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양력 8월 7일)은 한산도 해전이 일어난 지 419년이 되는 해다. 경남 통영시는 한산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통영한산대첩축제(8월10일~14일)을 개최하는데 올해로 50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한산도 해전을 단순히 충무공 이순신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학익진(鶴翼陣)으로 왜군을 격파했던 전투로만 이해하고 있다.

한산도 해전은 1592년 7월 8일(음력), 59척의 이순신 연합함대가 와키자카 야스히루가 이끄는 왜군을 학익진(鶴翼陣)으로 궤멸시킨 전투였다. 이 해전에서 9,000여명의 왜군이 전사하고, 왜군 전함 73척 중 59척이 침몰했다.

그런데 학익진은 이순신이 최초로 고안한 전술도, 해전에만 특화된 전술도, 해전승리를 보장하는 만병통치약도 아니었다. 학익진은 적(敵) 화력이 우세하거나 아군 함포의 유효사거리를 감안한 전투대형 유지에 실패할 경우, 아군끼리의 충돌로 낭패를 볼 수 있는 위험한 전술이었다.

일례로 1572년 미카타 전투에서 병력이 열세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다케다 신겐에게 학익진을 썼다가 참패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학익진으로 대승을 거뒀다. 그것은 이순신이 전함, 함포, 사람의 삼위일체를 통한 전투력 극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첫째는 조선 전함의 우수성이다. 조선 전함은 U자형의 평저선이었기 때문에 제자리 선회능력이 뛰어났다.

또 조선 전함은 소나무 겹판과 나무못을 사용해서 건조했다. 그 결과 조선 전함은 견고성 측면에서도 왜군 전함을 압도했다. 왜군에게 공포의 전함으로 인식되었던 거북선의 돌격전술 또한 조선 전함의 견고성 때문에 가능했다.

둘째는 함포 수와 함포의 파괴력 측면에서 왜군 전함을 압도했다. 조선 전함의 1척당 함포 수는 거북선 16문, 판옥선 12문이었다.

반면, 등선육박전술을 기본전술로 한 왜군 전함에는 함포가 없었다. 다만, 왜장이 탄 배에만 1~2문의 함포가 탑재되었을 뿐이다. 그것도 직경 10cm 이상인 조선의 함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직경 3cm의 소형 대포였다.

한산도 해전의 승패는 포격전에서 판가름 났다. 419년 전, 한산도 앞바다에서 학의 날개 속으로 왜군 전함이 5열 종대로 돌격해오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1차 포격전은 298발(= 거북선 3척×우측 함포 6발/척 + 판옥선 56척×우측 함포 5발/척) 대 10발(= 맨 앞의 왜선 5척×2발/척)로 조선 수군의 압도적 우세로 끝났다.

2차 포격전은 298발 대 0발로 끝났다. 그것은 왜군 전함이 포탄을 장전하는 사이, 조선 전함은 제자리 선회를 통해 이미 포탄 장전이 끝난 좌측 함포를 발사했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포격전으로 왜군 전함은 회복 불능의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다. 이순신은 포탄장전에 소요되는 시간문제를 조선 전함의 뛰어난 제자리 선회능력으로 손쉽게 해결했다.

이는 1575년의 나가시노 전투에서 오다 노부나가 조총부대가 다케다 가쓰요리의 기마부대를 궤멸시켰을 때의 시간차 공격전술과 거의 유사했다.

셋째는 사람이다. 부하들과 정보제공자인 백성들이다. 이순신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부하들을 함선운용, 함포사격, 활쏘기, 노 젓기에 능숙한 정예수군으로 양성했다. 또 적(敵)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물질적인 포상을 했다.

이순신에게 있어 정보란, ‘베풀어준 정(情)에 대한 보답(報答)’이었다. 견내량에 정박 중인 왜군 전함 73척에 대한 당포 목동 김천손과 웅천 아전 주귀생의 천금 같은 정보는 그렇게 해서 나왔다.

한산대첩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뛰어난 무기, 완벽한 전투태세 확립, 지피지기의 정보안(情報眼), 현장지휘관의 탁월한 리더십, 백성들과의 원활한 소통능력이 전제되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들어 연이어 발생한 서해교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이 시사해주듯이 우리나라는 종전국(終戰國)이 아니다.

헤겔은 “세계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은 두 번 출현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전쟁 가능성이 상존하는 우리들로서는 그의 얘기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50회를 맞이하는 ‘통영한산대첩축제’가 이순신의 순진무구한 애국혼과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유비무환 정신을 새롭게 조명해보는 뜻 깊은 대(對)국민 참여행사가 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특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