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백제금동대향로[아래는 줄여서 ‘백금향’이라 쓴다]에 대하여 조사하고 연구해왔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과제를 얻었다.➀ 과연 백제 사람의 순수 창작품인가?➁ 작품의 작자가 성임금[왕]인가? 창임금[왕=위덕임금]인가?➂ ‘박산로[중국]’인가? ‘수미산[인도·불교]의 향로’인가? 박산로와 향로의 중첩물인가?이 글은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하는 글이므로 상세한 것은 본격적인 연구로 다룰 수밖에 없다.지금《백제금동대향로의 진실과 그 비밀》[임시 제목]으로 음악학[중앙대 명교 전인평, 지식풍속학[공주대 명교 구중회], 물리학[공주대 명교
모퉁이 채마밭 한가운데빚 받으러 온 사람 마냥다리 쭉 펴고 자리 잡고 앉은쇠비름처럼자신의 자리가 아닌 곳인데도너무도 당당하고 뻔뻔함에한여름 뙤약볕도눈을 감았다
조용히 더 조용히지구 다른 곳의 언어 나의 언어로다른 피부색다른 신념의 등불없는 자의 배고픔돌 맞은 여인맨발로 걷는 아이들리시나요 지하의 신음조용히 흐르는 눈물가슴에 흐르시나요 쉽사리 손에 안 잡혀도 오래된 약속갈망은 별 되어모퉁이 돌의 낮은 목소리우물에 물이 있니해님 뜰 때 달님 뜰 때솟아나고 있니 걸터앉은 모퉁이 돌다른 이의 언어로 이어지는아픔으로 그렁그렁한 마음이 조용히 깎아 올린새 집의 이정표.
얼굴 깊게 패인 뿌렁이 주름에바다 절벽 매달려 바람 견딜 손이 있다.구부러지다 벌써 고꾸라졌을어깨를 버리는 웃음아비의 가냘픔에여름 갈 봄 구름이 있다 구름에 아이는 자라어둠의 터널과 터널 차령 계룡산줄기로 넘고물줄기로 노래 흘려보내고무너져 내린 돌덩이에 앉아별을 보다플라타너스 되어 길을 비춘다 장대히 선 나무인가 했건만스산히 잎 떨구어등 굽혀 걸어도기막힌 구릉 둥실 떠 올린다아비로 이어가는 길휘청휘청 휘어지는 날은 가냘픈 웃음이 있다.
해 걸음도 쉬어갈 무렵살이 통통한 금붕어를 닮은 어린아이들이동네 마트 목로에 앉아국물 한 방을 남김없이컵라면을 먹는다 저녁때 되었으니집에 돌아가 엄마 밥 먹으라 하니밥 배는 따로 있단다어떤 아이는 끼어들 듯 거들며과자 배도 따로 있다고 웃는다 막걸리 한 말 등에 지고는 못가도뱃속에 넣고 갈 수 있다던문득 떠오른 옛말 내 어머니도 그랬다'야, 이놈아! 술배는 따로 있는 거다' 했다 라떼는 말이야믿거나 말거나 라면도 없었고물 한 사발 들이켜 허기를 채웠었지그 시절 그런 삶도 있었지*라떼 : 나 때 또는 나의 시절을 뜻한 신조어
밖이 보이지 않는 새벽 습관처럼 집어 든 그의 시집한 가운데쯤 머물러 얼굴을 묻었다그의 생 어디쯤에서 잠시 머물러 있고 싶었다 섣부름이란 말, 무렵이라는 말 내내그 속에 잠겨 있고 싶었다 말린 표고버섯이 밀폐되지 않은 채저 아닌 다른 것으로 돌아가고있던 자리의 흔적을 지우는 것은남아 있는 것들의 몫이다 바람을 바람으로 지우고빛을 빛으로 지우는 일 사람을 사람으로 지우고눈물을 눈물로 지우는 일 오래도록 그렇게 묻혀 있고 싶었다
허기를 면하려고말라버린 찬밥이나 퉁퉁 불어터진 국수를꿀꺽 삼킨다. 몇 푼의 일당을 받으려고무시와 모멸 얼음장보다 찬 냉대를꿀꺽 삼킨다.사랑이 떠나는 아픔을꿀꺽 삼킨다. 비웃는 너털웃음과 비난을꿀꺽 삼킨다. 닥치는 대로 눈치껏 삼키는 것이사통팔달의 길 남아서 버티기 위해받아들이기 위해 모든 것을 꿀꺽꿀꺽 삼킨다.
살아서 감사한 꿈길 깨우고창밖에 기다리고 있는 봄날눈부신 아침 햇살 느린 걸음 재촉하여이발소 가는 길 경부선 철길 아래세월이 파 놓은 굴다리를 지나갈색 풀잎만 쓰러져 있는조그만 교회 옆 오래 묵은 공터에들려오는 봄의 기도 그 길 지나온이발소 큰 거울 앞에 머쓱하게 앉아웃자란 백발의 머리카락을 자르며히죽히죽 웃는다 미련에 아쉬워도 돌아갈 수 없는지나온 길 까맣게 잊고어디서 무엇 되어 어디로 갈까약속의 봄날에 길을 묻는다
소금에 절여, 가스 불로 구운 등 푸른 한 마리,파아란 접시 위, 벌렁 누워서도 동그랗게 눈뜨고 있네고향 그리워 차마 눈감지 못하고 있네폴짝폴짝 튀어 오르는 이 집 아이들, 제비새끼처럼 쫙쫙 주둥이 잘도 벌리고 있네엄마가 떼어주는 바다 한 조각, 재잘재잘 잽싸게 받아 처먹고 있네등 푸른 바다 한 마리, 야금야금 스러지고 있네.
사월 비 보슬보슬마음 찢어질 것 같아강 거슬러 올라가네 -어찌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지거미줄에게 비의 이유 묻네안부인사찾아올 약속 없이강기슭은멈춰있는 구름에 비스듬히 기대어 일까저녁 종소리은은히불쌍하다정이 깊어사월 산 생각 강 마음도 그럴까 - 어찌 순간 그런지조용히 보슬보슬 -다 젖었는데 사월 어찌 이런지 모르겠다종소리은은히불쌍하다 아직 정이 깊어
엄마를 보러 가는 길아버지 집을 먼저 들른다 살아서는 목소리도 크시더니기름값이라며 언제나 흰 봉투를 주시더니사업은 어떠냐, 묻고 또 물으시더니햇살만 내리쬐고 엄마는차는 안 밀리더나상석이는 장가 안 가나장가갈 생각이 없다 하면아이가이 장가 가야제 나중에 외로버오래 있다 가라 멀쩡하게 말씀하시고는돌아서면 누가 왔다 갔는지 모르시고 쓸쓸하게 저무는 햇살 받으며돌아오는 길.
묵주 하나 들고마당을 거닌다 천천히기도 속에 끼어드는 꽉 찬 잡생각 눈을 감고 하늘 숨을 깊게 마시면넓어지는 폐의 허공이 온몸을 돌아 나오는소리에 귀 기울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