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立冬)

11月7日 (음력 9월 19일)

겨울의 시작

깊고 그윽한 오후 햇살이 내 등을 무겁게 두드린다. 삶이 무겁게 느껴진다. 고민스럽다. 나는 오늘도 함부로 쏜 화살을 찾고자 마음을 나섰다. 그 화살의 방향이 어느 곳인지 조차 모른 채.

언제, 어디쯤에서 비롯된 것일까? 잊은 듯한 그날, 잊은 줄 알았다고 말하는 것이 편한 줄 알았던 지금. 햇살은 그 화살의 방향을 말해주었다. “기억하고 있었다, 함께 고민했다”고.

푸르던 풀빛이 서리에 그 푸르른 빛을 잃고 갈색 옷으로 갈아입는 이 계절에 대지와 함께 알몸을 드러낸다.

아프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 지금 이 순간 이 햇살이, 이 공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지만, 그래도 난 오늘을 사랑하고 싶다.

난 이렇게 후회를 하면서도 또 다시 화살을 쏘고, 또 다시 겨울이 오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아프고 더 아파진다면 나는 이 햇살을 등에 지고 아주 천천히 한 발자국을 무겁게 옮겨볼 것이다.

나의 등 뒤에서 고민해온 햇살과 함께 아주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이 무거운 발걸음의 시작을 나는 ‘동작치유’라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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