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수그레한 사내가 늙은 어머니랑오일장마다 싱싱한 서해바다를 펼쳐 놓는다고무다라이에 파도가 치면 지나가던 꽃무늬 원피스는 비명을 지르고우르르 모인 사람들은 바다를 흥정한다 사내는 달라붙는 낙지를 비닐 속으로 밀어 넣으며이놈의 낙지는 젠장 잘도 붙는구만남들 두 번씩이나 간 장가를 한 번도 못가고육십 넘도록 간기 절은 옷만 빨고 있으니 혼잣말이 덤으로 얹어지고지폐 몇 장으로 싱싱한 서해바다를 계산한다 한 치의 오차 없이 딱 맞는 눈금에 서운함이 찔끔 더해지면노모는 검은 봉지를 슬쩍 잡아당겨 소라 하나 얹어준다 엄니, 남는 것두 읍쓔 펼쳐
냇물에서 오리들이 봄의 깃털을 고르고 있다 막 동면을 빠져나온 목련이엉킨 생각을 풀고 희디흰 날개를 펼치는 사이, 북쪽 하늘이 무거워졌다 길을 잘못 든 샛노란 개나리들이 냉기에 떨고출구를 잃은 바람은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봄볕은 시간마다 화선지를 갈아 끼우고지난겨울 급하게 이어놓느라 생긴 다리의 난간을 초록으로 붓질한다 늙은 고양이 꼬리까지 색을 얹고쉴 틈 없이 지친 몸 물감을 찍어 냇물에 그린 물 그림 일렁이는 봄바람에 자꾸 떠내려가자오리가 냇물에 발바닥 낙관을 찍어 봄 한 점 완성된다,
요즘 길거리에서는 개인형이동장치(pm)를 타고 신호를 무시한 채 도로와 인도를 오가며 위험하게 주행하거나, 2인 이상 동반 탑승해 운행하는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개인형 이동장치’란 전기동력을 이용해 저속으로 움직이는 1인 운송 수단으로, 도로교통법 제2조 19의 2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중 최고속도 시속 25km 미만, 차체 중량이 30kg 미만인 것으로 전동킥보드, 전동이륜평행차,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를 말한다.이 장치는 가까운 거리를 빨리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한 기동성으로 인해 주로 10대에서 3
날마다 엔딩슬픈 영화의 한 대목을 베낀 것처럼자주 극極으로 치닫는다 구간 밖의 세상은 모든 극劇으로 연출되고 내일 꽃 피리라 기대하고 능소화 꽃 피는 방향으로 갔더니온도를 높이던 꽃은 이미 눈 밖으로 내몰리고 소문의 혓바닥에 돋는 고리는 자주 끊어지고 정작 너를 만난 구간은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던 집아마 쏟아지고 만 술병의 어느 부분이었을 것이다 취한 질문들이 늘어나고계절을 놓친 화분들이 유리창을 넘어가도 손 놓지 못한 어제가 자꾸 돋아난다고 벚나무처럼 웃음을 달고 사는 사람이나떫은 낙과처럼 슬픔을 물들이는 사람도 모두 한 구간을 간
윤동주 시인님! 안녕하세요? 저는 윤 시인님보다는 후대에 태어났지만, 윤 시인님처럼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신 고마운 조상님들 덕분에 윤 시인님보다 훨씬 더 오랜 세월을 독립한 대한민국에 사는 초로(初老)의 여성입니다.저는 10대 때부터 윤 시인님의 시가 좋았어요. 서시(序詩) 앞 구절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를 국어 교과서 맨 앞장에 써 놓고 윤 시인님의 맑고 순수한 영혼을 짓밟은 시대의 아픔에 저 역시 분노하고 가슴 한 편이 시렸어요.세월이 흘러 제가 자식을 낳고 보니 윤 시인님의 부모님이 떠올랐어요. 반듯하고 강직한 외모
성큼 허락하지도 못하면서왜 가슴이 뛸까 그냥 맞이하면 될 것을무엇을 준비하려는 걸까 언제쯤이라야네 말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얼마나 가식의 옷 닳아야양팔 벌려 환영할 수 있을까천년의 바람이엉킨 가면을 벗겨주고억겁의 바위가 닳도록 얼마만큼 인연의 끈이 더께져야쉬이 맞이할 수 있을까 내일 가도 돼?
