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힐송 처치의 브라이언 휴스턴 목사님의 설교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의 말에서 의외의 힘을 얻고는 한다.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는 혼자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마음에 파문이 일었던 적이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약간 두려워하는 이런 천성이 글 쓰는 일에 있어서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감사했다.

그런데 요즘 일기장을 펼쳐보다가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원고 마감이 되어 딱히 쓸 거리가 떠오르지 않아 며칠 동안 자괴감에 빠져 있던 때였다.

그런데 마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자신이 가진 작은 은사에도 감사해야 한다는 말씀이 거기 쓰여 있었다. 빛이 반짝반짝 비추이는 기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경찰, 공무원, 의사 갖가지 직업들이 아이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나라면 그런 것들보다 무언가 한 차원 다른 직업을 말하고 싶었다. 차례가 돌아오자 ‘아동문학가’라고 말했다.

그래 놓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고 살았다. 글 쓰는 일은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할 것이며, 출세의 길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 소리마저 들렸다. 분명 문학을 좋아했으나 그것을 올곧게 지켜낼 자신이 없었다. 현학적 태도에서 비롯된 에피소드로 그 일은 잊혀져갔다.

그러나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일생을 지배한다. 치기 어린 마음에 뒷전으로 미뤄놓은 문학의 끈을 결국 부여잡게 되었으니 말이다.

‘은사’ 혹은 ‘재능’이라는 것을 라틴어로 ‘카리스’라 하며 이 카리스가 쌓이고 쌓여 카리스마가 된다. 카리스마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서 나온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넘볼 수 없는 축복이다. 그 일을 할 때 사람은 가장 카리스마가 넘칠 것이다.

축복을 내동댕이친 채 살아왔으니 참 바보처럼 살아온 인생이 아닐 수 없다. 탕자처럼 허랑방탕하며 많은 길을 우회하여 누더기 걸인의 모습으로 아버지의 집에 돌아왔다. 이제 남은 것은 아버지의 용서뿐.

그간 아버지 집을 떠났던 자가 당해야 했을 수난의 시간들을 대충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일이 없어 저녁 으스름까지 헤맨 포도원 일꾼의 심정을 생각해 봐도 좋을 것이다.

탕진해 버린 시간들에 대한 뼈저린 후회. 그러나 남은 한 시간이라도 등이 휘도록 일을 하면서 일꾼은 행복하리라. 제 몫의 일을 하는 행복을 영원히 빼앗기지 않으리라. 놀라운 은혜의 복음을 부여잡고 교회 학생들에게 작은 은사를 감사하자고 전했다.

애니메이션 그림을 그리기 좋아하는 어떤 아이는 자기의 스크랩북을 보여주며 옛날의 나처럼 자신의 재능이 작음을 부끄러워했다.

아이의 그림은 화려한 잔재주는 없었으나 소박하고 담백한 맛이 있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작지만 그것을 계속하다보면 길이 나고 윤이 난다고 말해 주었다.

진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들어볼 때면 아이들은 꿈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신통한 것은 모두가 꿈과 비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아이들은 방송부 일을 돕다가 방송관련학과로 진학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아이들은 과학, 어떤 아이는 패션 디자인, 또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은 모두 성악과, 작곡과, 피아노과를 지망하고 있었다.

그림이나 디자인, 애니메이션, 푸드스타일리스트, 미용 쪽을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별다른 꿈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 아이들은 공부가 취미고 꿈이리라 믿는다.

청소년들의 입에서 꿈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 것을 들을 때 흐뭇하고 기뻤다. 구체적이고 선명한 꿈이기에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자랑할 것이라고는 그 꿈 하나가 되어도 좋을 것이다.

그 어느 것이나 돈으로 환산되어 질 때 천박해 진다는 말을 들었다.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말일 것이다. 세상 염려와 재리의 유혹에 약한 우리의 영혼이여, 부디 올무에서 놓여나기를….

아직 솜털 보송보송한 아이들이 각자의 길로 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자신이 가진 작은 재능에 감사하며 힘을 내기를, 그래서 꿈을 접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 주위 사람들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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