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굽은 등에 파도가 친다

오롯이 숨의 깊이를 다녀온 그녀에게

둥근 테왁 하나가 발 디딜 곳이다

 

슬픔의 중력이 고여 있는

물의 그늘 속에 성게처럼 촘촘히 박힌 가시

물옷 속으로 파고드는 한기엔 딸의 물숨이 묻어있다

 

끈덕진 물의 올가미

물 숨을 빠져나온 숨비소리가 휘어진 수평선을 편다

 

바다의 살점을 떼어 망사리에 메고

시든 해초 같은 몸으로 갯바위를 오를 때

환하게 손 흔들어 물마중 해주던 딸,

 

몇 번이고 짐을 쌌다가

눈 뜨면 골갱이랑 빗창을 챙겨 습관처럼 물옷을 입었다

 

납덩이를 달고 파도 밑으로 들어간 늙은 어미가

바다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테왁 같은 낡은 집이 대신 손을 잡는다

 

저녁해가 바닷속으로 자맥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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