어릴 적 엄마와 나는 서로 뜻이 맞아 알콩달콩하다가도 순간 틀어지기가 다반사였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너랑 똑같은 딸 하나 낳아봐라.” 하며 야단쳤고, 이에 질세라 나도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며 톡 쏘아붙이곤 했다. 물론 냉전은 오래가지 않았다.결혼하고 얻은 첫딸은 매사 엄마에게 기대던 나와 달리 모든 것을 제 손으로 하며 자랐다. 엄마의 유일한 나무람이었던‘너랑 똑같은 딸’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그 딸이 지난가을 아이를 낳았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온 이후 아기가 분유를 잘 먹지 않는다며 전화상으로 한두 번 물어오긴 했지만
숲에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큰 나무만 사는 것도 아니다숲이 그리워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숲을 만나러 숲속으로 들어가니숲은 보이지 않는다어떤 숲은 산등성이로 올라가 조용히마을을 내려다보기도 하고어떤 숲은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마을 어귀에서 걸음을 멈추고사람 사는 모습을 지켜보고 서있다외롭고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울면워-워- 바람소리로 감싸주고때론 등을 토닥여 주기도 한다지나고 보니 알겠다큰 나무만 숲이 되는 것이 아니듯잘 난 사람만 사람 노릇하는 것이 아니듯키 작은 나무도 멧새도 직박구리도다 함께 숲이라는 것을함께 어울려 따뜻한 숲이
서너 달이나 되는 듯, 길고 힘든 한 달이 지나갔다. 올해로 100세가 되신 친정아버지께서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지시는 바람에 고관절 대퇴골이 골절되어 우리 형제자매들은 정신없이 바쁜 한 달을 보내야 했다.새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신 아버님은 자식들을 불편케 안 하시려고 실버타운에 들어가 지내셨다.주말이면 특별한 볼일이 없는 자식들은 모두 모여 아버님을 모시고 외식을 하기도 하고 춥거나 덥지 않은 계절에는 우리 농장에 모여 아버님과 하루를 즐겁게 보내기도 했다.그러나 코로나로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몇 달 못 모시고 지내던 차
어머니의 냄새는 짠 내였다들에서는 진땀을 흘리고바다에서는 갯것을 더듬고하늘에는 눈물로 올린 기도가하얗게 소금으로 피어올랐다쓴맛 단맛을 다 보고 나서짠맛을 골라 몸 어딘가에 숨겨 두었는지늘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흘렀다 바다를 건너가신 지 이십여 년이 지나도나를 따라다니는 냄새소금 단지를 열거나 새우젓 종지를 보면숨을 깊이 들이마시게 되고 가끔은 헛물을 켠다 무덤에는 함초가 자란다.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너를 만나고 돌아온 오늘 저녁도내 가슴은 온통 피투성이였다깊게 깊게 구멍 뻥, 뚫렸다피투성이 내 가슴은어금니 한번 꽉 다물었다침 한번 꿀꺽 삼켰다상처받지 않고어찌 살 속의 뼈아름드리 벽오동나무로키울 수 있으랴뼛속 꿈틀거리는, 솟구쳐 오르는욕망덩어리 옳게 가꿀 수 있으랴너를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내 마음은 자꾸신음소리를 냈다한쪽 귀퉁이쭈욱, 찢겨 나갔다마른오징어처럼속삭였다 중얼거렸다 하소연했다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누구로부터 상처받는다는 것.
소신공양이라더니제 몸 허옇게 태워 사람들 밥 짓다가 스러졌구나 부처님 마음으로미아6동 산동네 온통 끌어안고 있구나 한 토막 숯의 마음조차죄 벗어 던진 채.
