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스토리텔링 작가/ 원광대대학원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아주 먼 길이었다. 누가 시켰으면 못 다닐 길이었다. 중국은 어디를 가도 그 규모가 너무 커서 보고 싶은 것을 다 보려면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쫓아다녀야 한다.

그럼에도 내가 이번에 중국 현장답사를 나선 것은 백제시대 일본에서 최고의 연예인으로 각광받았던 “미마지”라는 인물에 대한 흔적을 찾기 위해서다.

추측컨대 백제시대에는 지금의 남경(南京) 즉 “오경(吳京)”이라고도 부르고 “건강(建康}”이라고도 부르는 이 “오(吳)”지역과 활발한 문화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남경박물관을 이틀씩이나 할애해서 돌고 또, 돌았다. 특히, 수나라와 당나라 때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담긴 도악용(陶樂俑)과 도무용(陶舞俑) 등을 상세히 살폈다.

그리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노다관(老茶館)”에서 열리는 “월극경전극(越劇經典劇) - 옥당춘(玉堂春)”을 재미있게 관람했다. 이 공연은 10원 또는 15원 정도의 찻값을 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100원을 더 주고 2층의 “고월(孤月)”이라는 독방에서 편안하게 공연을 즐겼다. 왜냐하면 “오(吳)”지역에서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가무악(歌舞樂)”의 전통을 적극적으로 영상과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중국 사람들은 공연을 보다가 크게 웃기도 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대사는 양쪽에 친절하게 문자로도 전달해 주었는데 중간에는 10분 휴식시간도 있다.

2시간 공연이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공연을 보는 내내 백제시대 “오(吳)”에서 가무악(歌舞樂)을 배워 “왜(倭}”에게 전해 준 “미마지”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우리 공주도 “미마지”라는 인물을 문화콘텐츠로 개발하여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성공을 위한 상설 공연화를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중국 소흥, 소주, 항주, 상해, 북경 등을 거쳐 5월 4일, 잠시 귀국했다가 또다시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일본 오사카와 교토, 나라 등지를 현장 답사할 예정이다.

또다시 먼 길을 나서는 이유는 정말로 백제시대 찬란했던 공연문화의 선두주자 “미마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앞으로 우리 공주시민들도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세계문화유산이 된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등 유형문화유산 뿐만 아니라 “미마지” 같은 무형문화유산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그래서 공연 한 편을 보기 위해 중국의 시골 지역인 운남성의 “여강(麗江)”까지 세계인들이 몰려드는 것처럼 우리 공주도 “미마지” 공연 한 편을 보기 위해 세계인들이 몰려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17년 4월 25일, 중국 “남경박물관”에서 펼쳐지고 있는 “옥당춘(玉堂春)” 공연 모습>

공연문화예술로서의 스토리텔링:

공연문화예술로서의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미 2008년에 고려대학교 박사논문에서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진도 축제식 상장례 상장례 민속의 연희성과 스토리텔링(김미경, 2013, 도서출판 민속원, 271-272쪽)』에 잘 서술되어 있는데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2008년 8월 8일, 개막된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 총연출을 맡았던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예모張藝謀는 오지 마을을 연극 한 편으로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뛰어난 문화관광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일명 “인상印象 프로젝트”로 불리는데, 중국 운남성 남부에 위치한 리장麗江의 옥룡설산玉龍雪山에다 거대한 야외극장을 꾸며 치밀하게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500여명의 연기인들을 동원해 강한 훈련을 시켜 연극 󰡔인상리장印象麗江󰡕을 탄생시킨 것이다. 󰡔인상리장印象麗江󰡕은 “산수山水를 세트로, 농어민을 배우로, 전설을 스토리로” 만들어 “ 차마고도(고도마방: 古道馬帮), 대주설산對酒雪山, 천상인간天上人間, 타도조가打跳組歌, 고무제천鼓舞祭天, 기복의식祈福儀式” 등의 6개 부문으로 나시족, 이족, 푸미족, 장족, 묘족 등 그동안 중 국 중앙 정부로부터 소외되어 온 10여개의 소수민족들이 배우로 캐스팅되어, 예전에 말[馬]을 타고 차[茶]를 나르던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영화榮華와 자부심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아름다운 자연과 소수민족들이 지니고 있는 민속문화를 장예모라는 안목 높은 예술가가 아무 것도 꾸미지 않는 천연 그대로의 상태로 예술화한 결과이다. 대부분 농어민으로 가난과 싸우던 소수민족 출신의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하여 자신이 맡은 바 연기에 몰두한다. 그런 500여명의 배우들이 하얀 설산雪山을 배경으로 혼연일체가 되어 우렁차게 두들기는 북소리는 정말 190위엔(27,550원)이라는 비싼 관람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장관이다. 이렇게 스토리텔링만 잘 짜서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관광객들은 하늘을 가르고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서라도 반드시 진도로 찾아오고 말 것이다. 진도 축제식 상장례도 좋은 극본을 쓸 수 있는 작가와 기발한 아이디어와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력을 가진 연출가가 힘을 합쳐 더욱 발전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낸다면, 반드시 자연과 민속문화와 예술의식이 합치된 훌륭한 공연을 성사시켜 큰 감동을 빚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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