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이 또 올랐다. 그것도 한 달 사이에 수천만 원씩이나. 연초에 비해서는 억 이상이 오른 곳도 있다. 위례신도시에서는 청약광풍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정부에서는 부동산이 활성화되어 경제가 살아난다고 연일 보도한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좋을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이번 정책이 마치 그들을 위한 잔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집이 없는 월급쟁이들은 또 한 번 좌절한다. 그들이 집을 사려면 월급에서 조금씩 모아 다시 최소 수천만 원을 만들어야 한다. 또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수천만 원을 겨우 마련했을 때 집값은 또 그들이 저축한 이상으로 뛰어버리지 않을까?

과거에 오르는 집값을 따라 갈 수 없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는 바람에, 고통 받는 하우스푸어들이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고 연일 보도가 나왔었다.

그런데 그들이 집을 팔아 겨우 고통을 면하려나 싶었는데 집값이 다시 훌쩍 뛰어버렸다. 이 중 집을 안 판 사람은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고, 판 사람은 또 다시 가슴이 많이 아플 것이다. 경제 논리로 보았을 때, 돈을 번 사람이 있으면, 반대로 가슴 아파 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정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빚을 내서 다시 집을 사라고 독촉한다. 하우스푸어 족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부의 발표가 있은 며칠 뒤, 인터넷 메인 기사로 한 여기자가 쓴 글이 올라왔다. ‘빚내서 전세 사는데,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라는 제목의 기사다.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는 댓글을 올렸다. 나는 그 여기자가 서민들의 말을 한 마디로 너무나 잘 대변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아는 일이겠지만 서울의 집값은 25평 아파트가 웬만한 지역은 4억 이상이 넘고 조금 괜찮은 아파트다 싶으면 5억이 훌쩍 넘는다.

심지어 강남터미널 앞의 모 아파트는 10억이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서울에서 아파트를 장만하기가 젊은 월급쟁이들이 얼마나 고달플까를 생각해보면 정부의 정책이 기가 막힌다.

집을 사려는 계획을 갖고 있던 무주택자들은 정부가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그들은 오른 집값을 위해 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 그 속에 내 자식들도 끼여 있다. 나는 집을 가지고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발상은 부자를 위한 정책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자식들이 서울에 있어 집값의 동향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두 애 모두 직장 생활 초년병이어서 아직 자기가 번 돈으로 집을 사기에는 무리이다. 그러나 직장이 지방으로 옮길 수가 있는 곳도 아니어서 서울에 집 장만을 해야 한다.

이런 내 사정을 잘 아는 친구가 지난여름에 서울에서 전화를 했다. 딸 애 이름을 거론하며, 마땅한 아파트가 있는 것 같은데 살려면 지금 사라는 전화였다.

딸애가 사고 싶은 동에 있는 아파트였지만, 우리 형편으로는 꽤나 비싼 아파트여서 망설이는 사이, 그 아파트는 또 다시 수천 만 원이 뛰어 버렸다.

수천 만 원이 누구에게는 별 것 아닌 돈이겠지만 직장인이 저축해서 모으기에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할 수 없이 다시 기회를 보기로 했다. 그 날은 재테크를 적절한 시기에 매우 잘하는 그 친구가 참으로 부러운 날이었다.

오늘날 우리의 갈등 중에서 빈부의 격차가 가장 문제라고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전에 어느 명사가 TV에 나와서 60년대 생활상을 거론하며, 이보다 수십 배는 잘 살게 된 우리가 갈등을 느끼는 것은 모두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분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네 삶의 대부분은 먼 곳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가까이 있는 사람과 비교를 하게 된다.

이것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인격이 부족한 것이 인간인지라 초연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자기 마음대로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때 품었던 욕심들을 하나 둘 내려놓게 된다. 금전적인 면도, 자식 문제도…. 그리고 人間萬事 塞翁之馬를 생각한다.

내가 판단할 때 내 형편은 경제적인 면에서 중산층은 되는 것 같다. 자칭 중산층인 나도 올라가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이렇게 갈등을 느낄 때, 우리보다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참으로 클 것 같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인 것은 衣食住인데, 현재의 우리나라는 衣과 食 문제는 해결 된 것 같다.

다만 서울에서 住 문제만큼은 심각하다. 지방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서 그것이 피부로 잘 느껴지지 않는다. 혹자는 그러면 지방에 살지, 왜 심각한 서울에 사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직장이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나는 경제 활성화 정책이 서민들을 죽이는 집값을 올리는데 초점을 두지 말고, 제발 다른 면으로 활성화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인간의 기본인 의식주 문제만큼은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어느 곳에 거주하든지 불안하지 않게 살아 갈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창밖은 가을이 성큼 다가와 단풍이 곱디곱다. 바야흐로 만추의 계절이다. 조금 있으면 시린 겨울이 오겠지.

시린 겨울이 와도 서민들의 어깨만큼은 이제는 시리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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