떠난다는 것은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라고 외치며아침 6시 13분, 어둠을 뚫고 기차가 들어온다.뿌우웅 경적을 울리며 치익칙 역으로 돌아온다.이번 역은 조치원, 조치원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왼쪽 출구에 줄을 서자 애인이 귓속말을 한다.역 주변의 출산율이 왜 높은지 아느냐고 농을 던진다.6시 13분 경적소리에 잠에서 깬 사람들이그 시간에 다시 잠들 수 있을까?우리도 역 주변에 방 하나 얻어 볼까?아침 햇빛 속으로 주먹만 한 연분홍 복숭아들주렁주렁 제 모습을 드러내며 웃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이 아니라던 애인이만져지
관동 땅 이름 모를 대숲 아래욋 옷 벗어 자리 깔고굳어버린 송편 서너 알에막걸리 한잔 따라 올리며두 무릅 꿇고 앉으니눈물이 이리도 뜨거운 줄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백년 전꼭, 백년 전새끼만은 살려 달라하는 아비의 입안에죽창 쑤셔 혓바닥 도려내고짐승처럼 울어대는 어미의 두 눈알 파내다 못해새끼들 다리 난간에 산 채로 목 매달아살가죽 벗겨 살점 찢어 내고발버둥 치는 손발은 짤라길바닥에 패댕이쳐 버린하늘과 땅 같이 통곡하였을 그 날을이제서야 알았습니다관동의 싯 푸른 앞바다는조선 백성들이 토해놓은 붉은 피가검은 바위로 굳어버려배 하나 뜰 수
투명한 유리창에 새들이 날아와 부딪쳤다 새가 떨어지고유리창엔 눈에 보이지 않는 틈이 생겼다 바깥의 풍경은 그대로인데안에서 바라본 바깥은유리창을 닦아도 슬픔이 묻어 있었다생이 물드는 순간처럼 누구세요누구세요 영철이를 불러주세요영철이가 오늘 안 보여요 엄마가 섬 그늘에……. 오카리나 연주하는 동안툇마루에 있어야 할 아들을 찾고 있었다 집을 빠져나간 생각은 어디 가서 밥을 먹나
물겹은 둥글다번지고 번지는 동그라미들헤아리기 전에 겹치고겹치다가 흩어진다부드럽게 돌을 쓰다듬어 휘돌고물고기의 비늘도 깨진 병 조각도 핥아준다 백사장에 밀려온 물겹갈매기 발목을 맴돌다가모래밭에 둥글게 장문을 짓기도 한다 언젠가소沼에 살던 물겹그 소용돌이에 휩쓸린 적이 있다 물겹의 완강한 고집을 꺾고빠져나오기까지죽을힘으로 허우적거려야 한다 물겹은 부드럽고 단단한물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 고리를 푼다는 건한 생을 얻는 것이다
꽃들이나 바라보며 산들 어떠랴나무들이나 키우며 산들 뭐라 하랴세상의 일들은 늘 상처투성이고샅고샅 꼬챙이가 들어 있다꼬챙이는 본래 찌르기 위해 태어난 물건꼬챙이는 무엇인가를 찌를 수밖에 없다바지 주머니 속에 깊이 감춰 두어도어느새 밖으로 삐져나오는 꼬챙이세상일들의 고샅고샅에는꼬챙이에 찔려 피 흘리는 사람 많다사람들은 다 꼬챙이에 찔리기 마련사람들은 다 꼬챙이로 찌르기 마련저도 모르게 꼬챙이에 찔리고,저도 모르게 꼬챙이로 찌르다니!상처투성이의 나날에 지친 사람들피 흘리며 여기저기 웅크린 채 모여 있다꼬챙이에 찔려도 살아야 한다버텨야 한
새벽안개 속에 얼굴을 묻고해 뜰 때까지 기다렸어하루의 시간을 뽑아놓고딱히 갈 곳도 없는데누가 부르지도 않는데, 안개가 걷히는 그 짧은 사이초록의 하얀 물꽃방울코끝이 찡하도록 팽팽한 싱그러움사정없이 나를 당기는 거야끌려가고 있어, 지금
하늘은 높푸르고 곡식은 익어 풍요로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은 어느덧 지나가고 겨울의 길목에 들어섰다. 한 해가 저물어 가며 연말이 다가올수록 설레는 마음을 갖지만, 소방서에는 긴장감이 고조된다.다가오는 겨울철은 계절 특성상 난방용품과 온열기 등 화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실내 활동 시간이 늘어나며,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여러 축제와 모임으로 화재의 위험이 만연해진다.국가화재정보시스템 공주시의 화재 발생 5년(`18~`22년) 통계를 보면, 매년 평균 47건(28.6%)의 화재가 겨울철에 발생하여 그로 인한 사상자 수는 여름과 비
깨를 볶는다는 것은힘을 빼는 일 본래 뜨거운 활동이라부풀어 오르는 몸을 싣고 방향의 힘으로 비상한다 한나절이 지나기 전에생의 부품들이 녹슬기 시작할 때재빠르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온전히 부서지고 나서야 드디어 단단해지는 깻묵쏟아져 나오는 빛깔에배운 적 없는 표정이 물들어 있다 시커멓게 심장이 흘러 나온다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향기 삽을 들고땀에 젖은 몸, 절룩절룩 대문을 들어서는 노인 사는 것은 뜨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