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은 된 듯쪽 떨어진 뒷문텃밭 배추 평화로운대청마루에서꽃 띄워 차를 마신다. 뒤 켠 감나무 몇 알땅 위를 뒹구는 감잎의고적함이찻잔으로 건너 와마음 끝을 함께 거니는 평화로운 수평, 적막도슬픔이 되는천 년의 고독.
한겨울에 깨진 유리창 앞비어 있는 의자는 찬바람이 난다.공원의 벤치지하철의 의자버스의 옆 의자식당에서의 옆자리그대의 빈자리는 언제나 옆구리가 시리다더 서럽고 가슴 아픈 것은코로나19 때문에더 가열차게 우리 옆에스스로 비어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비어 있는 사리를 보며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미안한 사람고마운 사람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고 아름다운 것들이감사한 마음이짙어지는 것 식탁 위 약병이 쌓여가고달력에 동그라미가 늘어가고자꾸만 확인해 보는 것 버리자 하면서주변에 물건은 많아지고비우자 하면서도 채우고 싶어지는
바람을 붙잡고 흔들리는 풍경이 그러하듯밤을 놓아 주지 않는 달빛에 펼쳐 놓은 문장그 언저리에꽃잎과 꽃잎 사이 찬 이슬 떨어지는데 입술과 입술이 끌려가듯꿰매놓은 커튼 사이로 유혹하는 저 빛분별없이 몸은 바깥으로 자꾸만 기울어문턱을 넘어서는데 담벼락에 기대어 제 그림자 안고 포옹하는 백합때때로 나타나 내 마음 쑥대밭으로 끌고 가는너는이 밤이 짧다 할 터이지.
사람이나이를 먹으면몸은 쪼그라들고머리맡에 약봉지만쌓여져 간다더니밤새 칭얼대다새벽에야 잠이 든 사람젖은 새 같다 이불 밖으로 나온작고 마른 발안타까워주물러 주다아, 먹먹해지는 가슴이여이제 나도나이를 먹었는가 보다
구중회 시인(공주대학교 국어교육(국문)학과 명예교수, 백제기악 문화원장)은 해질녘을 바라보지만, 아직도 한낮의 중천에 떠 있는 해처럼 후학 교육과 백제기악 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는 학자이다.그런 그가 인생 여정의 과정을 다룬 서정성이 짙은 ‘해질녘 오디션 中’이라는 시를 통해 숭고한 일대기적 서사적 드라마를 그려냈다.언제부터 그는 서재에서 유유히 흐르는 금강 물을 바라보며 해질녘을 응시하며 인생 드라마 해질녘 오디션 과정을 사색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아마도 자연의 순리와 삶의 순환과정에서 다사다난하게 겪어온 그의 삶의 군상(群像
너의 하는 말이 모두 음악 같아비 오는 날 건너편 카페의 노란 불빛 같아갈대는 비어 있어사랑은 텅 비어 있어자기기만과 폭력이었던 나르시스즘이게 나는 비어 있어너의 짓는 표정이 모두 그림 같아 가을 들녘 이리는 시를 보내
한때는 바림이었다가 구름이었다가눈으로 그대 어깨 위에살포시 내려앉았지요.어쩌면 우리는 그때매일매일 만났는지도 몰라요.처음부터 그대의 향기가낯설지 않았거든요.먼 길 돌아 첫눈에 반한 우리 두 사람비로소 오늘 두 손을 잡았지요.비바람 속에서도폭풍우 속에서도부디 이 손 놓지 않기를.우리 이게 서로 든든한 나무가되기로 해요. 나무의 그늘만고집하지는 않기로 해요.밝은 햇빛만 사랑하지는 않기로 해요.그대 하나로, 그대 하나로 충분히 환한오늘이기를, 내일이기를소망해요, 사랑해요, 그대.
병들고 벌레 먹은 벚나무 잎사귀들이가지만 남기고 노랗게 떨어진다간밤에 회오리 친 비바람의 군화에 밟힌그의 상처가 꽃이다 상처가 아름다운 것은 슬픔이 고여 있고한이 맺혀 응어리져 있기 때문이다한 점, 한 점 몸의 일부가 빠져나간 자리는치매 환자 기억처럼 구멍이 나서깊고 아플수록 진하다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는 가을이빠져나간 구멍마다 한 잔의 술을 따른다빈 술병 속에 고인 슬픔이나팔꽃처럼 병 모가지를 타고 올라피다가 지는 꽃 자국이다
정상, 우각, 성주, 두루, 수형, 다섯 봉우리솔잎향기가 늘 푸르른 마을구릉지 황토는 과일나무가 좋아하는 흙.일제강점기 권업모범장과수시범포가 있던 마을.천상의 과일 복숭아가, 제사상에나 오르던 귀한 배가100년이 넘도록 열리는 마을.복숭아꽃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이면마을회관 앞에는 고사상이 차려지고활짝 웃는 돼지머리가 올라간다.한해농사 잘 되게 해달라고 축제가 열린다. 복숭아가 익을 때쯤 마을사람들은솥단지를 짊어지고 천렵을 갔지.빨래터요 놀이터인 봉산 천으로.남자들은 바지를 걷어 올리고가재며 누치 쏘가리를 잡았지.여자들은 호박
공주대에 입학한 지 어언 2년, 입학하면서 다짐했던 것이 있다. 사람들과의 교류, 해외연수의 꿈을 펼쳐보겠다는 것이었다.대학교에 입학하기 전 다소 소심한 성격으로 인해 계획한 활동을 실행할 행동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던 나는 지레 겁을 먹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에 두려움을 지니고 있었다.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던 활동들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이 후회되고 아쉬움이 있었지만, 대학생이 된 지금은 나에게 다가온 기회들을 겁내지 않고 도전정신으로 근로 장학생에 지원하게 됐다.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더 넓은 인간관계를 맺고 그들과 함
