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중회 (010-2710-8135,  jhkoo@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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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백제금동대향로[아래는 줄여서 ‘백금향’이라 쓴다]에 대하여 조사하고 연구해왔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과제를 얻었다.

➀ 과연 백제 사람의 순수 창작품인가?

➁ 작품의 작자가 성임금[왕]인가? 창임금[왕=위덕임금]인가?

➂ ‘박산로[중국]’인가? ‘수미산[인도·불교]의 향로’인가? 박산로와 향로의 중첩물인가?

이 글은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하는 글이므로 상세한 것은 본격적인 연구로 다룰 수밖에 없다.

지금《백제금동대향로의 진실과 그 비밀》[임시 제목]으로 음악학[중앙대 명교 전인평, 지식풍속학[공주대 명교 구중회], 물리학[공주대 명교 육근철], 사진으로 보는 백금향[사진 작가 김자경] 들의 연구가 진행되고, 집필 중이다. 나이나, 기타 사정으로 빨리 완성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올해는 백금향 발굴[1993. 12. 12]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소위 한 세대가 지난 셈이다. 백금향은 그동안 ‘세기의 백제문화재’라고 평가되어 온 만큼 그 성과가 과연 무엇인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백금향의 전문가[서정록 정도]가 없다는 점도 안타까운 일이다. 하여튼 문제를 제기해서 앞으로 과제로 다투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백금향은 처음 중국에서 디자인한 것이다❙

염봉閻鋒, 진봉위陳鳳偉[1999 편]《간명고완사전簡明古玩辭典》에 의하면, ‘유금투조반룡훈로鎏金透彫蟠龍熏爐’라는 박산로[현재 상해박물관 소장] 소개되어 있다.

지은이가 살피기로는 백금향[현재 부여박물관 소장]은 그 구조상으로 ‘합동’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크기[높이]에서 앞의 것[19.4cm] 보다 뒤의 것이 대략 3.2배[64.cm]일 뿐이고, 도형 구조는 즉 구름 무늬[운문]를 대칭으로 산형 꼭대기의 새[‘중국:주작, 한국:봉황’이라고 한다.]와 받침대의 반룡蟠龍도 완전하게 같다.

이 유물의 기능은 훈로 즉 난로이다. 이불에 싸서 썼다고 해서 ‘피중향로被中香爐(이불속 향로)’[《사문유취》《연감유함》]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이다. 난로로 훌륭한 역할을 하였던 모양이다.

참고로 박산로의 창안자는 정완丁緩인데 태어나고 죽은 일이 전하지 않는다.

❙백금향의 용은 승천하지 못한 반룡蟠龍이다❙

《광아廣雅》에 의하면 용의 종류는 ❶ 비늘이 있는 것은 교룡蛟龍, ❷ 날개가 있는 것은 응룡應龍, ❸ 뿔이 있는 것은 규룡虬龍, ❹ 뿔이 없는 것은 이룡螭龍, ❺ 아직 승천하지 못한 것은 반룡蟠龍 등이 있다.

그런데 일반 자전적 해석으로는 이룡을 “교룡(蛟龍), 일설에는 뿔 없는 용, 용의 새끼, 일설에는 용의 암컷, 맹수의 이름, 범 비슷한데 비늘이 있다는 짐승”으로, 규룡을 “양쪽 뿔이 있는 새끼 용, 뿔 없는 용”으로 풀기도 한다.

백금향에는 뿔이 두 개로 조각되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 원래 용의 확대어는 ‘임금’이다. “용, 임금, 제왕의 비유, 또 임금에 관한 사물에 관형사로 쓰인다, 뛰어난 인물” 등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런 풀이를 따른다면, ‘성임금[왕]=반룡은 즉 아직 즉위하지 못한 임금’이란 의미가 된다.

자연스러운 해석은 창임금[왕]이 아직 보위에 오르지 못한 세자 시절을 떠올릴 수 있다.《사문유취》등의 자료의 의하면. ‘동궁사로東宮賜爐’의 전통과 연결될 수 있다. 즉 동궁 시절에 나라에서 난로를 내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박산로는《주례周禮》[전국시대 BC 475~BC 221 무명씨의 저작] 천관 총재冢宰에 속하는 궁궐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침실에서 함께 사용하는 난로로 3대[하·은·주]의 제도이다. 그 그릇은 전하지 않는다.

살피건대 《동궁고사東宮故事》《동천청록洞天淸錄》《서경잡기西京雜記》등 여러 저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박산로는 실질적으로 한대에 시작되었다.

참고로 12세기 개성에 머물면서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쓴 글[《선화봉사 고려도경》]에서 박산로의 설명을 보기로 들어보기로 한다.

