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고 벌레 먹은 벚나무 잎사귀들이

가지만 남기고 노랗게 떨어진다

간밤에 회오리 친 비바람의 군화에 밟힌

그의 상처가 꽃이다

 

상처가 아름다운 것은 슬픔이 고여 있고

한이 맺혀 응어리져 있기 때문이다

한 점, 한 점 몸의 일부가 빠져나간 자리는

치매 환자 기억처럼 구멍이 나서

깊고 아플수록 진하다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는 가을이

빠져나간 구멍마다 한 잔의 술을 따른다

빈 술병 속에 고인 슬픔이

나팔꽃처럼 병 모가지를 타고 올라

피다가 지는 꽃 자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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