다듬잇돌처럼 생긴 우리 동네 방아미에는오래된 팽나무와 아름드리 참나무 숲이 하나 있었네.무성한 숲에서 우리들은 장수하늘소를 잡았지.장수하늘소 닮은 갑옷을 입고 이 나라를 위해 싸우고 싶었지.장군이나 재상의 큰 인물이 나올 거라는 이곳.일본인들은 명당의 혈이 있는 숲의 산줄기를 잘라 철도를 놓았네.아침에 눈 뜨자마자 신사에 들러 절하라고 겁박했지.딱딱 손뼉 치며 참배를 하고 손도장을 받은 사람만논밭으로 나가 하루 일을 시작할 수 있었지.해방 후 신사가 있던 야산을 사들인 김 씨 형제기꺼이 침산공원용 부지로 땅을 희사했지.충령탑 앞에서
나는 전생에 자이나 교도였던가 물질이 생명 속에 녹아들고물질이 업을 생성하여 생명을 속박하고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업을 정지시키고업을 지워 해탈에 이르는 길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인가 갠지즈 강가 모래알처럼 수없이 많은내 전생의 업보가 눈치를 본다 진액 우려낸 국물과온몸 소신공양한 물고기물기 빼낸 겸손한 나물과간기에 자만심 양보한 풋것들 먹어도 될까
보도블록 틈새로 얼굴 내민 질경이세파에 찌든 색이 안개처럼 애련하다여름 한낮 땡볕에 몇 번이나 짓밟혔나산보객의 무심한 발길에도 태연히 무릎 세우는 질경이 슬픔
식민지 시절부터 달렸다는 나무 기차그 지차를 타려고 기다리다가검붉게 달궈진 인두로 그려낸길가에 놓인 이름 없는 초상화에 걸음이 멈춘다 한 생을 눈물로 채운 듯 서러운 얼굴볼우물 깊이 패고 주름투성이모래바람 멈추지 않는 사막 하나 품고서안으로 홀로 울음소리 품고 견뎌온 세월한평생 이산의 통곡으로 얼룩졌던 아버지 기차는 높고 낮은 구릉을 지나서굴곡진 길 따라 몸을 비틀며 나아가지만나는 덜컹거리는 자리에 몸을 싣고뒤안길 더듬거리며 먼 아버지 만나러 간다
이 글은 《백제기악 로드와 K무대》[임시 제목] 책의 일부 원고입니다. 그 원고 가운데 일부라는 것을 밝혀 둡니다. ‘백제기악 로드’는 인도 불탑에서 발원하여 구자[굴지국]-돈황-남경-백제[공주와 부여]-일본[나량-평성] 등을 거치는 길입니다. 이 코스를 따라가며 그동안 잃어버렸던 ‘백제기악 로드’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글쓴이 주)지금까지 ‘기악’은 ‘10막짜리 무언 가면극’이 일반적인 이미지이다. 여기서 10막이란 1) 사자무, 2) 오공, 3) 금강, 4) 가루라, 5) 바라문, 6) 곤륜, 7) 역사, 8) 대고, 9) 취
오르고 또 오르면못 오를 곳 없고걷고 또 걷다보면못갈 곳 없고 코로나 한파를 이겨내면높지도 않고멀지도 않은봄의 뜰에 당도할 수 있어 쏟아지는 햇살과부는 바람 가슴에 품으며오르고 가다보면새싹 돋아나 춤추고새들 날아와 노래 부르리
그리스로마에 나오는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이다. 이윤기 작가의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면 디오니소스가 이렇게 말하는 구절이 있다.‘내가 너희에게 준 술과 술자리는 쾌락이 아니라 한 자루의 칼이다. 내가 너희에게 준 술은 무수한 생명이 뒤섞여 있는 카오스의 웅덩이다. 빠져있겠느냐, 헤어 나오겠느냐?’위의 인용처럼 지나친 술은 한 자루의 칼과 같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은 마치 흉기를 들고 돌진하여 살인하는 사람과 같은 것이다.지난 2018년 공주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여자 보행자를 정면 충격해 보행자가 사망하는
일단 잘 드셔야 합니다홀로 사신다니 오죽하시겠어요많이 걷고누구와도 손 붙잡고 어울리며맛있는 것도 찾아다니며 드세요 밥과 사람그리고 움직이는 것이 제일 좋은 약이에요 입맛이 전혀 업고 맥없이온몸이 아프다며 좋은 약이나 많이 달라는굽고 주름진 할머니께 큰 소리로 외친 만병통치 처방전.
천국 가려고 교회 다닌다고 한다. 예수 믿어야 천국 가는 건 맞다. 죄가 없어야 하는데, 우리 모든 사람은 죄인이다. 양심을 속이고, 거짓말 하고, 이웃을 미워한 죄인이다.이러한 죄를 인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대속해 주신 것을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것이 기독교 복음(福音)이다.그러나 요즘 교회에 다닌다고 하는 것이 그리 자랑스럽지 못한 것은 안타깝게도 코로나 펜데믹(pandemic) 시대에 교회가 바이러스 전파의 주범이라는 인식 때문이다.기독교가 아니라고 우기던 신천지에 이어서 전광훈, B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