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가 지으신 발심수행장에 ‘일인장락’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는 ‘한번 참으면 즐거움이 길다’라는 의미로 우리가 사는 세상 사바세계는 능히 감인대堪忍待를 가지고 살 수 밖에 없는 그런 세계임을 적시하는 말입니다.

‘감인대’란 감내하고, 참아내고, 기다리라는 의미이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사바세계를 가리켜 불교에서는 ‘감인토’라 부르고 있습니다.

지금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그것을 바꾸어 보겠다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해결해 주겠지” 하고 묵묵히 자기 일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도 아니면 오불관언 하는 자세로 절대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를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중에 가장 위험한 생각은 절대무관심이라 할 것입니다.

참아야 하는 자리에서 참지 못하게 되면 그때는 곤란한 경우가 거듭 다가오는 것이니 원효성사는 참으라 하시는 것이고, 한번을 시작으로 능히 참아내는 힘을 기르면 오래오래 즐거움이 더한다 하시는 것입니다.

애시 당초 참아야 하는 일을 만들지 않아 인욕바라밀을 성취하면 굳이 참거나, 참을 일도 없겠지만 그것은 부처나 성자들에게나 가능한 일. 일반에서는 참는 것도 수행의 방편으로 삼아서 부단히 노력해 간다면 능히 성인의 도를 이룰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먼 길을 가서 큰돈을 벌어가지고 가족이 있는 집을 향해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중도에 하루를 유숙하게 되는데 그 자리에서 평생에 교훈되는 가르침을 준다는 말에 자신이 가진 돈을 다 건네주고 나서 받은 글귀가 참을 인忍자 세 개입니다.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것이 무언가 나를 가르치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여러 달 동안 자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부인이 있는 집으로 가니 밤이 깊습니다.

그런데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보니 섬돌 위에 자기 부인의 신발이 있고, 그 옆에 사내의 신발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문득 스치는 생각에 내가 없는 사이에 외간 남자를 들이지 않았나 의심이 드니 그대로 부엌으로 들어가서 흉기를 들고 나오는데 주머니 속에서 참을 인자 하나가 “참아라”하고 소리를 치는 것이 들립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무슨 사연이 있겠지 하고 문을 열려 하다가 다시 의심이 들고 하여 세 번을 참고 나니 밖에 인기척을 듣고 부인이 나와서 “아니 언제 오셨는데 안 들어오시고 계시느냐?”며 반가이 맞이합니다.

방으로 들어가니 부인 혼자 자다 일어난 듯 보여 “밖에 있는 남정네 신발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당신이 오시기로 하는 날이 가까워 신발을 하나 지었는데, 오늘밤은 당신을 생각하며 섬돌에 놓아두었다”고 합니다.

이에 사내는 전 재산을 들여서 산 참을 인자 세 글자가 자신의 부인도 살리고, 자기도 살려준 보배글자임을 깨달아 더욱 열심히 사랑하고 성실히 살았다 합니다.

또 중국에 황제가 자기 백성 가운데 오대에 걸쳐 백 여 명이 한집에 살고 있는데 화목하기가 놀라워 한 번도 다투는 일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미행을 하던 차에 그 집에 들러 제일 어른에게 비법을 묻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종이 한 장을 내미는데 그 종이에는 ‘백인百忍’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결국 백번을 참는 것으로 화목을 이룬 것이지, 무슨 또 다른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됐고, 황제는 이후 정치를 행하는데 있어서 그것을 좌우명으로 삼아 선정을 베풀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계성편(戒性篇) 에는 忍一時之忿이면 免百日之憂(인일시지분 면백일지우) 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한 때의 분한 것을 참으면 백날의 근심을 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참는 것으로 능히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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