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얼,싼,쓰에 감춘 칼날" 중국, 중국인
"이,얼,싼,쓰에 감춘 칼날" 중국, 중국인
  • 김종찬
  • 승인 2019.05.25 0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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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의 잼 있는 중국이야기-24

중국인은 두루뭉술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리석지는 않다. 그들은 날카롭다. 솜 속에 바늘을 감추고 있다. 장식 없는 칼집에 칼날을 숨기고 있다. 칼날은 물론 돈과 관계된 부분에서 가장 예리하게 번득인다. 돈과 관련된 부분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할까?

바로 숫자다. 1,2,3으로 휘두르는 칼날, 숫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낀 중국인에게 숫자 놀음들, 여기에 많은 중국행 초보들이 만신창이가 되곤 한다. 중국인에 대한 선입관 때문에 그들이 숫자에 무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만의 말씀이다.

호두알만한 시커먼 주판을 퉁기는 모습을 전자계산기와 비교하며 얕잡아 보는 순간은 이미 한수 접히는 순간이다. 주판을 튕기는 시간은 전자계산기보다 오래 걸리지만, 그 시간은 라오반이 머리를 굴리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우리는 대개 멍하니 있거나 얕잡아 보며 실실 웃고 있다.

그들은 이미 3500년전 에 일 년과 달력을 만든 사람들이다. 12개의 글자와 10개의 다른 글자를 순차적으로 조합해 하루하루를 표기했다. 이른바 갑을병정 하는 간지이며 60갑자다. 중국인들과 지낼 때 늘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인들은 다른일에 둔감한 척하다가 숫자에 부딪히면 상당히 세심해진다. 특히 돈에 관한 한 체질적으로 터럭이 서는 민족이다.

하기야 그들은 그 복잡한 인생만사를 8쾌라는 단순형으로 해석하려고 했던 민족이다. 그들은 복잡한 상황을 항상 숫자를 이용해 단순화 시킨다.우리가 잘 주의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중국인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그들이 숫자에 민감한 민족이라는 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들은 의외로 세심하고 집착이 강하다. 또 그들은 무언가 그들 나름의 중국적 이해의 원리 안에서 모든 사물이 이해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중국적 이해의 원리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숫자다.

그들은 아무리 복잡한 정치적 사안도 숫자로 단순화 시킨다. 중국의 신문이나 TV뉴스는 항상 숫자로 가득하다. 몇 년도에 얼마를 생산해서 얼마에 팔았고, 얼마가 남았다는 이야기로 골이 아플 지경이다.

극장에서 무료입장 어린이의 기준을 이야기 할 때도'130센티미터 이하'로 쓰고 있다. 황당하지만, 그들로서는 고심 끝에 내놓는 대단히 정확한 수치다. 중국인들은 복잡한 상황들을 이렇듯 숫자로 단순화 시킨다. 보기만 해도 지겹지만 직접 들으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더 지겹다. 하지만 이게 바로 중국이다. 중국인들은 단순화 시킨 숫자를 탄력성을 가지고 풀어간다. 이 탄력성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두루뭉술함과 음흉함의 내면적 실체다.

반면에 우리는 숫자에는 둔감한 편이다. 또 너무 1,2,3,4를 이야기 하면 한국 사회에서는 좀생이로 찍히기 십상이다. 평화통일, 세계화, 국제화, 통일한국. 우리의 사회적 정치적 구호는 다분히 형용사 위주다. 형용사의 특징은 너도 나도 모르는 애매모호한 공간을 넉넉히 지닌다는데 있다. 즉 우리는 형용사를 먼저 던지고, 거기에 걸 맞는 숫자를 찾아내 간다.

반면에 중국은 복잡한 상황을 숫자로 단순화 시킨 상태에서 일을 진행해 간다. 진행은 물론 중국인 특유의 두루뭉술함이다. 그러나 이 두루뭉술함 속에는 명확하게 정의된 숫자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실수하는 이유는 바로 이 숨은 숫자를 읽어 내지 못하는데 있다. 늘 숫자 문화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숫자 언급을 대단히 즐긴다. 때문에 많은 문화적 특성과 터부들이 생기기도 한다.

1의 경우 발음은 '이'지만 숫자를 이야기 할 때는'야오'로 읽는다. 이것은 7의 발음 '치'와 유사하기 때문에 청각적 오류를 막기 위한 그들의 지혜다. 또 4의 '쓰'와 10의 '스'의 발음이 유사하다. 때문에 시장에서 이 숫자들을 이야기 할 때는 언제나 손가락을 양손의 검지 손가락을 겹쳐 열십자를 만들며 이야기 한다. 또 중국인들은 1부터 10까지를 말하지 않고 손가락으로만 표시할 수 있다. 결정적일 때 자주 쓰기도 하니깐 미리 알아 두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숫자의 터부는 대부분 발음과 관계 깊다. 좋아하는 숫자는 3,6,8이다. 3은 중국인에게 조화와 발전의 숫자다. 6은 3이 둘이 되어 만들어진 숫자라 좋아하지만 더 큰 이유는 발음이다. 6의 중국어 발음은 '리유'이다. 이는 流와 동음이다. 중국인 속담 중에 '六六大顺,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나이가 66살 일 때 가장 일이 잘 풀려 간다는 의미이다.

또 8의 경우는 ‘돈을 번다’는 의미의 发의 발음과 유사하다. 반면에 싫어하는 숫자는 4,5,7이다. 4는 우리가 잘 아는 죽을死와 발음이 같은'쓰'이기 때문에 싫어한다. 5의 발음은 '우'로恶와 발음이 같다. 7은 '치'발음이 '气'와 비슷하여 우리의 럭키세븐과는 조금 동 떨어진다.

숫자의 탄력성. 이 부분이 바로 중국인들의 예리함과 두루뭉술함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그들이 숫자 터부에서 보듯이 그들의 숫자는 수학적이고 산술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숫자는 목표 설정용 숫자다. '130센티미터 이하 어린이'의 규정에서 보듯이 그것은 각박한 적용의 잣대가 아닌 탄력성의 한도를 규정하는 수치다. 여기에 바로 중국인 숫자 문화의 비밀이 있다.

서양 사람들처럼 1+1=2의 공식을 대입하면서 중국인들을 대하면 안 된다. 그들은 각박한 것은 또 무척이나 싫어하는 민족이다. 그들은 숫자는 이야기 하지만 숫자가 갖는 각박함은 싫어한다. 그 각박함을 바로 탄력성으로 해소하는 게 중국인이다. 그들의 숫자는 그들만의 문화적 암호를 입력해야 풀린다. 그 문화적 암호는 때로 무원칙하게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그들의 문화적 감각을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다.

알고 속지 말고, 실수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우리는 우리대로의 또박또박한 방식을 전하고, 그들이 우리의 문화적 코드에도 맞추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문화가 화기애애하게 만나려면 서로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상대의 주파수에 맞는 신호를 주고받는 일일 것이다.

"2008년 8월 8일 8시 8분"이 뭘까? 바로 뻬이징 올림픽 개막식 날짜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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