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스트레스에 관한 얘기에 이어 심폐기능에 대해 생각해보자. 대구세계육상경기대회에서 보았듯이 케냐는 장거리 레이스에서 세계 최강국이다.

레이스 막판에도 별로 지친 기색 없이 잘 달리는 그들을 보면 그 심페 기능이 정말 부럽기 짝이 없다. 킬리만자로 아래 펼쳐진 마사히마라평원에서 소떼를 몰며 뛰어다니는 그들 몸속엔 분명 좋은 유전자가 있음직하다.

비록 초라한 흙집에 초라한 음식을 먹으며 살지만, 그들의 생활은 우리에게 주는 확실한 교훈이 있다. 그들처럼 깡마른 근육체질에 강한 심폐기능은 마치 1000cc 미만의 경차에 6기통의 엔진을 단 차량에 비유할 수 있다.

다 알다시피 체중과 심폐기능은 역관계 이다. 백두급의 씨름선수는 잠깐 힘을 불끈 쏟을 수는 있어도 달리기는 기대할 수 없다.

아파트가 넓으면 그 유지비가 많이 들듯이 비만체중은 심장이 그 감당을 힘들어 한다. 따라서 살 많이 찐 사람들은 자연히 힘든 운동은 피하려 하고, 어쩌다 좀 움직였다 하면 식은 땀을 흘리면서 헐떡거린다.

다시 말해 이 헐떡이는 현상은 심장이 힘들어서 괴롭다고 내지르는 아우성 소리다. 그러다가 운동이 더 지속되면 얼굴이 창백해지고, 거기서 더 심하면 심장은 멈춰서 돌연사(突然死)의 원인이 된다.

의학상식에 ‘불용성위축(不用性萎縮’)이란 말이 있다. 사용을 안 하면 그 기능을 서서히 잃어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나이 들어 비만에다, 늘 숨이 차서 편하게 누워 T-V 리모컨이나 만지작거리다 보면 심폐기능은 점차 약해져 낡아 빠진 고물 엔진이 된다.

자 심폐기능에 관한 해답은 이미 나왔다. 즉 체중은 줄이면서 그 기능 강화를 위한 지속적 운동을 어찌 실천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여기서 꼭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우리 몸이 어떠한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절대로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갖는다면 심폐기능은 좀 더 나은 상태로 고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즉 다시 말해 연령, 체중, 기존질환, 기존장애등, 이런 것들이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내 이웃에 85세의 고령에다 5년 전 중풍을 맞아 오른쪽 손발이 마비된 분이 있다. 80킬로도 족히 넘어 보이는 비만 체중에다 편마비로 인해 움직임이 몹시 힘들지만, 낙천적 성격에 의지가 매우 강한 분이시다.

그분의 운동은 딱 한 가지. 걸음마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바퀴 4개 달린 보행보조기구를 양 겨드랑이에 끼고 힘겹게 한발자국씩 걷는 운동 이다.

그러나 그분의 하루 일과를 보면 매우 감동적 이다. 15분 걸음마 운동 후엔 15분 정도 앉아서 쉰다. 운동할 때 그의 귀엔 늘 즐기는 음악이 나오는 리시버가 꽂혀 있다.

이는 지치지 않고 즐겁게 지속적으로 운동하겠다는 그의 지혜인 듯 하다. 이런 식으로 5회 반복하면 점심 먹을 때가 된다.

그의 밥상엔 콩이 섞인 현미밥에 싱거운 된장국, 생선 한 토막과 야채반찬이 주로 차려지는 메뉴이다. 식사 후에는 이내 졸려 1시간 정도 낮잠을 즐기다 깨면 조금 있다 다시 오전처럼 5회 그 운동을 되풀이한다.

이 운동은 실내운동이기에 하루도 거르는 일이 없다. 지금까지 소개한 이분의 일과는 사실은 1년 전의 모습이며, 현재 모습과 비교 하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65킬로의 체중에 걸음마 운동은 한번에 30분 정도 지친 기색 없이 지속할 만큼 그 심폐기능이 좋아졌다.

여기서 이분이 보여준 교훈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운동방법에선 자기의 능력과 몸의 상태에 알맞은 것을 고르면 된다.

남에게서 좋은 운동이 자기에게도 꼭 좋은 건 아니며, 굳이 무리해서 따를 일은 아니다. 절대로 욕심을 부려 지치면 안 된다. 한번 지치면 젊을 때와는 달리 회복되는 시간이 느리다.

따라서 지치지 않고 운동량을 늘이려면 시간을 잘게 나누어 중간 중간에 충분한 쉼을 두는 게 좋다. 게을러서는 되는 일이 없다. 그러니 거르지 말고 꾸준히 하면서 싫증 안 나고 즐겁게 지속할 방도를 생각해 보자.

짜고, 기름진 음식이 몸에 안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고른 영양을 섭취하고, 알맞은 양의 식사를 세끼 꼭 챙겨 먹도록 하자.

85세의 중풍 걸린 비만의 노인이 1년 동안의 노력으로 거둔 조그만 성공담은 심폐기능에 관한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돈 좀 있고, 게으른 사람들이 손쉽게 건강해 지려고 의례 보약에 관심이 많다. 속담에 ‘우유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고 세끼 밥 달게 먹고 운동하는 지혜를 배우자. 심폐기능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다음 칼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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