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성은 ‘역사현장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백제 시대부터 고려, 조선, 일제 강점기 등을 거쳐, 오늘날의 역사 현장이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공산성 정문[진남루]에 자리한 서낭단이다. 여기서 ‘서낭’은 한자로 ‘성황城隍’이라고도 한다.

이 서낭단도 물론 역사현장 박물관의 당당한 ‘식구’이다. 그런 식구가 집[공산성]에서 쫓겨날 번 하는 아찔한 일이 있었다.

공주시 문화재과[041)840-8205]에 ‘화재의 위험 야기’와 ‘문화재 경관 저해’가 있으니 철거하라는 민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었다. 작년 9월의 일이다.

결국 공고를 한 뒤 2013년 9월30일에 없애기[철거]로 결정이 됐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예산 확보 등 행정적 관계를 밟은 동안에 오늘까지 자리를 겨우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 철거공고판

문화재는 하나밖에 없는 무형의 재산이자 인류의 정신적 결정체이다. 후손들이 그러한 가치를 몰라보고 없앤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공산성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의 일원으로 세계 사람들이 다녀갈 것이다. 그런데 서낭 문화가 없다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서양문화의 하나로 노크knock라는 생활상 교양이 있다. 특히 화장실을 이용할 때 노크가 없다면, 황당한 일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서낭단은 공산성을 들어갈 때 노크문화의 기능을 담당하는 장치이다. 그 뿐이 아니다. 내가 공산성에 들어가 좋은 일이 있도록 기원하는 풍속까지 들어 있다. 길에 있는 돌멩이를 주어다 올려놓아 거리 청소와 자연신앙이 겸한 우리 민족의 참모습인 셈이다.

이 서낭단은 적어도 조선이 들어서면서 형성된 문화이다. 나라에서는 사직단[나라를 상징하는 역할], 성황단[대문 같은 역할], 여단[지방 국립묘역과 같은 역할] 등 3가지 단을 조성하였기 때문이다.

공산성 역사 현장 박물관에도 15세기와 16세기[1481년(성종 12)년부터 몇 차례 보강되고, 고쳐져 최종적으로 1530년 완성된《신증동국여지승람》]에 그런 역사 기록이 보인다. 다. 당시 우리 공주의 ‘사단祠壇’으로 사직단, 성황사, 여단 등이 있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처음 공산성에 있던 서낭은 적어도 15세기[1481]부터 19세기[1860]에는 사당으로 존재하였다. 그러다가 일제 강점기가 되면서 나라의 공식적인 기능이 사라지자 헐리고 풍속문화적 입장에서 단으로 남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서낭단은 15세기부터 사당으로 조성되었다가 20세기부터 단으로 다시 조성되어 오늘에 이른 역사적 현장인 셈이다.

▲ 서낭단 모습

여기서 이해를 돕기 위하여 ‘단壇’altar과 ‘사祠’sanctuary을 설명해두기로 한다. ‘단’은 형식적으로 단을 쌓아 땅의 바닥보다 높게 만든 곳이고 ‘사’는 ‘사당’의 준말로 집이 있는 곳이다.

사직단과 성황단은 공주향교에서 제사를 주관하였는데 구한말에서는 나라에서 제공한 것이 비단으로 54자의 가치였다는 기록이다.

하여튼 서낭단은 쫓겨날 위기[철거]를 넘겼다. 공주는 역시 역사의 도시이다. 그래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라에서 ‘국가문화재 제12호’로 지정한 까닭이리라.

현재 공산성의 정문인 진남루 주변의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이름은 ‘공산성 수목 정비사업 및 주변 정리’이다. 공사 기간은 2014 4. 29 ~ 8. 26이고 담당 회사는 하나종합건설[주]이다.

공사관계자는 현장대리인:보수기술자 제338호 김성일, 석공:한식석공 제1462호 조휘정, 조경공:조경공 제3595호 이영섭 등이다. 이렇게 이름을 적어두는 것은 역사에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다.

▲ 안수찬, 박성주씨가 작업을 하고 있다.

공산성의 정문인 진남루는 누각형식이다. 즉 사방이 탁 트이게 높이 지은 다락집이다. 이 다락집[누각]은 선조 35년[1602 관찰사 유근] 공산성을 만들면서 ‘진남루鎭南樓’라는 이름을 얻었다.

‘남쪽을 누른다’는 ‘진남’은 군사적 풍수적 용어에 속한다. 이 진남루는 고종 광무 7년[1903 관찰사 홍승헌 ]에 고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1947년 무너져 1963년에 다시 고쳐[중건] 오늘에 이른다.

▲ 공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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