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중학동 할머니들이 울고 있다.

현 전홍남 중학동장이 끝내 재임용을 받지 못해 올해 말에 그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은 전홍남 동장의 손을 잡고 “이런 동장이 어디 있다구….”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목민관이란 무엇인가? 백성의 아픔을 달래주고, 보듬어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전홍남 동장은 그런 일을 자처했고, 그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홀몸 어르신의 생신날이면 선물을 마련해 생신을 축하해 드리고, 어려운 가정에 보일러가 고장 나면 지인에게 부탁해 보일러를 고쳐드렸다.

길거리를 가다가도 주민이 민원을 이야기하면 한참 동안 서서 들어주고, 밤에 가로등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한 곳을 보면 위치를 적었다가 조치를 했다.

짬뽕을 먹다가도 민원인의 전화가 오면 젓가락을 놓고 1시간 후에 와서 식은 짬뽕을 먹었고, 차를 마시다가도 민원인의 전화를 받으면 바로 출동했다. 이러한 일은 기자가 직접 본 내용이다.

전홍남 동장의 팔은 메모장이다. 길거리를 가다가, 대화하다가, 전화로 민원이 들어오거나,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팔에 적어 놓았다가 잊지 않고 처리한다.

수십 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해 왔지만, 이런 공무원은 본 적이 없다. 이런 동장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그래서 중학동민들이 재계약을 원해 집회를 하고, 시장을 찾아가고, 현수막을 걸고, 1인시위를 하고, 동민의 10% 이상이 재계약 청원에 서명해 도지사, 국회의원, 시장에게 전달한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시민의 뜻에 따르겠다”라던 최원철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공주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 시 유능한 대상자가 있었음에도 굳이 공주를 망신시켜가며 성폭력 전과자인 이준원 전 시장의 임명을 강행했던 것과는 지극히 대조적이었다.

공주시는 충남도에서 개방형 직위 일몰에 따라 재임용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민의 원성을 피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인사권자는 공주시장이고, 성과에 따라 5년 동안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어 일몰과는 상관없이 재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6급 정무직을 5급으로 한 직급 올리는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해 통과시킬 정도로 강력한 추진력을 보이는 최원철 시장이 재계약만 하면 되는 것을 충남도 핑계를 대는 것은 너무 궁색하지 않나 싶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공주 초도방문 시 “전임 도지사 때 했을지라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고, 나름 방법을 찾고 있었으나, 공주시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와서 손을 놓았다는 후문이다.

이제 전국 유일의 개방형공모제는 숨을 다하게 됐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도 인정한 지방분권, 직접민주주의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다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말 만하면 ‘시민’을 외치지만, 정작 그들의 가슴에 시민은 없다. 내 사람만 있을 뿐이다. 비정한 연기자들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전홍남 동장은 이제 동장실을 비워야 한다. 중학동 할머니들의 눈물은 과연 누가 닦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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