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림 박용근의 시 한수에 말 한마디

정치, 경제, 사회, 사람이 살아가는 구석구석마다 눈만 뜨면 싸워대고, 아우성이 요란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욕심’ 때문이다.

욕심은 삶의 생물학적 본능이며, 문명발달의 원동력이자, 인류 투쟁 역사의 몸체이다. 사람 뇌의 안쪽엔 변연계(邊緣係)라는 구피질(舊皮質)이 있는데 진화(進化)과정에서 옛것에 속하며 모든 포유동물에게 다 있는 것이다.

이 구피질을 둘러싸고 있는 신피질(新皮質)이 진화의 결과로 인간에게서만 유난히 발달하여 만물을 지배하고, 문명을 만들어냈다.

구피질 안에서는 생욕, 식욕, 성욕 등 본능적 욕심이 꿈틀거리고 있다. 따라서 신피질이 미약한 동물들에겐 본능적인 적자생존의 자연법칙만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은 본능적 욕망이 신피질에서 울어난 이성에 의해 억제되고, 지혜를 만나 시가 읊어지고 피아노 소리가 들리며 유익한 발명품이 나타난다. 즉 욕심의 선(善) 기능이다.

하지만 욕심의 역(逆)기능으로 신피질의 나쁜 잔꾀와 만나면 사기, 절도, 성폭력, 추잡한 싸움이 일어난다.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뉴스에서 수많은 역기능의 욕심 얘기가 귓전에 울리는데 여기에 파묻혀 선한 것은 미미하다.

그래서 우리는 욕심이란 말만 들으면 즉각 부정적 생각부터 떠올린다. 선 기능의 욕심도 너무 집착하면 실수를 유발한다.

골프선수가 홀컵과 1미터 거리도 안 되는 위치에서 마지막 퍼팅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이 한 번의 동작에 수만금의 상금이 걸려있다. 평소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거리인데 그는 그만 상금을 놓쳤다.

바둑 속담에 ‘큰 시합에 명국(名局) 없다.’ 란 말이 있다. 큰 시합이란 큰 상금이 걸린 한판을 뜻한다.

대국하는 두 사람 모두 거액이 머릿속을 맴도는데 침착하고, 내용이 좋은 바둑을 둘 수 있겠는가. 그러니 졸전(拙戰)을 두게 되고 나중에 복기(復棋)를 하며 뒤통수를 긁는다.

이 정도 실수는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아예 큰 손해를 보거나 아주 망하거나 목숨마저 위태로워지는 결과를 낳는 욕심을 주위에서 흔히 본다.
매사에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과유불급(過猶不及)’에, 가득할 때 넘침을 조심하라는 ‘지만계일(持滿戒溢)’ 이란 격언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실천과는 거리가 먼 한낱 격언일 뿐이다.

이제 욕심 이야기를 정치와 경제 판으로 옮겨가보자. 선거철이 되었다. 그래서 유난히 정치판이 뜨겁고 싸움이 요란하다.

그런데 이 요란하고 격렬한 다툼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속이 뻔하고 쓴 웃음을 짓게 한다.

덩치 큰 정당은 둘로 우파와 좌파, 다른 표현으로 보수와 진보라는 두 색으로 나눠져 있어 지켜보는 눈은 한결 수월하다.

늘 그랬듯이 때가 선거철이니 어느 편에서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고, 백성들을 잘 살게 해준다는 공약과 함께 허리를 90도로 굽힌다.

요즘 ‘국민의 눈높이’ 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다시 말하면 백성들의 눈썰미가 높아져 눈치가 보이고, 지난 정치형태가 국민들 눈에 어찌 보였을지 켕긴다는 뜻이다.

지난 정치라면 그리 먼 과거도 아니기에 너무나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지난날 나라 살림을 엉망으로 만들고, 국민들 눈 밖으로 밀려나 정권과 함께 열었던 열린당이 정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닫아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는 이름을 갈고, 진보와 심판의 깃발을 내걸었다. 다른 한편에선 얼마 전 관료들의 부패가 심하고, 살기가 팍팍해진 서민들의 원성이 하도 들끓으니 비상대책을 세워야할 만큼 응급상황에 내몰렸다.

그리고 당명도 새 걸로 바꿨다. 이름에 새자가 붙었으나, 그 안도 새것인지 잘 믿겨지질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둘 다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헤집으며 자기만이 선이라고 우겨댄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가슴을 오무린 채 그 왕성한 입만 벌리며 외쳐대는 것이다.

하지만 간단하다. 딱 한 꺼풀만 벗기면 정권욕이란 욕심이 그 안에 도사리고 있다. 어찌나 그 욕심이 강열한지 상대방을 향한 눈빛에 증오까지 서려있다. 이성에서 벗어난 구피질의 욕심이 아닐런지 걱정마저 든다.

여기에 신문들도 뚜렷한 금을 그으며 갈라져 있다. 그 들의 기사를 보면 역시 뻔하다. ‘수정장점(隨定粧點)’이란 말이있다. 이미 정해진 바에 따라 꾸미고, 보탠다는 뜻이다.

