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주 칼럼-2

이일주(공주대 사범대 교수)

금요일 오후만 되면 공산성과 제민천 공주하숙마을, 산성시장 문화공원 주변에는 주차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북적인다.

이런 현상은 일요일 오후까지 계속되는데, 금성동과 산성동, 중동에 소재한 식당 몇 군데는 줄을 서야만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공주 원도심에는 사람이 많이 모인다.

이는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이후에 생긴 특징인데, 교육도시였던 공주의 하숙생활을 재현한 반죽동 하숙마을을 개장하고, 제민천변과 산성시장 문화공원을 중심으로 ‘야행’이라는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공주를 찾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증가한 때문이다.

2?3년 사이에 제민천변과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주변 한옥 건축물 신축 지원, 주요 지역 공공건물 한식담장 조성, 사대부고 정문의 포정사 복원, 김갑순 가옥 일대 근?현대 건물 복원, 공산성 주변 정비사업, 공주기독교 박물관 개관, 야행과 같은 다양한 주말 행사 개최 등 도시재생사업과 고도보존육성사업을 통해 공주는 새로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대(古代) 사찰인 대통사지로 추정되는 곳에서 소중한 유물 2만여 점이 오랜 기간 땅 속에 묻혀 있다가 1500년 만에 출토되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공주시장에 당선되어 7월 1일 취임한 김정섭 시장은 처음 공주시장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던 2014년 2월에 당시 공주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나오면서 “지역의 역사·문화적 정체성과 자부심을 한껏 되살려서 전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공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하였다.

“어려운 시기에 공주시장이 되어서 일 잘하고 떠났다”는 평을 듣고 있는 오시덕 전 공주시장도 2015년 4월에 공주대학교 공주학연구원에 들렀을 때 “공주학을 통해 공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공주인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높임으로써 공주발전과 행복을 추구하는 공주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하였다.

그렇다. 이제는 우리 공주의 지역정체성(Local Identity)을 확고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백제 때 공주를 ‘웅주(熊州)’로 부르게 한 지명태실(地名胎室)인 연미산 ‘곰굴’부터 복원하고, 그 탯줄인 곰나루를 누구든지 송산리 고분군과 연결할 수 있도록 역사, 문화정체성을 가지게 해야 한다.

무령왕 시절 독보적으로 화려했던 백제문화의 중심지였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충청감영(1602년)이 있던 도시로서의 자긍심을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구 공주의료원 자리가 고려시대(983년)에 전국에 설치되었던 12목 중 하나였던 자랑스러운 관아(官衙)터로, 지금의 대전, 세종은 물론 충남의 끝 서천까지의 행정을 관할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모든 시민들이 알고, 지금이 복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누구나 공감하도록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지역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그래야만 한 때 인근 세종시가 출범하면 우리 지역이 새롭게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공주에서는 그 넓은 땅과 가치 높은 문화유적들까지 아깝다고 생각 않고 내 놓고, 우리끼리 ‘원안사수’와 ‘수정안’을 놓고 얼굴 붉혔던 부끄러운 시간도 가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12일에 개최하는 필자의 초등학교 동창회에서도 금년 정기총회를 마곡사를 답사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칠십 줄로 들어서는 친구들이 모두 함께 지난 6월 30일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마곡사를 찾기로 한 것이다. 어떤 친구는 “40년 만에 다시 마곡사를 찾는 것”이라고 하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힘과 가치가 이렇게 큰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가장 공주다운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고,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공주는 어느 곳에 가도 역사, 문화 유적과 곱고 예쁜 스토리가 풍부한 지역이다.

의당면 수촌리에는 웅진백제시대를 열게 한 귀족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이 있고, 이인면 오룡리에는 인조임금이 공주로 파천했을 때 따라왔던 숭선군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으며, 조선시대 공주 목사(牧使)를 지낸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에 나오는 활빈당 본거지가 무성산에 있는 홍길동성이라는 설화도 있다.

우리 공주의 역사와 문화 자긍심이 클수록 선조들이 물려준 훌륭한 문화유산을 잘 복원?보존해서 지역정체성을 바르게 확립하고, 이를 고이고이 후세들에게 전해 줄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공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김정섭 공주시장이 취임하였으니 앞으로 크게 기대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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