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31일 많은 사람이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모여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아 환호성을 지른다.

‘제야(除夜)’는‘제석’이라고도 하는데‘어둠을 제거한다.’또는‘밤을 새운다.’라는 의미이며, 1년 가운데 마지막 날인 음력 섣달그믐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양력을 사용하므로 매년 12월 31일을‘제야’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는 음력 새해를 맞는 설 전날이 제야다.

조선을 건국하고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사대문과 사소문이 만들어졌다. 정도전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즉 음양오행 사상에 기초하여 사대문 명칭을 부여했다.

동대문은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은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은 숭례문(崇禮門), 북대문은 소지문(昭智門)이라고 했다고 하지만 명명된 일이 없고, 숙종 때 한양도성을 보완하기 위해 세운 탕춘대성의 성문에 홍지문(弘智問)이라 써서 인의예지를 완성했다.

처음 북대문은 ‘지혜를 들어내지 않는다’라는 ‘숙청문(肅淸門)’으로 명명했다가 중종 때 ‘청(淸)자’를 고요하고 안정되어 있다는 ‘정(靖)’자로 바꾸어 숙정문(肅靖門)이라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속설에 ‘싸(사)가지 없는 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인의예지’즉 네 가지를 모르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하나 정확한 근거는 없다.

한양도성 사대문, 출처: 네이버 지식창고
한양도성 사대문, 출처: 네이버 지식창고

 

이 사대문의 중앙에 보신각(普信閣)을 세웠는데 여기에서 종을 울리는 것은 인의예지를 갖추어야만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유교의 근본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이렇게 인의예지신을 모두 갖춤으로써 조선은 유교를 통치의 근본으로 하는 나라가 완성된 것이다.

보신각종을 제야에 33번을 울리는 것은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평화를 기원하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의식은 불교 의식에서 유래되었다. 중국 송나라 때 절에서 백팔번뇌를 씻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108번 타종하던 것에서 유래한다.

이것이 일본으로 건너가 1927년 방송국에서 사찰에서 일 년의 마지막 날 108번 종을 울리는 것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퍼지면서 일본 사찰의 전통 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연종방포’라하여 섣달그믐 날 궁중에서 대포를 쏘아 악귀를 쫓는 풍속이 있었다는 기록은 있으나, 종을 울리며 새해를 맞이하지는 않았다. 중국 등 동남아시아 나라들은 불꽃놀이나 지전을 태워 가며 새해를 맞는다.

우리나라에서 제야의 종 타종식이 방송 매체에 등장한 것은 1927년 2월 16일에 경성방송국에서 특별기획했고, 일본의 제야의 종 행사를 흉내 내 1929년 정초에 스튜디오 현장에서 종을 울려 방송한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광복 직후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1953년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보신각을 중건하면서 다시 시작되었다.

해방 전까지는 108번 타종을 하다가, 해방 후에는 33번을 치고 있는데 이는 보신각에서 인경(오전 4시)에 사대문이 열리는 것을 알릴 때 33번 타종한 것에서 유래한다.

현재 제야의 종 행사는 서울 보신각에서 하는 행사가 가장 유명하지만, 전국 지방자치단체별로 많이 하고 있다.

1900년대 보신각, 출처: 나무위키
1900년대 보신각, 출처: 나무위키

 

섣달그믐날 풍속으로‘묵은세배를 올리는 풍습’이 있다. 그믐날 저녁에 사당에 가 조상님께 절을 올리고, 집안과 동네 어른들에게 세배하듯 절을 하였다, 이는 1년의 마지막 날 한해가 무사히 갔다는 의미로 드리는 절이다.

섣달그믐날은‘수세(守歲)’라고 하여 집안 안팎에 불을 밝히고 밤을 새우며 묵은해를 보낸다.

이날 잠을 자게 되면 눈썹이 하얗게 세고 느려터진 굼벵이가 된다고 하여 어른들이 잠을 못 자게 하였으며 아이들이 잠을 이기지 못해 자고 나면 어른들이 잠자는 사이에 아이의 눈썹에 하얀 밀가루를 뿌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고 하얗게 센 눈썹을 보고 우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날 잠을 자면 안 되는 이유는 사람의 몸에는 생명을 관장하는 신이 있는데, 사람의 잘잘못을 기록해 두었다가 사람이 잠들면 몸에서 빠져나와 하늘나라에 가서 보고하여 벌을 준다고 한다.

그러면 사람이 병에 걸려 죽게 되므로 생명을 관장하는 신이 몸에서 빠져나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하려고 잠을 못 자게 하는 것이다.

보신각에서 33번의 타종이 울리고 나면 새해로 넘어간다. 새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그 전 달 즉 12월을 관공서나 보도자료에서 ‘구랍(舊臘)’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으로, 현재는 양력을 쓰고 있으므로‘구랍’이라는 표현은 2024년 2월 10일(음력 1월 1일) 이후에 한 달간을 표현할 때 써야 한다.

제야의 종소리는 모든 이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소리다. 그리고 나라의 태평성세를 소망하는 소리다.

며칠 동안 계묘년 한해를 돌아보고,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희망찬 출발을 준비하는 연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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