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려 쌓인 날
갑자기 서성거려
수화기를 들고 싶다
수첩 속 전화번호를 뒤지며
너무 건방지다할까, 제치고
배부른 짓거리라 할까, 제치고
바쁜데 폐될까, 제치고
들킬까, 제치고
끝내 친구에게 전화 걸어
어느 학원이 좋다든지
어느 마트에 라면 값이 얼마가 싸다는
이야기로 수다를 떤 후
어둑발 내린 창 밖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저녁쌀을 씻어 안칠 때
목 놓아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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