목적과 방향을 정해 놓고 기사(記事)를 쓰고 있다. 기사의 표현도 매우 거칠어 싸움을 부추기는 느낌마저 든다. 적과 우군, 공격, 방어, 휴전, 진영 등 군사용어가 난무한다.

정치판에 매스컴까지 가세한 싸움에 국민들마저 두 패로 나뉘고 땅은 동서로 갈라져 있다.
친구들과 만나면 정치얘기는 어느 누구도 꺼내질 않는다. 인기 없는 정치 때문에 우정마저 흠날까봐서다.

가까운 사람들마저 터놓고 얘기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 서글픔을 지나 나라의 앞날마저 걱정된다.

100여년 전 조선왕조 말기 수구(守舊)와 개화(開化)의 두 세력이 생각난다. 어지간히도 싸워대더니만 종내는 욕심에 눈먼 정치꾼들이 나라를 팔아넘겼다.

논어(論語)에 공자님 말씀하셨다. ‘치자(治者)는 부강치 않음보다 백성의 불균(不均)을 더 걱정하며, 가난보다 편안치 않음을 더 걱정한다’고.

제발 갈라짐을 메우고 찢어진 데를 꿰매서 고르고, 편안케 붙잡아줄 균안(均安)의 치자는 없을까?

경제 판으로 얘기를 바꿔보자. 다 알다시피 경제의 원칙은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 하고자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여기엔 눈에 보이는 많은 법률과 눈에 보이지 않는 도의와 염치라는 촘촘한 그물망이 있어 욕심에 제동을 걸고 그 행위에 페어플레이를 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지나친 욕심들이 그물망을 찢고 머리를 내민다. 비자금, 분식회계, 주가조작, 세금포탈, 가격담합, 불법대출, 불공정거래에다 부정식품, 밀수, 사기도박 등 수많은 낮 익은 욕심들이 잊을만하면 번갈아가며 떠오른다.

큰손은 큰손답고 잔챙이는 자질구레하여 그 욕심을 들여다보면 각양각색이다. 심지어 새로운 얘기로, 바다 밑에 보물선, 유전(油田), 다이아몬드 광산 등 옛날 봉이 김선달 대동강 물 팔아먹던 수법까지 등장하는 현실 앞에선 그냥 웃어야만 할 건지 난감하다.

불법은 아니라지만, 도의적으로 몰염치한 욕심도 주위에 널려있다. 주로 점잖게 보이는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행태인데 너무나 뻔뻔스럽다.

고위급 관직에서 오랫동안 국민이 주는 두툼한 봉급을 받다가 퇴직하면 관련 기업이 사외이사로 모셔간다. 또다시 두툼한 봉급을 받으며 그 기업을 위한 로비스트가 된다.

10여년 전 나라가 파산상태에 빠져 IMF의 간섭을 받아야할 처지에 이르렀다. 그 부실의 책임은 정부, 금융, 큰 기업 등 복합적이고, 총체적이었다.
하지만 고통은 국민의 몫이었으며, 그 국민의 공적자금으로 응급 수혈을 받아 위기를 넘겼다. 요즈음의 유럽의 그리스처럼 분노하며 시위하지도 않았고 착하게 줄을 서서 금붙이도 모았다.

그런데 공적자금을 가장 많이 받았던 은행들을 보자. 큰 이익을 내자 임원들은 엄청난 급료를 챙기고, 많은 보너스로 돈 잔치까지 벌였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베풀 얼마 안 되는 수수료는 인색하고, 쩨쩨하다. 이 의리 없고, 몰염치한 욕심에 할 말을 잊는다.

요즘세상 머리를 한 바퀴 휙 둘러보면 돈을 매개체로 한 추잡한 욕심이 끼어들지 않은 곳이 없다. 마치 암세포가 온 몸에 퍼진 말기 암 환자 같다.

정치인, 경제인,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 언론, 종교, 의료, 문화인에다 운동선수들까지 돈에 머리가 돈 사람들이 끼어 있다.

‘제인획금(齊人獲金)’이란 고사가 있다. 제나라 사람이 사람 많은 한낮에 남의 금(金)을 움켜쥐고 달아나다 이내 붙잡혔다. 하도 어설픈 짓이라 물어보니 제인이 말하기를 사람은 눈에 보이질 않고 오직 금만 보이더라는 것이다.

얼마 전 은행장 몇 명이 자살했다. 자살은 궁지에 몰린 사람의 마지막 선택이다. 남이 맡긴 돈을 함부로 사용하다 일이 커지자 잘못을 덮어보려고 유력인사에게 뇌물로 매달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거짓을 거짓의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성경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욕심은 죄악을 낳고, 죄악은 사망을 낳는다’고.

제발 신피질에서 선한 이성이 샘솟듯 솟아올라 그릇된 욕망을 잠재울 좋은 발명품 없을까?

‘ 벌 레 들 ’
어둠 가운데
따뜻하고 환하고 달려가고픈
등이 켜있네
미친듯이 맴도는 하루살이들
갑자기 달려들어 들어붙는 풍뎅이
앉았다가 날랐다가 퍼덕대는 나방이
아침에 보니
모두 바닥에 널브러진 벌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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