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이 아리도록
쓰다듬어 내려도
감지 못하는 새끼의 눈을
옷고름 풀어헤쳐
맨 가슴으로 비벼대며
눈물도 소리도 없는 울음 헉헉대는
어미의 모습은
어미의 모습이 아니다

물방울 떨어지는 쌩나무 관속에
베게보다 가볍고 얼음보다 차가운
새끼 몸 집어넣고
양손이 새까맣게 죽어가도록
관을 치며 통곡하다
제 가슴 못 박히는 아픔에
몇 번인가 허공을 휘젓고는
그림자처럼 쓰러진 어미는
어미의 모습이 아니다

풀잎처럼 연약한 여린 가슴에
동글납작한 예쁘디예쁜 머리를
들어간 곳 은 흔적도 없고
나 온데는 요강단지 만 하다는
M16 소총으로
좀 먹은 헝겊처럼
죽은 내 아가야 내 살땡이야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에게도
죽음만큼은 존엄하다던데
짐승만도 못하게 죽은 아가야
광목으로 조이고
가마니로 둘둘 말은 너를
해도 달도 없는 곳에 홀로 남겨두고
이 어미 어떻게 살라하고
안 된다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어미랑 같이 가자. 같이 가자구나

헝크러진 머리 손으로 빗고
풀어진 옷고름 바로 고치며
가슴이 떨리도록
온몸이 떨리도록
독한 숨 토해내며
두 무릅 꿇고 앉아
생이별 술잔 따르는
어미의 모습은
어미의 모습이 아니다


*1980년 5월 21일 광주 상무관 앞에서
진압군 중대장 김 승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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