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라는 책은 현장법사가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기 위하여 오공과 팔계와 오정 등을 데리고 81번의 고난을 겪고, 5천 48일간의 여정을 거치며 다녀오는 구법 소설입니다.

팔계는 이름 그대로 여덟 가지 계를 지키는 의미의 사람이고, 오정은 맑음을 깨달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며, 오공은 만물의 공함을 깨달았다 하여 오공입니다.

만물의 공함을 깨달은 오공이지만, 자기 자신은 제대로 깨닫지 못하였는지 걸핏하면 제 뜻에 안 맞는다고 성질을 부리고, 현장법사를 두고 떠나가 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장법사의 구도 여행에서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조력자입니다.

그런 오공의 불같은 성질을 제어하고 다스리는 방편으로 관음보살이 펼치신 ‘긴고주’라는 진언이 있으니 오공이 머리에 모양 나게 뒤집어 쓴 금고는 평소에는 아무 탈이 없다가도 오공이 제 성질을 못 이기고 난동을 부릴 때마다 현장법사가 어쩔 수 없이 긴고주를 외우면 금고가 오그라지며 머리를 조이는 바람에 머리가 깨지는 듯 아픈 오공은 법사의 말에 순응하게 된다는 도구입니다.

이야기상으로는 세 명의 조력자가 현장법사의 길에 동행하였다고 나오는데 이 오공과 오정과 팔계는 현장법사 자신입니다.

소설에서는 아무런 능력 없는 착해빠진 법사지만, 법사의 마음에 일어나는 성질머리가 오공으로 나온 것이고, 팔계는 법사의 마음에 일어나는 탐심을 상징한 것이며, 오정은 때에 따라서 우둔함으로 표현되는 치심인 것입니다.

그렇게 현장법사는 구법여행을 떠날 때에는 아직 탐.진.치심을 다스리지 못하는 상태였다가 천신만고를 겪으면서 서역을 다녀오는 동안 탐심과 진심(성냄) 치심(어리석음)을 다스리고, 마침내 온전한 깨달음을 성취하는 계정혜 삼학과 정견.사,어.업.명.진.념.정 의 팔정도를 얻어서 도를 완성해 돌아오는 모습을 이야기로 꾸민 내용입니다.

그런 탐심과 진심과 어리석음이 소공과 오정과 팔계라는 도반으로 나타났으니 우리도 역시나 마찬가지여서 누구나 탐, 진, 치 삼독의 부림에 자유롭기 쉽지 않아 잘 못 하다가는 망나니 소리를 듣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장 못된 망나니로 온갖 공덕을 한순간에 없어지게 하는 성내는 마음이 일어날 때마다 긴고주라고 하는 진언 하나가 있으니 “참아라, 참아야 하느니라. 참으면 즐거움이 길도다”
하는 정심진언이라고 알려진 긴고주가 있게 됩니다.

그 긴고주 조차 역할을 해내지 못할 정도가 된다면 그때는 볼 장 다 본 것이 되지만, 그 긴고주라는 것의 형태는 오공이 머리에 쓴 금 고리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고통과 어려움 슬픔이 다 긴고주의 변형된 모습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오공만 아니라 팔계에도 의미가 있으니 여덟 가지 계율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가하지 않은 신자가 육재일(六齋日)에 지켜야 하는 여덟 가지 계율.

-중생을 죽이지 말라.
-물건을 훔치지 말라.
-삿된 음행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 마시지 말라.
-꽃다발 쓰거나, 향 바르고, 노래하고, 풍류 잡히지 말며, 가서 구경하지 말라.
-높고 넓고 큰 잘 꾸민 평상에 앉지 말라.
-때 아닐 적에 먹지 말라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오정이란 말 그대로 본성이 맑음을 깨닫고자 하는 갖가지 노력들을 의미하는 것이니 서유기를 들여다보면 글 속에 우리네 인생사의 크고 작은 문제점은 물론이요, 그것을 마주해서 하나 둘 해결해 나가는 묘미가 다 담겨져 있습니다.

소에 고삐를 한다든지 말에 재갈을 물린다든지 하는 것은 인간이 필요에 의해 그렇게 한 것이지만, 사람은 축생들에게 하듯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사람 역시 스스로를 억제하고, 구속할 수 있는 팔계 정도는 긴고주의 역할과도 같은 것이라 생각하고 지키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겠습니다.

팔계를 사람을 구속하는 것이라 하였지만, 그 구속은 나를 묶어서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나를 묶어 둠으로써 오히려 자유롭게 하는 도구가 되는 것이니 이 계를 잘 지켜 나가는 이라면 그 무엇을 만난다 해도 걸림 없는 자세로 응대하게 될 것입니다.

총리가 되고, 장관이 되려다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위에든 여덟 가지 계율 가운데서 도둑질이나 삿된 음행, 거짓말, 주취 등이 자기 자신의 발목을 잡는 줄 모르고 망령되게 행동했던 사람들로서 표본이 되는 것이니 그런 사람들이 우리를 가르치는 스승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눈앞에 매일 훌륭한 스승도 있고, 역행보살의 행으로 우리를 가르치고 있는 세상이건만 그것을 통해서 무언가 반면교사로 배울 생각은 안하고 그것을 따라하느라 바쁘게 살다보면 결국은 스스로를 패가망신의 길로 이끌게 됩니다.

우리 마음이 높을 때는 제천대성보다 높고, 우리 마음이 너그러울 때는 바다보다 넓으며 우리 마음이 부드러울 때는 비단결보다 곱지만, 한 생각 옹졸해지다 보면 머리카락 하나 수용하지 못하는 옹색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니 크고 넓음도 자기가 만들고, 작고 보잘 것 없음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여름이니까 덥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공의 긴고주를 잘 활용하면서 마음속에 불붙는 욕망과 성냄을 잠재우면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선들바람 불어올 것입니다.

마음 하나 돌리면 극락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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