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입니다. 겨우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던 아주 조그만 무늬 잎 비비추를 혹여 옮겨 심었던 탓에 추운 겨울을 견디지 못했나 싶어 호미로 흙을 스윽 민 순간 해바라기씨 만한 하얀 촉 같은 싹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련하고 성질이 급한 이 참을성 없는 주인은 비비추가 다른 식물보다 늦게 싹이 올라온다는 것을 또 깜빡하고는 겨우내 준비해온 싹의 끝을 무참하게 뭉개 버렸던 거죠.

비비추에게 너무 미안해 조심스레 호미를 놓고 손가락으로 고운 흙을 뿌려 줍니다. 상처를 주고 이 또한 무슨 짓인가 싶으면서도 그것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 그리했지요.

미안한 마음에 다른 쪽으로 신경을 써보려 노력하지만, 그래도 비비추는 계속 기억 속에서 나를 원망합니다.

“왜 못 기다려, 네가 그리 좋아한다던 야생화인데 왜 그걸 기억 못해,”

저는 저에게 그리 계속 묻습니다. “언제는 내가 기다렸나, 언제는 내가 기억했느냐고, 매번 그리 엉터리 같은 삶의 반복 속에서 오늘까지 살아 왔으면서….”

그러면서 비비추에게 전합니다. “진정하시게,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시게, 정해진 시간, 정해진 삶 그리 서두른다고 뭐가 달라지나.”

오늘은 작은 일에서 큰 두드림으로 저를 바라보게 하는 참 고마운 날입니다. 동굴 안 어둠속에 길게 나온 빛 한줄기처럼 그 행복이 뭔지 알 것 같아 눈을 감습니다. 자연을 바로 보지 못했더라면 이 작은 깨달음마저 날 외면했을 텐데….

새싹이 오늘 저에게 준 이야기는 법문도, 설교도 아니지만 저에게 저다운 삶의 지혜를 주었습니다. 정중하게 밀레의 그림에서 고개 숙인 모습처럼 아주 정중하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는 이것을 자연을 닮은 동작치료의 열여섯 번째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해보기 : 고개를 숙여봅니다.

머리의 무게와 목의 역할을 기억해봅니다.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호흡을 깊게 토해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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