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그스레한 감이 몇 개 남지 않고 감잎마저 10월의 이별 앞에 붉어진 모습으로 땅에 떨어진다. 이맘때쯤이 되면 난 유년시절 호되게 앓았던 기억으로 그렇게….

10월은 나에게 충분한 축복이었다. 이상하리만큼 염증으로 시달렸던 초등학교 시절, 정강이부분 염증은 매년 가을 날 힘들게 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님께서는 하지감자를 아궁이에 구워 숯이 될 정도의 상태가 됐을 때 손으로 쪼개어 곪은 환부에 얹어놓는 것을 수일간 매일 반복해 주셨다.

이는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우리가족에게 민간요법으로 자주 사용했던 터이어서 우리들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차분히 지켜보며 잘 견디었던 것 같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어머니께서는 동내 부잣집 담에 둘러져있던 탱자나무 가시를, 그것도 아주 크고 뾰족한 가시를 몇 개 구해 오셨다.

그리고는 곪아서 계란 반쪽만큼 부어오른 환부를 그 탱자나무 가시로 터트려버렸다. 많이 곪아서일까, 아니면 구운 하지감자덕분일까, 탱자나무 가시로 찔렸는데도 나는 크게 아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당신의 침과 입안의 온도로 꾹 꾹 눌러진 이명래 고약을 나의 왼쪽 다리에 붙였고, 그럼으로써 나의 환부는 깨끗이 나았다.

향기로운 탱자향기가 코를 찌르는 10월은 내게 아주 특별한 달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어린 날의 상처를 온전히 전해주는 이 때 쯤 이면 나의 가슴에도 탱자향기가 전해져 온다.

아팠던, 그리고 춤추던 나에게 있어 다리의 상처는 두려움 이였으련만 지금도 난 그 시절을 잊지 못하고 탱자 향기 속에 아련히 머물러 있다.

탱자 향기 속엔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검게 그을린 하지감자, 그리고 나의 왼쪽다리의 흉터….

모네의 연꽃, 연못 그림보다 더 잔잔함으로 내 두 손을 모아 내 다리를 쓰다듬는다. 옛날의, 어제의,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은 그 아픔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면서 그 떫고 시디신 탱자향기 같은 그 아픔을, 몸으로 기억하는 것을 나는 동작치유의 네 번째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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