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면 가야하고, 오지 않으면 갈 일도 없는 것. 이번 추석날 우리들이 보여준 오고 감이 바로 우리들 생사거래의 한 모습입니다.

적적하던 부모님들 집에 모처럼 어린 아이 소리도 들리고, 야단법석을 이루어 시끌벅적하더니 하나 둘 본래 온 곳으로 돌아가고 난 지금 적적하고 고요함만이 남습니다.

그처럼 사람의 나고 죽음과, 살아있다 하는 생의 모습도 어디에선가 이 세상에 왔고, 언젠가 이 곳을 떠나야 하는 이 소식 속에 생사와, 거래의 역연한 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라는 안다 하지만, 이도 역시 며칠 지나면 한바탕 꿈속에 일처럼 아련해 지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 역시 실체가 없는 무상한 모습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날마다 왔다 가고, 순간순간 태어나고 돌아가는 모습 가운데 위로는 천상에 나기도 하고, 아래로는 고취에 나기도 하는 등 여섯 갈래 세계를 오르고 내리는 모습을 가리켜 의식 예문에서는 마치 우물 속에 달려있는 두레박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또 한 가지는 허공과 구름의 모습을 빗대어 깨달음을 얻게 하는 예문이니 그것을 살펴보면 이러합니다.

태어남은 어느 곳을 좇아 나오고, 돌아감은 어느 곳을 향하여 가는가.
태어남은 허공에 한 조각구름이 이는 것이요, 돌아감 역시 한 조각구름 스러지는 것일세.
한 조각구름은 애초에 실체가 없는 것처럼 나고 죽음과 오고 가는 것 역시 그와 같다네.
이 속에 홀로 한 물건이 우뚝하게 드러나니 잠연히 나고 죽음을 따르지 않는다오.
몸은 분주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저곳에서 이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신령한 마음자리는 오고 감도 아니요, 또한 머무름도 아닌 상태 그대로
여여하고 여여할 따름이니
우리는 몸이 나고 죽고 오고 가는 것에
마음 빼앗기지 말고 소소영령한 그 한 물건을
한결같이 생각하면서 삼독의 마음과
백팔가지 번뇌 망상에 물들지 않도록
잡도리 하는 것이 사람마다 본분사라 하겠습니다.

사실 수없는 사람이 드나들고 오고가도 들고나는 이 집 자체의 벽과 방에는 눈도 ,귀도 없고, 입도 없으되, 보고 듣는 신령한 한 물건의 작용이 있어서 다만 말로 표현해 내지 않고 그려내지 못할 뿐 형체 없고, 색깔 없는 그 무엇이 있음을 선지식들은 누누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마음이라 해도 틀리고, 부처라 해도 틀리며, 허공이라 해도 틀리며, 물질이라 해도 틀리지만, 마음도, 부처도, 허공도, 물질도, 그것을 빼 놓고는 달리 말할 도리가 없습니다.

떠나가는 자리에는 잠시 아쉬워하면서도 자신들이 머무는 집이나 일상으로 돌아가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각자의 본분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제일 잘 사는 것이니,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가는 길에 일체의 미련이나 원망 후회는 두지 말고 수처작주 입처개진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도록 각자 힘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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