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
너를 만나고 돌아온 오늘 저녁도
내 가슴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깊게 깊게 구멍 뻥, 뚫렸다
피투성이 내 가슴은
어금니 한번 꽉 다물었다
침 한번 꿀꺽 삼켰다
상처받지 않고
어찌 살 속의 뼈
아름드리 벽오동나무로
키울 수 있으랴
뼛속 꿈틀거리는, 솟구쳐 오르는
욕망덩어리 옳게 가꿀 수 있으랴
너를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내 마음은 자꾸
신음소리를 냈다
한쪽 귀퉁이
쭈욱, 찢겨 나갔다
마른오징어처럼
속삭였다 중얼거렸다 하소연했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