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출범으로 인해 인근도시들이 울상이다. 대전광역시도, 청주시도 “세종시로 인구를 빼앗기고 있다”며 눈을 흘기고 있다. 광역시, 도청 소재지에서도 저러는데, 코앞에 있는 공주시는 코가 석자는 빠져있으면서도 정작 할 말도 못하고 있다. 자기들이 초래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전의 그 잘난(?) 정치인들이 공짜로 바쳤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의 개장과 이어질 이마트의 개장은 공주시의 상권을 초토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특급뉴스에서는 몇 년 전부터 예고했던 일이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졌어도 희망은 찾아야 한다. 그래서 특급뉴스에서 공주의 희망을 찾아 나선다. 공주의 희망은 뭘까? 공주는 ‘사람’이 희망이다. 이에 특급뉴스에서는 창간 8주년 특집을 공주의 희망을 찾아 나선다./편집자 주.

▲ 김억수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이면 공주시 신관동 우리은행 옆에 위치한 백제안과에 중국말이 들린다. 중국어 강의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수강생은 13명. 초등학생부터 65세까지 모여 열심히 김억수 교수의 중국어 강의를 듣고 있다.

기자가 들어서니 수강생들이 깜짝 놀라며 “자신이 사진의 주인공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다. 몰래 중국어를 배웠다가 나중에 중국에 가서 “짠”하고 실력을 보여 으쓱해 보이고 싶은 심정이다.

기자도 잠시 강의를 들었다. 사자성어(四字成語)가 먼저 나온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귀에 쏙쏙 들어온다. 연관된 사자성어도 함께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33년의 강의 노하우가 펄펄 솟아났다.

이 중국어 강의를 하고 있는 강사는 김억수 교수. 김 교수는 82년 공주대학교에 중국어과가 개설되면서 교수로 임용됐다. 고향이 전주인 그는 이후 공주에서 33년을 살았고, 작년에 공주대를 정년퇴직했다.

“퇴직 후 고향인 전주로 갈 것인가, 공주에서 계속 살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고향인 전주에서는 19세에 떠났고, 공주에서는 33년을 살았던 만큼 고향이 공주라는 결론을 내리고, 공주에 남기로 결정했지요.

그리고 살아오는 동안 저를 잘 대해준 공주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백제안과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대기실의 의자가 좋아 ‘이곳에서 중국어 강의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진료가 끝난 후 원장님께 이런 저의 의견을 말했더니, 쾌히 승낙하시며 칠판, 녹음기 마련, 광고를 해 주시더군요.

덕분에 재능기부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행히 제가 출간한 중국어회화 교재가 있어 그 교재를 이용해 열심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재가 2권인데, 이달 말이면 교재1권에 대한 강의가 마무리 됩니다.

강의를 무료로 하다 보니 학생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다들 꾸준히 나오고 계시구요. 열심히 하십니다.”

요즈음 전 세계의 경제가 중국에 목을 매고 있다. 특히 한국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산 수입마늘에 분노한 한국이 제재조치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바로 풀어야 했다. 이처럼 경제는 감정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이다.

꼭 경제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더라도 한국과 중국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결코 잡아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으로, 중국 사람들이 한국으로 가고 오고 있다. 이럴 때 간단한 중국어라도 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작년 11월 곤명을 갔을 때의 일이다. 중국 식당에서 식사 중 포크를 원하는 손님이 있어 포크를 달라고 해야 하는데, 가이드가 보이지 않아 고민 끝에 포크 그림을 의사를 소통, 포크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때 심정으로는 귀국하자마자 중국어를 배울 것이라는 다짐을 했는데, 한국에 오니 그 다짐이 사라졌다.

“중국어는 발음법을 제대로, 정확하게 배워야 합니다. 중국어의 발음기호를 영어를 빌어 하다 보니 자칫 잘못하게 되면 영어식 발음을 하게 되고, 이게 습관이 되면 아예 발음을 고칠 수 없게 되지요.

따라서 처음 배울 때 발음을 정확하게 배우고, 4성조를 익히는 과정을 거쳐야 쉬워집니다. 음정에 맞춰 철저히 발음하는 법을 배우고 나게 되면 점차 중국어가 쉬워질 것입니다.”

중국어를 빨리 배울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김억수 교수의 대답이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빠른 길을 물었더니, 역시 정도를 가르쳐 주신다.

공주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교육도시이다. 충남 유일의 4년제 국립대학이 있는 곳이 공주다. 이러한 전문교육기관인 대학의 교수들이 정년을 마치고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것은 공주만의 커다란 축복이다.

이러한 재능 기부가 계속 이어질 때 공주의 미래는 밝아진다. 공주의 희망은 바로 이러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태어난 곳이 아닌, 30여년을 살고 있는 공주를 택해 공주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왔던 고장에 대한 답례로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기부하는 김억수 교수.

김억수 교수를 만나면 왠지 억수로 좋은 일이 덜컥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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