박산로는 원래 한대漢代의 기물이다. 바다 안에 ‘박산’이란 이름의 산이 있는데, 그 형상이 연꽃과 같아서 향로에 그 형상을 본떠서 쓴 것이다. 아래에 분盆이 있는데, 거기에 산과 바다에 파도치고 물고기와 용이 출몰하는 형상을 만들어서 끓는 물을 담아 옷에 향기를 분출하는 용도로 쓴다.

이 인용문은 12세기 개성에 머물면서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1123년 약 1개월간 여행]이 쓴 글[《선화봉사 고려도경》]이다. 훈로가 향로와 전혀 관계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중국의 문헌정보의 의하면 백금향이 제작된 시기는 창임금[왕] 즉위 544년[양 원임금(제) 3년] 이전이 되어야 한다.

❙백금향의 세계는 중국와 인도·서역의 신화의 혼합물로, 수미산sumeru의 제석Indra 천궁 신화를 중심으로 되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세존의 전생 고사 따위도 섞여 있다.❙

백제시대의 불교의 의례 등 행사佛事에 관한 자료는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금향의 도상iconology이야말로 좋은 사료일 수 있다.

백금향은 [대승]불교가 유입된 위진남북조 시대의 고승들이 공양의 도구로 사용하던 의기儀器이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는 맨 처음 공양 도구로 사용한 승려는 불도징佛圖澄[232~348]이고, 널리 시행한 사람은 그의 제자 도안道安[314~385]이다.

특히 도안은 고구려에 불교를 전한 진秦나라 부견苻堅[재위 357~385]이 장안에 강제로 초빙한 승려이다. 이러한 점에서 백금향의 공양 의례는 주목받기 충분하다. 황해도 안악 벽화 무덤의 향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백금향의 도상에는 사람 얼굴人面에 새·짐승·뱀 등의 몸〇身을 가진 신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컨대 사람 얼굴에 새의 모습을 한 것 만도 여러 종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유가 중국 고전인 《산해경山海經》에도 우연하게도 많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산해경》에서 주鴸[솔개 비슷한 새], 옹顒, 탁비橐肥, 부혜鳧徯 등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옹은 눈이 4개이고 부혜는 다리가 1개이다. 즉 날개, 꼬리, 다리, 뿔 등의 숫자나 여부가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불교가 들어와 수미산 신화가 수용되면서 이들은 다른 의미로 변화한다. 예컨대 사람 얼굴에 새의 몸이 불교의 새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공명조共命鳥 즉 백제기악에서 가루라迦樓羅도 좋은 사례이다.

따라서 백금향의 도상은 중국과 신화의 새로운 혼합물로 변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불교우주관인 수미산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신화적 사건이다. 5악사나 악신樂神이면서 향신香神인 간다르바가 모두 수미산 도리천 아악과 관련된 신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미산의 네 주四洲와 결합하면서 또 다른 신화로 나타난다.

수미산 네 주의 사람들[동 동승주神勝洲Pūrva-videha, 남 섬부주瞻部洲Jambu-dvipa[범]Jambu-dipa[파], 서 우화주牛貨洲Apara-godānīya, 북 구로주瞿盧洲Uttara-kuru]은 그들 용어로 사용하면 ‘사따바sattva’인데 초기에는 ‘중생衆生’으로 후기에는 ‘유정有情’으로 번역되었다.

이들의 사따바는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사이에 있는 존재이다. 소위 ‘칠칠재七·七齋’라는 불교 의식을 낳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수미산 네 주의 사따바들은 죽어서 서로 다른 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수미산정의 도리천[혹은 33천]을 이해해야 음악과 중음[사따바]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면조·수·어·사신 등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백금향의 도상은 옆으로 돌면서 부분 부분 조각품으로 설명해왔다. 그런데 인도교[불교 포함] 수행자들은 일대기가 정해져 있다.

➀ 범행기梵行期braqhma-carin기 8세 취사就師 그후 12년 폐다 습제의 ➁ 가주기家住期grha-stha기 ➂ 임서기林棲期vana-prastha기 ➃ 둔서기遁世期samnyasin기 등이 그것이다. 임서기에서 둔서기의 모습들이 백금향에는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1~6의 순서가 바로 ➂ 임서기林棲期vana-prastha기와 ➃ 둔서기遁世期samnyasin기라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사진, 편집 김자경
사진, 편집 김자경

또 한 가지는 석가의 전생 고사도 백금향에는 포함되어 있다. 머리를 씻는 모습은 연등불인 정광여래가 세존이 성불하리라는 수기受記를 주었다는 설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포수가 짐승[멧돼지] 등을 사냥하는 부분도 역시 널리 알려진 부분으로 돈황 석굴에도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백금향은 역사와 신화를 소재로 하는 불교 의례 공예품이라는 점에서 새

로운 조명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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