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를 보면
기어이 올라가고 싶다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한 마리
물고기가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팍타로스 강이 시작되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가 몸을 씻고 싶었는지도
어린 날 남의 집 보리밭에 앉아
화풀이로 온종일 쥐어뜯어 버린 보리순
파랗게 물배인 손을 씻고 싶었을까
참방참방 물살을 밟으며 함부로 낚아챈
돌게의 등짝을 모질게 내리치던
철없음을 용서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잔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빠져나가는 추억들
함께 뛰놀던 계집애들의 얼굴조차
희미해져 가는 세월의 때를 말갛게 씻어내고
사뿐히 저 층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해맑은 내 유년이 뛰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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