고요를 키우지 못해소음에 귀 기울이는 우愚.
어머니 가시지요 어서요어디를?저∼기요 귀가 절벽이신 어머니와땅거미 질 무렵급한 마음으로 실랑이한다 안 간다 안 가82년 사신 집인데그리 쉽게 나설 수 있겠는가 어머니 저희 집으로 공주로요잠시 망설이다일어서시는 어머니 얘야 이 길은 공주 가는 길이 아니야시어머니 요양원 들어가시는 날대답이 막힌다. 내가 왜 이런 악역을 맡았을까?
울면서 먹는 밥울면서 자는 잠울면서 하는 말울면서 부르는 찬송.
고마워 형제형과 아우왜 그런가? 마음 아플 때그 마음 알아주고배고플 때그 배 채워주는 게형제 아닌가 나 비록 그대마음 아플 때알아주지 못하고그대 배고플 때배고픈 배채워주지 못했지만 오늘 나 아픈 마음그대가 알아주니그대 분명 아우일세고마워 민망하게도많이 고마워 앞으로 우리 오래형과 아우 함세서로가 심복이 됨세.
어머니 돌아가시면 가슴속에또 다른 어머니가 태어납니다 상가에 와서 어느 시인이위로해주고 간 말이다 어머니 어머니 살아계실 때잘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부디 제 마음속에 다시 태어나어리신 어머니로 자라주세요 저와 함께 웃고 얘기하고먼 나라 여행도 다니고 그래주세요.
어머니 마지막 며칠비몽사몽 간 병상에서 하는 말씀금매 가자 금매 가자어떻게 억지 좀 해봐억지로라도 휠체어 빌려 타고금매복지원 마지막 몇 달 보내신 곳따뜻하고 조용한 그 곳데려달라는 소원 들어드리지 못해미안합니다많이 속상합니다금매 가자 금매 가자휠체어 빌려 타고 금매 가자그러세요 어머니이제는 휠체어 타지 말고새색시 때 입었던 것처럼유똥 치마저고리깨끼 치마저고리 곱게 차려입고옷고름 산들바람에 날리며 가세요하늘나라 먼저 가서 기다려주세요.
딸 많은 상가집 남편 잃은 딸이 제일 크게 울고가난한 딸이 그다음 울고병든 딸은 울지도 못한 채엎드려 있기만 했었다.
형님형님새벽에만일찍깨어목이메는 형님한분내게있어그얼마나다행인가 오늘이사울어머니다시땅이되시는날 마음깊은형님위로천금보다귀합니다.
누님!이제는정말로 이제는 누님이 어머니가되어 주시어야하겠습니다 저는,어머니 없이는살지 못하는아들이랍니다.
너무 늦게 어머니를잃었습니다너무 늦게 슬픈 아들이되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아픕니다그래도 하늘이 허전합니다땅이 쓸쓸합니다 이제는 허전한 하늘이 되신어머니쓸쓸한 땅이 되신어머니 그 어머니 모시고천천히, 부지런히잘 살겠습니다고맙습니다.
신발신발 바닥이 많이닳았겠다 내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너 또한 내게로 오지 못해문밖에 서서 바장이다가안달하다가끝내 오지 못한 마음 다시 신발이나 한 켤레사서 너에게보내줄까 그런다.
어머니 친상을 당해찾아오는 손님들마다 큰절을 드렸다옛날 예법 그대로 미안하고죄스런 마음에서 그랬을 것이다 처음엔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긴 했지만궁둥이를 조금 들고 큰절을 했다자세도 불편하고 마음도 불편했다보는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왜 사람은 절을 할까?나는 당신의 적수가 아닙니다나는 당신에게 이미 졌습니다나는 온전히 나를 내려놓습니다그런 뜻으로 절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하다절을 하는 동물은 인간 밖에는 없다생각 끝에 궁둥이를 더욱 내리고납작 엎드려 절을 하기로 했다마음이 점점 편해지기 시작했다 될수록 납작 엎드려 절을 드려라그것
“시는 뺄셈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지나고 보니 인생도 뺄셈이었다핸드폰에서 지워지는 이름과 전화번호들옆자리에 앉았다가 떠난 여러 명의 친구와 이웃들 오늘은 어머니를 땅에 묻고 아버지를 병원에힘겹게 모셔다 드렸다어금니 하나를 뽑은 셈이고어금니 하나는 병원에 맡긴 셈이다 늦은 발치지만 많이 시립고 아프다멀지 않아 또 하나 어금니가 뽑힐 때는더 아프고 힘들 것이다인생의 뺄셈은 언제까지 진행될 것인가? 나마저 지구에서뺄셈으로 끝날 때비로소 정답은 나올 것이다.
그리움에 헐벗고기다림에 굶주리다단풍잎 닮은 엽서에그리움 깨알같이 적어빨간 우체통에 넣었습니다. 창문 살며시 간질이며은빛 날개로 다가온 님그리움의 조각들하얗게 풀어내며그렇게 오셨습니다. 빨간 우체통하얗게 물들이며그렇게 오셨습니다.
당신은 히어로물 영화를 좋아하는가? 영화 안에서 다양한 영웅들이 시민을 구하고 지킨다. 하지만 그것은 영화일 뿐이다. 현실에는 날아다니고 떨어지는 구조물을 막아내며 사람을 구하는 영웅은 없다.그렇다면 정말 ‘영웅’ 이란 것은 이 세상에 없을까? 영화처럼 날진 못하고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남들이 도망치는 곳으로 들어가 사람을 구하는 영웅이 있다.바로 소방관이다. 영웅처럼 위기의 순간 나타나 사람을 구하고 생명을 살린다. 공주소방서 실습 둘째 날인 10월16일 오전 10시경 심정지 환자 구급 출동을 나간 적이 있다.노령의 남성이었
한국에서 열리는 축제의 25%는 10월에 열린다. 전국 지자체에서 10월에 축제가 열리지 않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렵다. 이 수많은 것들 중에서 옥석을 가리기도, 차이를 구별하기도 힘들 지경이다.사람들의 선호는 다양해지지만, 축제는 단조로워 지고 있다. 다양성이 소거되었다. 현대인들이 추구하고 있는 욕구들은 점차 고차원화 되어가지만, 아이디어의 범위는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 벽에 균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한계와 경계는 무너질 것이다.공주풀꽃문학제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축제가 시작되기에는 표면적인 조건이 좋지 않았다. 전국의
대숲 아래서/ 나태주 1바람은 구름을 몰고구름은 생각을 몰고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2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3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죽,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4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소리만이 내 차지다.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이른 새벽서역으로 가는 광활한 사막훈장처럼숱 빠진 꼬리를 흔드는 흰 낙타등에는 땟국이 짙은 붉은 안장가도 가도 닿지 못하는하늘 끝에 오르듯약속 아닌 약속 지키듯두 개의 발가락 타가타가옮기는 낙타의 행렬오직 태양만이 주인인바람마저 비켜가는높고 깊은 모래 능선고비, 고비속눈썹이 긴 낙타의 눈망울에피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가끔씩 나도 모르게내품던 아린 한숨별똥처럼 뚝뚝떨어져 무너져 내리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