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나의 창 안에새 한 마리 기르며 살까보다 날마다 날아갈 수 있는 희망과날마다 걸을 수 있는초롱초롱한 눈이 빛나는 새의인내를 닮아 살까 보다 언제 어디서나붉은 피 섞인 노래를 부르는 새의간절한 기원을 좇아 살까 보다 삶의 절벽에 끝내는껍질 같은 욕심도 덤불 같은 아픔도미련 없이 물어다 버리는 새의용기를 익히며 살까 보다 하늘과 땅가차 없이 버려진 생명의 가뿐 숨소리까지작은 가슴으로도 보듬어 줄 아는 새의깊은 사랑에 빠져 살까 보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거센 모래 바람에도 그냥 묵묵히걷기로 했다 물 한 모금 건네지 않는매정한 사막이지만 운명처럼 그냥사랑하기로 했다 달이 뜨면 달빛과별이 내리면 별빛과 친구가 되고도반이 되고 너무 힘들면하늘 힐끗 쳐다보고 그래도 힘들면땅도 한 번 내려다보고 두 눈 껌뻑이며길을 떠난다. 이정표 없는 사막그대는 나를 타고 나는 그댈 위해하염없이 걷는다. 인연에 의해주어진 숙명이라면 이 생의 인연이끝이었으면 좋겠다. 등 위의 그대는아시는가, 모르시는가.
절에는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말라”는 말이 전해집니다. 인연대로 맡겨 두라는 말이겠지요. 가려는 사람 억지로 잡아도 반드시 가고, 오려는 사람은 그 누가 막아도 기필코 온다는 말일 것입니다.사람 대신 말을 바꾸어 업으로 바꾸면 의미가 더 선명해 집니다. 우리가 지은 업은 반드시 다가오고, 다가온 업이 다하면 가지 말라 억지로 붙잡아도 기필코 미련 없이 가버립니다. 지은 공덕이나, 복덕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짓고 내가 받기에 선업 쌓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 입니다.살다 보면 무언가 안 될 때 “에이 절에나 들
강은 울지 않는다 해질 녘,온 강물을 물들이는 노을이눈물겨운 것은강이 울지 않음으로 내가 서러운 것이다 역사의 강에 아들을 저승으로 보내며울지 않는 어머니 때문에 딸들은 더 서러웠다 밤마다 초롱불이 다 할 때까지버선을 짓던 어머니들이빨랫감을 강물에 풀어 헤칠 때강물은 말없이 깊어 갔다 빨래를 이고 돌아오는어머니들의 등은 굽어지고그럴수록 살가워지던 속내를노을 속에 속살처럼 부드러운강을 보니 알겠다 강은 당신들의 설움을 먹어 시립도록 영롱하다.
해질 녘 여름가시지 않은 더위를 가르며기계로 잔디를 깍는다방아깨비 여치 개미 거미 벌들이정신없이 튄다어느 구석진 자리자리저리 많은 생명들 살고 있었나 이튿날, 튀지 못한 민들레땅에 착 붙어 꽃대를 밀어 올렸는데그때, 피난가지 못한 역사 속 할머니들은만삭의 며느리와납작하게 숨어 씨를 받았지 어떡하든 살아남아야 했던고단한 세월이한숨으로 피어날 때마다 씨들이 날아세상 속에 박혔지그래서 우리들이 있지그래, 숨어라견뎌라살아라.
단지 예수가 어떤 사람인지궁금했을 뿐이지요 단지 키가 작아나무 위에 올라 간 것 뿐이지요 그러나 단지가 아니지요그렇게라도 예수를 보려던 그 마음이예수님을 멈추게 했지요 성화는 자캐오를 안은 예수님이 문에 서 있습니다어린아이처럼 놀란 자캐오가 예수님께 매달립니다문 안은 어둠이고문 밖은 흰색으로 환합니다그 밑에 사람들의 야유가 어둡습니다 당연하지요당연하지요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은어렵고도 어렵지요같은 유대인을 할킨 자캐오를 어떻게 예수님처럼 안아 줄 수 있겠어요사람들은 어둠에 싸여 서로를 보지 못하지요 자케오는 마음보다 먼저 말
이른 봄먼 산 설핏설핏 눈냇물건너 야트막한 마을에저녁연기 피어오르던 외가고샅길로 흐르는 물 연신 틀며숙모 물동이 이고들어서는 그 길 토담 밖 망울진 산수유틀어내는 물방울 따라같이 터지던 이제는 가도 없는내 속에만 살고자라지도 않는그걸 먹고 내가 자라는그 풍경.
‘저 하늘에도 슬픔이’ 단체관람하던 날영화 속 윤복의 설움이가슴 가득, 이유 없이 내 삶도 시린열 네살 오후 갑자기 집 그리워한걸음에 달려 간 집아, 설풍 한 자락 깔고 앉아어머니 마루에 앉아 다듬이질 하신다꽃무늬 저고기, 진보랏빛 치마꽃브러찌 달고 설익은 봄이어머니 가슴으로 먼저 와발그레 얼굴 붉히며‘유행지나 버리기는 아깝고’ 이제는 팔십오랜 시간 침상에 누워허공만 본다갈라진 머리칼/아직도 내 마음에선어머니,눈부신 등불을 켜는데.
사내는 오늘도다리위에 널부러져 있다사내의 집에서는 팔순의 노모가옻 잎을 삶고 있겠지 이른 새벽 노모는 아픈 다리를 끌며지나는 내 차를 세웠다.산에서 딴 이슬마르지 않은 푸른 잎을 가득 안고옻 잎이라 했다먼 곳에서 옻칠한 가구만 보아도온 몸에 열꽃이 피는 친정엄마를 닮은 내가안절부절 못하는데 자식도 아내도 버리고 간알콜 중독자 아들을 위해사내의 어머니는차 뒷좌석에 옻 잎을 놓으며아들 외에는 마음이 없다/노엽기도 하고감동되기도 하고 자식이라면 일상의 규범 밖인어머니를 이길 수 없어가만 웃었다.
