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행인데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탑승했다. 버스 안이 꽉 찼고, 낯선 얼굴들이 더 많았다. 아마도 토요일로 바뀌니까 몇몇 직장인들까지 부부동반으로 산행에 따라나선 것 같다.
장성, 곡성을 지나 산수터널 지산터널을 통과하니 광주진입로엔 ‘광주사랑’이란 푯말이 시야에 들어온다. 무등산(無等山)은 광주의 동남부에 위치한 산으로, 평야지대인 호남지역에 우뚝 솟아있는 1,187m 산이다.
무등산은 광주항쟁의 역사를 지켜본 광주의 상징이기도 하며 장수의 정안산에서 백운산까지 이어지는 중간지점에 가장 높게 솟아오른 전남의 진산이자 빛고을 광주의 모산으로 안양산에서 백마능선 그리고 장불재를 거쳐 가는 호남정맥이기도 하다.
또 무등산을 백제 때 ‘무당산’이라 불렸다가 고려 때는 ‘서석산’, 조선시대부터 ‘무등산’이라 불려 졌다고 하는데, 이는 ‘부처의 경지가 높이 견줄 것이 없다’는 무유등등(無有等等)에서 왔다고 한다.
토요일이라 등산객이 꽤 많았다. 우린 산행장비를 점검하고 오늘 산행의 들머리를 증심사에서부터 출발점으로 잡았는데 진입로 조성공사로 인해 자연석을 옮기는 중장비소리가 어찌나 요란하던지 정신없고 짜증스러웠다.
하얀 눈밭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억새는 과거와 현제가 공존하는 산중의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비경이었다. 어디선가 음성이 들리는 듯 그리움 달래며 지나간 흔적 위를 하얀 덧칠을 하며 어떤 시간 속으로 나를 옮겨 세운다.
雪國의 흙이 되어
나는 흙이고 싶습니다
나는 땅이고 싶습니다
지독히 퍼붓는 저 성난 눈발
마음에 가득 고인 그리움이 한 되어
잊지 못할 애틋함이 시린 추억 되어
흙으로 흙으로 내려앉나 봅니다
흙의 깊은 받아들임을 알 것 같습니다.
그렇게 떠나보낸 어느 여름 녘
절제와 인고의 침묵이
떠돌던 맑은 바람을 잠재우고
이제 본디의 흙으로 되어버린 나
민들레는 민들레로 살게 하고
망초는 망초대로 살게 하려
나, 지금 雪國에 흙이 되고 싶습니다.
장불재에 도착하니 회원들이 늦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가 너무 추울까 봐 준비한 내 컵라면에 김 부회장님은 물을 부어주었다. 동갑네 새 회원이 주는 따끈한 곰국을 마셨다. 평소에 입에도 안대는 컵라면이 오늘은 짱이었다.
식후에 회장님은 따끈한 커피 한잔을 건네주시며 이 산중에 펄펄 끓는 물을 준비해 준 광주시장에게 극찬을 했다.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가볍다. 처음으로 와 본 빛고을. 많이 오고 싶었던 곳. 증심사를 기점으로 중머리재와 서인봉을 원점산행으로 5시간 완주하여 뿌듯함 속에 새해 추억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