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재미 삼아 토정비결을 보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어머님께서 어렵게 책을 구해서 식구마다 생년월일시를 찾아가며 둘러앉아 함께 보았다.

‘운이 좋은 해니 너는 걱정 없다’라든가 ‘올해는 안 좋다니 매사에 조심하며 지내야 한다’라는 말씀을 토정비결을 본 어머니가 해주시고는 했다.

그까짓 게 맞긴 뭐가 맞는다고 그러실까, 시큰둥했지만 그래도 ‘운세가 길하다’는 말을 들으면 나쁘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었을 게다.

결혼 전, 지금의 남편과 오래 사귀고 있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홀어머니에 가난한 집 아들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저녁 외출도 못 하게 하시고 빨리 헤어질 것을 강요하시는 부모님이 그저 야속하기만 했다.

그때 한 친구의 소개로 용한 점쟁이를 찾아갔었다. 둘의 궁합이 안 좋다고 말하면 헤어져야 하나 고민하면서 사진 한 장을 갖고 가 두 사람 사주를 알려주었다.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났으니 둘이는 볼 것도 없이 좋은 사주이고 남자는 장관 자리까지 올라갈 사주니 결혼하시는 게 좋겠소. 그리고 아가씨가 남편을 잘 보필해 앞으로 큰사람이 되게 해줄 사주니 걱정하지 말고 해요.”

“겨우 시골 학교 선생인데 뭔 장관까지 가요?”

“문교부 장관도 있잖소.”

그 말에 장관까지는 바라지 못해도 앞으로 이 남자 나쁘게 풀리지는 않겠거니 희망을 걸고 부모님의 심한 반대에도 무릅쓰고 결혼까지 강행했다.

결혼 후, 은행 대부금으로 얻은 단칸방에서 시작해 맞벌이로 살면서 1년에 한 번씩 이사를 가야만 했다. 어느 때는 풀지도 않은 책 보따리들을 다시 싣고 이사를 가기도 했었다.

내 집 장만할 때까지 10여 년 동안에 10번의 이사를 해야 했으니 그 고충이 어떠했을까.

지내면서 투닥거릴 크고 작은 일들이 종종 생기고는 했다. 연애할 때와는 영 다른 부분들이 서로에게서 보이기도 하고 가난으로 불거지는 다툼거리들이 있을 때마다 실망스럽고 힘들었지만,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념으로 견디어내고는 했다.

같은 직장의 선배 한 분은 부부 싸움이 잦았다. 부부 둘 다 좋은 분들이었는데 성격이 잘 맞지 않아 옆에서 보기에도 안타까웠다. 그래서였는지, 퇴근길이면 가끔씩 점쟁이 집엘 찾아가며 내게 동행해 줄 것을 원했다.

공짜는 없나 보다. 점쟁이들은 신기하게도 둘이 사주가 안 맞아 많이 다투겠다는 말을 하고는 했다. 신기하게 맞추는 말을 옆에서 듣다가 나도 가끔 점을 보기도 했는데 나는 좋은 말은 기분 좋게 듣고, 나쁘다는 말을 들으면 그 자리에서 모두 지우고 나왔다. “그까짓게 뭘 맞아” 하면서.

그러나 그 선배님은 좋다는 말보다 나쁘다는 말을 더 기억하고 지내며 속을 끓였다. 그런 선배가 늘 안타까웠다. 그녀의 삶은 고달팠으며 얼굴을 펴지 못하고 지냈기 때문이다.

믿는 대로 본인의 의지대로 살아지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이다. 나는 종교인은 못 되지만 평소 종교인답게 살려고 노력한다. 성인들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감사하는 삶을 살다 보면 행복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든 일이 생길 때는 “구하라 주실 것이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라는 말을 열심히 믿으려 노력했다. 마음으로 ‘하느님, 부처님, 계신다면 도와주세요.’라고 간절히 부르며 원하는 것을 기도하며 성실히 살았다. 그러며 노력하면 대부분 이뤄졌던 것 같다.

언젠가 사주쟁이가 ‘50이 넘으면 비단 방석에 앉아 기사 두고 자가용 탈 팔자’라고 한 말을 위로 삼았다.

더 성실히 노력하며 살았고, 남편은 장관까지 될 사주라기에, 가난했지만, 희망을 갖고 공부를 더 하도록 뒷받침해 고등학교 교사에서 대학교수로 승진할 수도 있었다.

대부분 토정비결을 보거나 점쟁이를 찾아갈 때는 힘들 때 위로받고 싶고, 희망을 찾고 싶어서일 게다.

혹여 찾게 되어 나쁜 말을 듣는다면 나처럼 그건 그 집에 놓고 나오는 건 어떨까. 희망적인 말만 믿고 노력하면 잘 살아지더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제 나이 70이 넘으니 새해가 되면, 무언가 얻으려는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버리고 비우는 계획을 하게 된다. ‘물건 살 때 열 번 생각하고 사기, 하루 단 몇 개라도 버리기나 나누기’의 계획을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또 세워본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어 올해에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그리고 미운 사람까지도 ‘내가 더 많이 사랑하기’를 넣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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