겨울 들판 위를떠돌고 있는 작은 구름은어디를, 누구를 찾아 헤매는 걸까 작은 구름 하나가가까스로 손 뻗어 큰 구름 잡는다 조금 더 커진 구름그늘 하나가들판을 덮는데 어디선가 센 바람이골을 타고와 지나고 들판을 덮었던 그림자도흩어진다 큰 구름 작은 구름 온데간데없는 하늘에행운이라 여겼던 작은 구름큰 구름 조각 사이에서 부질없음 깨닫는다.
겨울비 내린다서릿발까지 동원한꽁꽁 얼어붙은 땅이가볍게 제 몸을 푼다 잠시의 세월이 때로참 거시기해서단단하게 붙들고 몸부림쳤던적,언 땅 보니 알겠다 신발에 묻어나는 흙덩이의무게만큼욕심을 덜어 내는 일은 세상일에선자주 건망증에 걸려밀려나는산책길 목록.
세상 속 지나며 생긴 생채기덜 여물어중얼중얼 남 탓하며 설거지하다때 절은 앞치마에젖은 손 문지르고열쇠구멍에 내 일상 잠가 두고산에 올랐다 푸르면 푸른 대로붉어지면 붉어지는 대로바람 불면 흔들리는 대로있을 줄 알아 조화로운 숲품위 있게 휘어진 소나무 하나눈길 묶는다 지금이라도하고 싶은 말아니 들을 말모두를 품으면삼대(三代) 쯤에는저 자태 나올까 저절로 발길 머물러긴 호흡, 마음 한 칸 내리면참으로 작아지는세상 속 생채기.
우물에 비친 여인의 얼굴이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미 다섯의 남편을 거친 까닭이지요여섯 번째도 그녀의 영혼은 채워지지 않았죠 사마리아 여인이방인의 고단한 영혼을내려놓지 못한 그녀에게예수님이 우물가로 오셨군요 우물에 비친 예수님은 그런 여인이 안타까워가슴이 뜁니다 그때 하늘에서 빛이 내려어두운 우물에 꽂힌 빛이여인의 마음에 고입니다 우물에 여인과 예수님의 얼굴이 나란히 비칩니다순간 여인의 눈에 눈물이 그렁합니다 메시아를 본 것이지요그녀의 방황이 끝납니다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또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
자전거 배우던 날잡고 있으니 걱정 말라던 말 믿고신나게 달리는데운동장 가 늘어진 하얀 아카시아 꽃향기바퀴 따라 콧노래로 따라오고 돌아본 순간일찌감치 손 놓고멀리서 지켜보던 아버지 혼자라는 생각에잘 달리던 자전거 안고그대로 넘어지는데빨랫줄에 널어놓은 옷 바람에 흔들리듯아카시아꽃 몸 흔들며깔깔대는데5월, 그 웃음소리 따라 돌아보면아무도 없이 꽃그늘만 흔들린다.
뭉개구름 선연한 날 땅바닥에 귀 대어 보면기다린 적 없었던 사람들이기적소리 울리며지나간 시간의 기차를 타고 온다 내 삶에 순간순간 같이 했던 사람들역마다 내리고 빠르게 지나며안부 묻지 못한마음 칸칸 기억의 얼굴들모두가 웃음으로 찾는다 번지 없는 그리움이마음 가득한 봄날에묻는 근황.
으스스한 몸살로드는 나잇살움을 틔워야 했던그 겨울의 긴장한바탕 앓으면바람의 손으로 키워진꽁꽁 언 땅 푸른 싹은종달새 알을 까는넉넉한 품으로 넘실대는가 다시 열리는 들판탱탱히 영그는 볼마다녹녹지 않은 시름들이땀방울을 달고하늘을 우러르면 한해의 반이 슬며시곁을 지나 서리로 내려앉는투명한 허무 한 자락이사그락사그락들판을 점령하고 있다.
눈이 올 듯하늘이 낮은 날음악도 글도들어오지 않는 날은리본을 만든다하나…둘…열…스물…쉰 대상도 없이 차올라터질 것 같은 서성임의 뒤편 아무에게나 전화 걸어‘보고싶다’ 말하고 싶은아슬한 수위를리본에 꼭꼭 접어 넣고고래를 들면바람 한 점 없는 하늘에정지된 듯 내리는눈이다봇물 터지 듯 밀려 나가는이름 모를 정체.
기온 35도하루도 견디기 어려운화기 속꽃의 생명 덜 상하게락스 한 방울을물 위에 떨어뜨린다 때로는 독이생명수가 되는 나에게 시는독이다.
화기(花器)의 폭에높이의 두 배꽃을 꽂을 때1주지로 가장 적당한 길이다 화기에 꽂히는 가지처럼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삶의 길이잴 수 있을까신이 허용한 걸맞은 삶은자신이 가진 폭과 길이를곱까지는 늘려 보는 일 일지도그러나 우리는허용치를 넘거나 미치지 못한다내 안의 고요를 키우지 못해소음에 귀 기울이는 우愚.
제자가 꺼내 놓는불륜의 사랑안 된다, 말해 놓고그녀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외로움 한 다발 받는다 유난히도 많이 휜 동백가지마디마디 내지르는 방황,가지 끝에동백꽃 한 송이저 꽃 하나 피우러저리도 휘며 갔을까 그녀의 끝에 달려 있는아슬한 그 꽃아름답다 말하고 싶은이놈의 심사心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