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던져두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색깔로 허공에다 그린들 물이들며

날센칼 수면위를 벤다고 잘라질까

허세도 벗어놓고 아만도 내려놓고

물같이 허공같이 살다가 돌아가세

 

위에 구절은 나옹스님의 시로 알려져 있는데 ‘나옹록’을 찾아봐도 원문이라 할 수 있는 한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글귀인데 그에 댓글로 운을 맞추어 세간에 돌아다니는 글 을 윤문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나옹스님은 려말선초의 훌륭한 스님으로 중국에까지 유학하여 불법의 진수를 전해받고 와서 고려국의 공민왕사까지 지내신 분입니다.

나옹스님에게는 조금 괴퍅한 누이가 하나 있어서 스님이 머무는 절에 와서 살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누이는 절에서 살면서 이를테면 밥값이라도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절집에 대소사를 돕는다든지 아니면 법당에 들어가 열심히 정진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없고, 오직 먹고나서는 노는 것이 일상이고 혹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싶으면 시비를 일으키는 것을 즐겨합니다.

그렇다 보니 사중의 어른인 나옹스님으로서는 대중스님들에게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니어서 누이를 불러 타이르면 누이는 언제나 “아 나의 오라비가 이 절에 큰스님이요, 도인인데 내가 굳이 염불하고 수행해서 무엇하겠습니까?”

“나는 오라버니 한분의 공부로도 만족합니다” 하고는 스님의 충고조차 귓등으로 듣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던 어느 날, 나옹스님은 후원에 누이의 밥을 주지 말라 하고는 자신은 여전히 공양상을 받아서 혼자 드십니다.

때가 되어도 여느때와 다르게 밥먹으라고도 않고 공양간에 가도 밥을 주지말라 했다고 밥을 주지도 않으니, 누이는 배가 고파도 자존심이 있어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쫄쫄 굶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보니 누이는 억하심정이 들어서 나옹스님이 공양하는 자리에 가서 말하기를 “오라버니는 나에게 밥을 주지 말라 해 놓았다면서 어찌 그리 밥을 맛있게 드시나요?” 하고 따집니다.

그러자 나옹스님은 “누이는 내가 훌륭한 수행자이기에 누이는 공부를 안해도 악도에 떨어지지 않는다 하였으니 내가 밥을 먹으면 누이도 배가 부를것 아니요, 그러니 앞으로 누이는 밥을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하고 정색을 하고 말합니다.

배고픈데는 장사가 없다고 다시 며칠이 지나니 누이는 헛것이 보이기도 하고 이러다 죽는것 아닌가 하는 염려와 걱정이 들면서 나옹스님에게 가서 “앞으로는 사중의 대소사를 잘 챙겨가며 법당에 들어가 염불 정진도 잘 할것이니 나를 용서하시라” 애원합니다.

이에 스님은 그러십시다 “내가 밥을 먹으면 내 배가 부른 것처럼, 누이가 공부를 해야 누이의 공덕이 되는 것이니 이제 그것을 깨달았다 하면 염불 정진을 열심히 하고 도량 안팎에 소제거리가 있으면 청소도 하며 대중을 뒷바라지도 하면서 함께 지내보십시다” 하고 받아들입니다.

마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보는 느낌이시지요?

스님이 누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러준 염불 공부 게송이

아미타불재하방 착득심두절막망

阿彌陀佛在何方 着得心頭切莫忘

염도염궁무념처 육문상방자금광

念到念窮無念處 六門常放紫金光

이라는 게송이라니

우리 님들도 이번 칠석과 백중을 앞두고 용맹정진하는 마음으로 염념보리심하고 처처안락국이 되도록 정진 한번 하시자고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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